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에게 사회적합의 이행 요구하며 화섬식품노조 각 지부 연대활동 나서
하룻밤 만에 파리바게뜨 대구 전매장에 노조 홍보물 부착...
13일 파리바게뜨규탄 전국집중행동 열려...

화섬식품노조는 투쟁현장을 동행취재합니다. 지난 6일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소속 지회장 9명은 대구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각자 다른 단위사업장에 소속된 지회장입니다. 익산에서 대구는 2백 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와 비슷합니다. 생애 처음 대구를 방문하는 조합원이 4명이었습니다. 연대투쟁 때문에 대구를 방문하는 것은 조합원 전원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들이 이토록 멀고 먼 대구를 왜 찾게 됐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함께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6일 오전 9시 “같이 가야 지치지 않고 함께 가야 오래간다”

민주노총 익산시지부는 전라북도 익산시 삼성동 주민센터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서울의 강남구 삼성동만큼은 아니지만 먹자골목을 형성한 가게들의 빛바랜 간판이 가장 먼저 반긴다. 왕복 5차선 도로를 건너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가 자리 잡은 4층 버튼을 힘껏 눌렀다.

사무실은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와 건설노조 익산지회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 4층은 사무공간, 5층은 회의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활동가 6명이 함께 일한다. 빽빽한 사무공간 한쪽에 비치된 장식장이 눈에 띈다. 회색 장식장 위로 편지지가 붙여져 있다. 오밀조밀하게 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지다.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캐비닛에 붙어있는 파리바게뜨지회의 손편지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캐비닛에 붙어있는 파리바게뜨지회의 손편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같이 가야 지치지 않고 함께 가야 오래간다.”고 적혀 있는 편지지. 정선영 화섬식품노조 조직국장은 “2019년 파리바게뜨지회의 조합원들이 ‘SPC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천막 농성을 마치고 화섬식품노조 각 지부에 보낸 손편지”라고 설명했다.

당시 파리바게뜨지회의 투쟁에 화섬식품노조 각 지부가 전국 가맹점 앞 1인 시위로 연대했다. 지회는 편지지에 이 연대투쟁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적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2019년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였다. 1월에 시작한 천막 농성은 6월이 돼서야 끝났다. 노조사무실과 근로시간 면제를 배정받은 후 지회는 천막을 철거했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SPC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란 무엇일까?

2017년 파리바게뜨에는 당시 5천 300여 명의 제빵기사가 불법파견의 형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SPC에 대해 제빵기사 등을 전원 직접 고용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했다. 당시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 쟁점화 시키고 직고용을 주장한 이들이 바로 지금의 파리바게뜨지회이다. (기사 참조) 이후 여러 국면을 거쳐 파리바게뜨지회와 제빵기사들의 통 큰 양보로 SPC와 화섬식품노조 등이 ▲자회사 변경 후 근로계약서 재작성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체불임금 해결 ▲부당노동행위자 징계 ▲본사직원과 3년 내 동일임금 등을 약속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SPC는 당시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다. SPC는 얼마 전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고, 화섬식품노조(파리바게뜨지회)는 ‘셀프 이행 완료’, ‘거짓말 잔치’라며 반박했다.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지회장들은 그래서 대구로 향했다.

 

6일 오후 2시 “쉬운 일이면 넘들 다 하쥬~ 안쉬운 일이니께 연대하는 거쥬”

오후 1시, 지부 사무실로 지회장들이 속속 도착했다. 강상대 지회장, 이호연 지회장, 김시봉 지회장, 최영수 지회장, 안종필 지회장, 두창훈 지회장, 한공연 지회장, 박성훈 지회장, 그리고 정선영 조직국장이 대구로 출발할 채비를 마쳤다.

가는 길, 차 안에서 두창훈 지회장에게 “파리바게뜨지회와는 업종이 다른 데다 대구는 거리도 먼데 어떻게 움직일 결심을 했느냐”고 물었다. 두 지회장은 “쉬운 일이면 넘들 다하쥬~ 넘들 다하믄 지회장을 안해야지. 안쉬운 일이니께 지회장부터 나서고 연대하는 거쥬. 업종 달라도 함께 하는 것이 전국노조고, 산별노조인 거니께”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정선영 조직국장은 “내년에 산별노조가 완성된다고 하는데, 전국의 단일한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도 파리바게뜨지회조차 함께 지켜내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이겠냐”며 되물었다.

이어 “제조업처럼 한곳에 모여 있는 게 아니니 전국적인 투쟁을 잘 조직할 수 있는 산별노조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움직이는 것이다.또한, 화섬식품노조 대구·경북지부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 지부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화학섬유연맹은 2022년 산별노조 완성을 선언하고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 참조)

지회장들을 태운 승용차는 함양 휴게소에서 한번 쉬었다. 쉴 틈도 없이 멈춰선 곳에서 매장 앞 선전전을 계획했다. 선전전은 대구구병원점, 대구두산위브점, 범어로데오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물을 나눠주고 피켓팅을 진행하였다.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물을 나눠주고 피켓팅을 진행하였다.

 

6일 오후 5시 “점주들도 SPC 욕한다. 나쁜 놈들이라고...”

대구에 도착한 뒤 지회장들은 세 개 지점으로 흩어져 선전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지점에서 일이 터졌다.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대구구병원점 가맹점주가 등장해 선전전 중인 지회장들에게 언성을 높이며 집회를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회장들은 정당한 집회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답하며 선전전을 이어갔다.

