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났네 난리났어~ 모든 언론, 방송, 미디어에서 어떤 시장,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이 좋을지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TV를 켜니 예능도 주식과 투자로 바뀌었네. <개미는 오늘도 뚠뚠> 하다가 <개미의 꿈>으로 올라가더니 이제 인간과 AI가 주식대결까지 벌인다. 그나마 초, 중, 고 학생들 희망직업 상위 10위에 주식딜러나 금융투자자가 올라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판이다.

“주식해서 존리”

언제부터 주식 잘하는 사람이 ‘현인’이 되었지? 오마하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곳에 돈 많은 ‘현인’이 있단다. 옛 현인들은 모두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정신이 부자였던 것 같은데,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혜로운 사람, 현인들은 우선 돈이 많아야 한다.

미국인인데 한국인이라 착각하는, 한국의 워렌버핏이라는 존리는 “20대, 30대는 무조건 주식해야한다.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수치로 주식 비중을 둬야한다”라고 말한다. 주식으로 쓴맛을 봤던 구 개미가 동학개미에게 윤종신의 ‘좋니’를 불러 준다.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 나는 말했다. “주식해서 존리?” 돈도 없는데 영끌이라도 할 걸, 못해서 미안하다.

문제는 믿음이다. 신의 섭리와도 같은 주식과 자산의 무한 상승을 믿을 때 손실은 절대 없다. 뜬금포 비트코인 올라가는 거 봐라. 도대체 저게 무슨 내재적 가치가 있기를 하니... 뭐 사용가치 측면에서 금(Gold)이라고 크게 달랐냐만은 비트코인은 해도 너무하네. 블록체인 기술이 살짝 의미가 있겠지만 분산원장 기술의 신뢰성과 병목 문제, 프라이버시 문제라든가 보증 문제에 들어가면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CBDC)가 나오면 이거 뭐.

하지만 굳게 믿었으면 중력의 힘으로도 수소차가 굴러갈 수 있었을 텐데, 오직 믿음이 부족해서 니콜라가 멈춰서고 말았다. 그래도 성장이 멈춰 선 지금, 모든 자산시장이 그렇듯 사람들이 가치가 오를 거라고 믿고 자금을 밀어 넣으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니 금융시장으로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각종 이벤트를 하겠지? 관심 끌기에 성공하면 이제 약장수들은 약을 팔면 되는 것이다. 점하나만 찍으면 님에서 남이 되는 세상이라는데, 투기에서 점 두 개 찍으면 투자가 되는 게 뭐가 새삼스러운 일인가? 내가 먼저 집어넣으면 투자고 추격매수 들어오면 투기 아니더냐. 공매도 세력 잡으러 간다고 미국 개미, 한국 개미 힘을 모아 게임스톱 주식 사들이면 그게 독립운동 하는 투사인 마냥 정의로운 응징을 하는 것이냐?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개미.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금융시장의 노예들이다. 여기에 발목 잡혀 있지 않니? 한국은행조차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을 보고 따르는 구조인데, 이게 한국의 중앙은행인지, 미국 연준의 한국 브랜치(branch)인지 의심가는 상황이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일국의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는데 민간기관인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어휴 겁나라~ 신용등급 떨어뜨리지 마! 동학개미든, 서학개미든 지금 미국 국채 금리의 향방에 AI가 기계학습을 하는 것 이상의 신경망을 곧추세우고 있는 꼴이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말 한마디가 구세주의 복음처럼 귓가를 울린다.

파이어 VS 파이어 VS 파이어

요즘 30대들 중에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조기 은퇴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단다. 이른바 ‘파이어족’이다. 파이어(fire)는 ‘경제적 자유와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 만든 말이라는데, 3, 40대 초반에 은퇴할 거를 목표로 7, 80% 이상 저축하고 극단적인 절약을 하고 영끌까지 하며 주식, 채권, 비트코인 같은 자산 시장에 투자한단다.

“You are fire!!” 트럼프의 손가락질이 심장을 울렁거린다. 트럼프가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에서 했다는 그 ‘파이어(fire)’와 단어가 같다. 그런데, 앞의 파이어와 뒤의 파이어는 뜻이 사뭇 다르다. 둘 다 일은 그만둔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앞쪽의 파이어는 내가 스스로 일찍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고, 뒤쪽의 파이어는 일하다 잘려서 그만두는 거다.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이 줄었다며 정리해고를 했습니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해고 기준에 관한 설명도 없이 작년 연말에 해고 통지서를 보냈습니다."(직장갑질119)

이 파이어든 저 파이어든 어쨌든 파이어 족이 늘어나고 있다. 헌데, 여기 또 다른 파이어(fire)도 있다.

