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사업장 노동자 K씨는 요즘 아침에 눈 뜨는 것이 괴롭다. 회사에 출근할 생각을 하니 눈을 뜨자마자 무거운 마음이 밀려온다. 일 잘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었는데 몇 개월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표정은 무미건조해지고 유머감각도 없어 보이고, 잠은 들지만 새벽에 자주 깨고 초조해진다. 자신이 인간적 매력도 없고 능력도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더 잘 해내지 못한다고 자책하고,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기가 어렵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두려운 정서적 고통이 있음을 호소한다. K씨의 사업장은 몇 개월 전부터 구조조정 정리해고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실적 악화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했던 L씨는 급기야 개인적인 채무 문제까지 발생하자 우울증이 왔다. 말수가 적어지고 외모 관리도 하지 못하는 등 우울증 상태가 지속 되었는데 어느 날 책임자로부터 질책을 받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기분 변화를 경험한다. 걱정하던 문제가 해결되고 원하는 일이 이루어져서 자신감과 의욕이 충만해지고 기분이 좋다. 때론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어 기분이 침체되고 우울해지며 불행감이 밀려든다. 자신이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겨져 자신감과 의욕을 잃고 비관적인 생각에 쌓인다. 이러한 기분 변화를 경험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내 회복되고 안정된다. 하지만 때로는 기분이 가라앉는 정도가 지나치게 심해서 매우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 불릴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하니 쉽게 넘길 수도 없다.

위 사례처럼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 이슈가 있거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우울증을 겪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업장에서도 우울증 고위험군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사회 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 생물학적 요인 및 개인적 취약성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하루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 노동자들에게 정신질환 요인은 업무상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개인적 요인이 있더라도 업무상 요인이 증상을 발현 · 확대 시킨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따른 과다한 업무량,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실적을 빌미로 한 경쟁과 압박, 직장 내 괴롭힘, 고객 폭언, 대인관계 스트레스, 고용불안과 일상적인 구조조정, 위험천만한 산업재해 현장. 육체적 위험만이 아닌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더 많아지고 교묘해진다.

이로 인해 실제 많은 노동자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단순한 스트레스로 생각하거나 정신과에 대한 부담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오해와 편견에 시달릴까 두렵기도 하고 불이익이 걱정되기도 한다. 힘들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고 누구나 힘든 상황이니 멘탈을 부여잡고 잘 버텨야한다며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그래서 우울증이 있어도 치료를 하지 않거나 주변에 알리지 않고 병원에 다니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방치하면 심각해지고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기에 우울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지속해서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스트레스나 업무상 사고, 업무와 관련된 정신적 충격 등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우울증이 업무상, 직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더라도 실제로 산재 신청을 하는 사람도 소수이다. 최근에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질환으로 뇌심혈관질환 다음으로 정신질환이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우울증 신청과 승인도 늘어가는 추세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아파만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노동자 정신건강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일터의 위험요인을 찾아보는 것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우울증을 개인적인 것으로 방치하지 말고 일터 안에서의 요인들을 고려하며 일상에서의 관리, 치유에 대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나의 마음, 동지의 마음이 안녕한지, 우리의 안부를 물어보자.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드는 건 아닌지,
별일 아닌 것에 대해서도 눈물이 자주 나는지,
이유 없이 죄책감이 드는지, 희망이 없는지, 그리고...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