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일부 개정안 등이 통과되었다. 개정안 내용 중 몇 가지가 눈에 띄어 소개한다.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도입

임금명세서를 받지 않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근로시간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제대로 임금은 받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임금명세서 미지급은 ‘공짜야근’을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근무 자체가 야근이 많긴 하지만 프로젝트 마감기간에 겹치냐 안겹치냐에 따라 그 변동 폭이 큽니다. 어느 달에는 총 근로시간이 300시간이 가까울 때도 있으며 연장 근로 및 야간근로 시간이 연봉계약서에 명기된 연장근로 52시간 및 야간근로 26시간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사무직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급+연장/야근수당이 포함되어 있는 계약서를 작성하게 시키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명확하지 않거나, 기록이 불가능한 직종이 아닙니다. 사내 프로그램을 통해서 명확한 출/퇴근 시간의 기록 및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 임금의 일부를 공제한 경우의 내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임금명세서를 서면(또는 전자문서)으로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근로기준법 제48조에 추가되었으며, 위반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

노동위원회 구제절차 도입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되어 있는 고용상 성차별을 겪거나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음에도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성희롱을 폭로했어요. 가해자들의 사과는커녕 대표님이 그냥 구두로 경고 조치 내렸다고 대신 사과한다고 한마디로 끝났고요. 저희는 그 후에 더 혹독하게 갑질 당했습니다. 외근업무 교통비도 주지 않고, 상여금도 정규직과 다르게 주지 않더니 결국 해고 통보받았습니다.

회사의 남자 직원의 성희롱에 대해 항의하고 피해를 호소하였는데, 회사에서는 성희롱 사안임을 은폐하고 피해자가 남자직원을 좋아한 것처럼 공개적으로 모욕했습니다. 그 전엔 포상까지 연속해서 받았는데 갑자기 업무평가도 최하로 바뀌었고, 이듬해에는 업무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에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조항만 있었기에 피해자가 시정이나 구제를 신청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노동위원회를 통한 불리한 행위 중지, 조치 이행, 배상 등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확정된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을 미이행한 경우,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외에도 △계약기간 만료, 정년 도래 등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부당해고 등이 인정되면 노동위원회가 구제명령을 할 수 있게 된 것. △노동위원회 이행강제금 부과한도가 3,000만 원으로 상향된 것, △임신 중 육아휴직 도입 등이 눈에 띈다. 노동존중이라 부르긴 민망하지만 그나마 실효성 있는 개정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빛바랜 장밋빛 노동공약

장밋빛 ‘노동존중’은 너덜너덜 해진지 오래다. △장시간 노동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 실시 △출퇴근 시간 기록의무제(칼퇴근법) 도입 등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겠다는 공약은 잊혀진지 오래다. △체불임금 외 동일금액(100%)의 부가금을 지급하는 부가금 제도 도입, △고액상습 체불사업주 반의사불벌죄 적용 제외,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에서 5년으로 연장과 같은 임금체불 근절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OECD 수준으로 절반 감축 △유해 위험작업 사내하도급 전면 금지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제도 도입 등 비정규직 대책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부는 ‘일자리 방역’을 외면하면서 코로나19 시기에 노동난민으로 내몰린 일터의 약자들의 등을 떠밀었다.

대선까지 1년. 정치권은 벌써 바쁘다. 선거가 시작되면 누더기가 된 ‘노동존중’ 공약들은 이름만 바꿔 '지켜지지 않을 약속'으로 부활할 것이다. 우리의 준비가 부족하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차악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지난 4년간 외친 ‘노동존중 이행’을 넘어서자. 정부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노동자의 요구를 토론해야 한다. 노조 밖 노동자들의 의제를 발굴해 세상에 외쳐야 한다. 대선까지 1년. 우리는 더 바빠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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