“겁 많은 자여 여기로,
 괴로운 자여 여기로
 맨주먹을 들고 All night long
 진군하는 발걸음으로 뛰어봐
 (오~) 미쳐버려 다
 싹 다 불태워라” <BTS, 불타오르네(FIRE)>

2021년 투자전망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고, 상승장이 있으면 하락장은 필연이다. 상승장의 짜릿함보다 하락장에서 아찔함이 더 위험한 법이다. 하지만 이때도 중요한 것은 ‘믿음’인바, 장기상승발전의 믿음을 가지고 그냥 묻어두고 보라는 현인들의 조언이 판을 치고 있다. “빼지마라. 회자정리 거자필반, 나간 돈은 언젠가 또 들어오는 법일지니, 그러면 주식은 또 상승하게 된다.”

<21세기 자본>에서 피케티가 말한 것처럼 지금처럼 거품이 심한 상황은 “r(자본수익률) > g(경제성장률)”이 커져도 한참 커진건데, 바보같이 일해서 돈 버는 것보다 모두 자본가와 자산가가 돼 투자수익을 노리는 것이 더 현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놈의 자본이 지금 엄청 팽창해 있고 팽창한 만큼 평균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그러니 어떻게 할까? 조만간 동학개미 같은 소액자본이나 한계자본들을 쓸어버리겠지? 거대 자본은 하락장에서도 손절매로 수익을 낼 수 있고 청산된 자본량이 크면 살아남은 자본의 수익률은 더 좋아진다.

공매도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소액, 한계 자본 청산의 피 냄새가 느껴지지 않니? 그것은 미국 국채 금리 인상에 따라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으로 시작될 수도 있지만, 백신 보급 등을 통해 코로나 위기가 수습되고도 생산자본의 수익률이 전보다 못한 것이 확인될 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냄새는 나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제 누구나 스마트해졌기 때문에 이런 피 냄새는 혼자만 맡는 것이 아니란 점은 확실하다. 주식과 같은 상대 행동에 따른 게임이론의 이익극대화 모형(조정이론)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선택에 자신의 선택을 일치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남들이 돈을 집어 놓고 주가를 올리면 따라 들어가고 빠지면 따라 뺀다. 역시 스마트하다. 위기가 오기 전에 돈을 빼려 할 것이고, 누구나 스마트하기 때문에 더 빨리 돈 빼기를 하면서 위기를 앞당기고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끝났다

정말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앞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말고 노동조합에 투자하라”는 꼰대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아 다른 가능성을 찾아 봤지만 떠오르는 게 없네. 필자의 한계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특히 2021년과 22년은 더욱 그렇다.

이제 벨 에포크(좋은 시절)도 저물고 있다. 어찌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벨 에포크(공황 직전 금융거품이 팽창하는 역사적 시기)는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경기의 일시반등은 있겠지만, 대공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본주의의 구조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 구조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전환 등으로 체질을 바꾸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위기 해소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갈수록 일자리는 줄어들고 착취율을 강화되어 플랫폼 노동과 같은 불안정 일자리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또 다른 자산시장이든, 장기성장의 길로 들어 선 것인지 아니면 소위 말한 거품인지, 개인지 늑대인지 모를 그런 황혼녘의 시간은 끝났다. 잠시나마 영끌로 재미 아닌 재미를 봤을지도 모를 청년들, 투자하는 족족 오른다며 내가 ‘신의 손’인가 했다가 최근 큰 시장변동에서 투자금을 죄다 잃었을지라도. 이제는 노동조합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의 비율이 높고, 노동시장에서 흡수하지 못해 1인 자영업자가 된 세계 최대 수준의 자영업자 비율을 갖고 있다. 여기에 노동조합 조직율도 세계 최하위라 노동기본권 보호 수준이 세계적으로 낮다. 이 상황을 다소간 정신승리 방식으로 해석하면, 한국에서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의 비율이 줄면 전체 노동자의 임금도 오르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노동조합을 하라.

영끌한 네 돈을 시장에 쓸어 넣으면 자기들 자산가치가 저절로 올라가는 배부른 ‘자본주의 현인’들의 말을 듣지 말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노동조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다. 그런데, 노조는 경제가 망하던 자기들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조직이라고? 원래 현자들은 당대에 욕을 밥 먹듯이 먹다가 심지어 죽음까지도 당했고, 구세주도 고향땅에서는 천대받았던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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