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운동진영 큰 어른, 1987년, 1992년 대선 민중후보로 출마
전노협 결성 당시 고문으로 추대… 노동자‧민중 투쟁 현장에 연대

 

2014년 3월 13일 유성기업 희망버스 계획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백기완 선생.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2014년 3월 13일 유성기업 희망버스 계획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백기완 선생.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한국 민중‧민족‧민주운동의 큰 어른 백기완 선생이 1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9세다.

1933년 황해도 은율 구월산 아래에서 태어난 백기완 선생은 1945년 8‧15 해방 뒤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여덟 식구가 남북으로 나뉘어 살게 되자 집안을 하나로 잇고자 통일운동에 매진했다. 1951년 독학으로 해외유학장려회에서 해외유학을 권유받기도 했으나, 조국을 두고 혼자만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후 문맹 퇴치를 위한 야학을 열어 도시빈민운동, 나무심기운동(자진녹화대), 농민운동(자진농촌계몽대)에 젊은 시절을 헌신했다.

1960년 4‧19혁명을 계기로 정치민주화와 통일운동에 본격적으로 매진했다. 1965년에는 굴욕적인 한일협정 반대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함석헌, 장준하, 계훈제, 변영태 선생 등과 연행 구속된 바 있으며 1974년에는 유신헌법 개헌청헌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위반으로 장준하 선생과 함께 투옥돼 옥고를 치렀다.

백기완 선생은 1987년과 1992년 민중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87년 대선에선 김영상‧김대중 후보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으나, 92년 대선은 끝까지 완주해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 시대를 알렸다. 이후 통일문제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백기완 선생은 1990년 민주노총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결성 당시 고문으로 추대됐다. 2008년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싸움으로 시작으로 용산참사, 쌍용차, 현대기아차비정규직, 유성기업, 콜트콜텍, 파인텍,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희망버스 운동 등 노동자‧민중의 투쟁 현장에 꾸준한 연대를 펼쳐왔다.

백기완 선생은 ‘장산곶매 이야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등의 수필과 소설집을 출간한 문필가이기도 했다. 그의 장편 시 ‘묏비나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의 토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숙씨와 딸 백원담(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백미담·백현담, 아들 백일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

백기완 선생과 민중당 정의당 대표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 사진공동취재단
2019년 5월 1일 세계노동절에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중당‧정의당 대표와 함께 구호를 외치는 백기완 선생.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시국선언 여는 말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백기완 선생이 2016년 10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불법이고 불필요”며 정부의 제도 시행 중단과 노‧정 대화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함께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첫번째 연사로 나선 백기완 소장 "박근혜 정권은 사기 독재정권"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지 28일째 된 2016년 10월 1일 백기완 선생이 주말 집회에 올라 “박근혜 정권은 거짓말 독재”라며 “진짜 부검할 것은 박근혜 정권의 거짓말 독재를 샅샅이 해부해야 한다”라며 분노를 토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지난 2016년 7월 열린 ‘한상균을 석방하라! 민주주의 살려내자! 7‧13 시국회의’에서 발언하는 백기완 선생.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지난 2016년 7월 열린 ‘한상균을 석방하라! 민주주의 살려내자! 7‧13 시국회의’에서 발언하는 백기완 선생.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백기완 선생이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2015년 10월 3일 열린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화무십일홍, 달도 차면 기우는데 박근혜가 일을 해도 노동자가 살 수 없게 쓰러뜨리고 재벌만 살찌우려는 것이 바로 노동개혁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백기완 선생이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2015년 10월 3일 열린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화무십일홍, 달도 차면 기우는데 박근혜가 일을 해도 노동자가 살 수 없게 쓰러뜨리고 재벌만 살찌우려는 것이 바로 노동개혁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백기완 선생이 지난 2014년 2월 6일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된 서울 구로CGV를 찾아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백기완 선생이 지난 2014년 2월 6일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된 서울 구로CGV를 찾아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백기완 선생이 2013년 12월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불법폭력 침탈 규탄 사회각계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백기완 선생이 2013년 12월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불법폭력 침탈 규탄 사회각계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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