▲가맹점주협의회 회장과 만난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동지들

김시봉 지회장은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라서 그런가 다른 점주들보다 왜 선전전을 하는지 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가맹점 뒤에 숨어있는 SPC 본사에 대한 문제 제기 보다는 파리바게뜨지회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SH에너지화학 박성훈 지회장은 “얼마 전 매장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할 때 SPC 욕을 한참 하던 점주가 있었다. 점주들도 SPC를 욕한다. 나쁜 놈들이라고, 한 달에 본사로 500만 원 넘게 보내지만, 기사들 월급은 쥐꼬리라고. 점주들도 다 안다. 하지만 막상 제빵기사들 처우개선에 본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 전화를 해주는 점주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6일 오후 9시 “맡은 게 있으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야지~”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로 모였다. 새벽 홍보물 부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동선을 점검했다. 매장을 출근하는 제빵, 카페 기사들이 홍보지를 볼 수 있도록 문 앞에 부착할 계획을 세웠다. 대구는 중구,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각 구 군별로 담당을 정해 차를 타고 매장마다 방문하기로 했다.

총 170여 개 매장을 하룻밤 안에 방문하는 일정이다. 달성군은 너무 넓어서 제외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지회장들은 단칼에 거절했다. “아니 할만 하니께 다 적어 왔겄쥬~ 그리고 맡은 게 있으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야지~” 대구 달성군 면적은 서울의 3분에 2에 달한다. 대구를 하룻밤 안에 돌겠다는 목표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함께 움직일 조를 나누어 배치하고 구역은 복불복으로 정하였다. 11시 30분 모두가 잠들 시간, 한 손에는 홍보지를 한 손에는 차 열쇠를 들고 다 함께 문을 나섰다.

▲열심히 동선을 짜고 있는 이호연 지회장
▲밝은 모습으로 홍보물 부착에 나서는 지회장들
▲밝은 모습으로 홍보물 부착에 나서는 지회장들

 

6일 오후 11시 30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

두류공원에서 대리운전노동조합 조합원 2명과 함께 총 5개 조를 만들어 대구 시내 전역을 누볐다. 매장 간 거리가 다르고 좌회전이 안 되는 지역이 많아 동선을 짜기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달서구로 간 강상대 지회장은 “매장간 거리가 10km가 넘는 경우가 많아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제일 늦게까지 홍보물을 부착한 최영수 지회장 또한 “대구혁신도시부터 원도심까지 싹 훑어야 해서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넓은 지역인 동구와 중구를 맡았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나 달성군으로 간 조였다. 달성군 현풍읍은 대구보다 경남 창녕과 더 가까운 지역이다. 이호연 지회장은 “40km는 더 가야 첫 매장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오늘 안에 다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됐다. 달성군 절반을 겨우 돌고 배정받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던 참, 한숨은 함성이 되었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 한국애보트지회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홍보물 부착 활동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느낌이었다. 11시에 출발했는데 새벽 2시까지 안 끝나길래 ‘진짜 큰일이구나’ 싶었는데, 한국애보트 조합원을 만났다” KCC전주도료 한공연 지회장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뽑기를 제일 못한 줄 알았는데 제일 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애보트 조합원들의 합류와 도움으로 쉽게 임무를 완수한 한 지회장은 “연대의 힘이자 산별의 힘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애보트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 소속이다. 수도권본부 소속이긴 하지만 파리바게뜨지회와 마찬가지로 전국조직이어서 대구에도 조합원들이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 지회장이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4시였다.

▲홍보물이 제빵,카페기사들에게 닿기를...
▲홍보물이 제빵,카페기사들에게 닿기를...

 

7일 오전 9시 “화섬식품노조가 붙었는데 무슨 걱정이여~”

지난 새벽 홍보물 부착의 후유증인지, 여독 때문인지 다들 아침 늦게 기상해 익산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침은 국밥이었다. 국밥집에서 지회장들에게 물었다. “이길 수 있을까?” 김시봉 지회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을 봐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내지 않았냐. 또 화섬식품노조가 붙었는데 무슨 걱정이냐. SPC가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대구가 아니라 파리까지 쫓아갈 것이다. 업종, 지역 초월해서 연대하는 게 산별의 장점이다. 공동투쟁으로 파리바게뜨지회가 승리하는 게 진짜로 산별노조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조직국장은 지금 SPC가 화섬식품노조를 완전 물로 보고 파리바게뜨지회, SPL지회, 던킨도너츠비알코리아지회 전부 복수노조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덤비고 있다. (기사참조) 우리도 제대로 대응을 해줘야 한다. 대응을 못 하면 사업장에 노조 만들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으로 돌아가는 길. 안종필 지회장이 파리바게뜨 매장을 유심히 바라봤다. 안 지회장은 “저기에 홍보물이 아직도 붙어있네. 기사가 아직 안 뗀 것 같다. 예전에는 파리바게뜨 매장을 봐도 그냥 지나쳤는데 화섬식품노조 식구가 된 이후로는 계속 쳐다보고 궁금증이 생긴다. ‘이 빵은 우리 조합원이 만들었을까?’ 하면서…”라고 말했다.

지회장들은 다시 전북으로 돌아가 진행할 선전전부터 고민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파리바게뜨지회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투쟁에 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며 “회사보다 하루만 더 버티자!” 당부했다.

화섬식품노조는 파리바게뜨를 규탄하는 전국집중행동을 13일 전국에서 개최한다. 전국적인 기자회견과 1인시위에 나선다.

▲돌아가는길. 화이팅을 외치는 전북지부 지회장들. 파리바게뜨지회에게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돌아가는길. 화이팅을 외치는 전북지부 지회장들. 파리바게뜨지회에게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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