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상병수당 제도 기획 자문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지난 15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상병수당이란 노동자가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부상으로 인해 경제 활동이 불가할 경우,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득의 일정부분을 보장해 주는 사회보장제도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이미 운영 중이고 아직 도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과 미국의 일부 주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질병·부상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는 국민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이다. 업무와 관련된 질병·부상은 산재보험으로 보장하고 업무와 무관한 질병·부상은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한다. 현재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소득에 대한 보장 여부다. 산재 보험은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급여를 통해 소득의 일부를 보장해준다. 일부 기업에서는 취업규칙 혹은 단체협약을 통해 나머지 30%를 추가로 보장해준다. 국민건강보험은 치료비는 보장해 주지만 소득에 대한 보장은 없다. 엄밀히 얘기하면 국민건강보험법에 상병수당 지급의 법적 근거는 명시되어 있으나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이 없다. 산재의 휴업급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상병수당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기되곤 했다. 산재보험은 진입장벽이 워낙 높고(번거로운 행정적 절차, 당사자의 업무관련성 입증 책임, 결정까지 장시간 소요, 낮은 승인율) 이로 인해 적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상병수당을 도입하여 업무관련성 여부와 무관하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질병의 경과를 단축시키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질병유급휴가 도입에 관한 주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다(필자의 매일노동뉴스 칼럼 ‘전염병 확산 막기 위해 질병유급유가 도입 필요하다’ 참고, 2020.02.20). 지금도 도입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병가제도가 있는 사업장은 42.2%, 유급 병가제도가 있는 사업장은 7.3%에 불과했다고 한다. 다만 질병유급휴가제도는 사업주의 지불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 자영업자 등을 포괄할 수 없다. 상병수당제도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훨씬 포괄적인 제도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자 할 때 대부분 그렇듯이 상병수당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이다. 하지만 역시 대부분 그렇듯이 이는 단계적인 도입과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병수당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일정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상병수당이라는 꼭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일정 수준의 인상이라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용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2019년 6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상병수당과 유사한 ‘서울형 유급병가지원’제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해보았더니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게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런 변화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다. 불안하고 위태롭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한다. 제대로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상병수당이 꼭 도입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의 끊을 놓지 말자.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