경기도 우리회사건강주치의사업을 통해 올 한해 89명의 특수형태근로노동자를 만났다. 대리운전기사 노동자를 시작은 건설기계, 배달서비스노동자에게 맞춤형 근로자건강진단을 시행하고, 설문조사도 했다. 특히, 파주지역에서 일하는 건설기계 특고노동자들은 62명이 주치의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가림막으로 가려진 건설현장에는 건설기계 장비를 다루는 많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일한다. 덤프트럭, 굴삭기, 레미콘 같은 건물을 짓기 위한 중장비들을 운전하고, 다룬다. 위험한 건설현장에서 중장비까지 다루다보니, 여러 유해인자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들은 유해인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받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아무리 위험한 현장에서 일해도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건강진단을 통해 건강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여 직업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한다. 그래서 경기도 우리회사건강주치의사업으로 건설기계 노동자 맞춤형 건강진단을 진행하게 되었다.

 

 

출장검진을 위해 방문한 레미콘공장은 중장비 소음과 시멘트 분진으로 정신이 없었다. 건강진단을 진행한 레미콘공장 내 노동자의 휴게실도 마찬가지였다. 쉴새없이 레미콘 기사들의 번호가 우렁찬 스피커로 울렸다. 어떤 분들은 빨리 한 타임 다녀오고, 검진을 받아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출발해야 하니 휴식시간이 일정하지 않았고, 점심시간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려웠다. 이들에게 온전한 휴식시간이란 사치였다.

맞춤형 건강진단은 민주노총 건설조합원 중심으로 진행했다. 평균 연령은 55세, 건설기계 경력은 18.5년에 달했다. 일주일에 평균 5.4일 일했다. 하루 노동시간 자체가 길지 않았으나, 정해진 휴식시간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55%에 달했다. 식사시간과 휴식시간 통틀어30분 이내라고 답한 사람이 22.5%, 1시간이라고 답한 비율은 22.5%에 그쳤다.

먼지와 분진이 건강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요인이었다. 없다, 작다, 보통, 크다, 매우크다 5단계 중 크다 이상을 대답한 비율이 67.7%이었다. 흉부사진촬영으로 5명에서 이상소견이 나와 추가 검사나 진료의 필요성을 안내했다. 폐기능검사도 병행하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코로나 유행으로 올해는 진행하지 못했다. 소음은 35.5%가 크다 이상의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청력검사에서 3분법이 30dB 이상으로 심각한 난청을 보인 경우가 38.7%에 달했다. 소음성난청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지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다. 이들에게 이번 검사가 처음으로 받은 청력검사였고, 그동안 청력보호구를 착용했다는 노동자는 거의 없었다. 문진을 진행하면서, 개개인에게 청력보호구 착용법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어깨와 허리를 많이 사용하고, 부담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높은 중장비기계를 오르내리다보니, 무릎과 다리를 자주 사용하고, 부담도 된다는 응답도 많았다. ‘지난 1년 동안 월 1회 이상 아프고, 1주일 이상 지속 되면서 심함 정도의 통증 있는 근골격계질환 의심자’가 24.2%에 달했다. 심각한 수준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에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

뇌심혈관계 위험도 평가에서는 고위험군과 최고위험군의 비율이 24.1%였다. 고연령이기도 했지만,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고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위험도를 높였다. 한 노동자는 당뇨약을 복용 중이었지만, 잘 조절되지 않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맞춤형 건강진단을 진행하면서, 사례관리팀이 동행했다. 사례관리팀에서는 건강, 심리, 사회복지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파주병원 내분비내과와 연계하여 당뇨 치료에 대한 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식이습관 등 당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스스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한분은 사기에 연루되어 파산신청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민금융복지센터 및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드렸다. 또한, 심근경색과 뇌경색을 앓은 바 있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신경과와 진료연계를 고려 중이다.

매년 2,400명이 산재로 사망한다. 사망 사고 중 절반 이상이 건설노동자들이다. 떨어지고, 깔리고, 부딪히고, 물체에 맞고, 무너져서 죽는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다 질병으로 사망하는 건설노동자도 매년 80명이 넘는다. 이들은 진폐증, 화학물질 노출, 직업성암, 뇌심혈관질환 등으로 서서히 죽어 가고 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현장과 질병사망 등 직업병이 발생하지 않는 현장에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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