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안전”했던 타투이스트 도이, 동료들 죽음 앞에서 불이익 감수 결심하고 재판까지

화섬식품노조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이 28일 오전 열린 재판 후 법원에서 나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이 28일 오전 열린 재판 후 법원에서 나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타투이스트 도이(김도윤)가 28일 오전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도이는 법정에서 우리나라 타투가 합법화돼야 한다는 취지의 최후진술을 했다.

도이는 “삶의 4분의 3을 그림을 그리고 배우는 일에 할애”했고, “그중 절반은 타투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쌓기 위해 썼습니다”라고 말했다. 외국 타투스튜디오를 찾아가서 위생과 감염관리에 관한 교육을 받았으며, 위생에 대한 사회적 염려를 줄이기 위해 타투유니온이라는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했다.

도이는 지난해 2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타투유니온지회를 설립했다. 노조는 녹색병원과 협약을 맺어 국내 최초의 ‘타투 위생 및 감염관리 지침’을 제작하고, 교육하고 있다.

도이는 우리나라에서 합법이 아닌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면서도 늘 안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하면서부터는 그렇지 않으리라 예상했고, 그 결과가 이번 법정이라 했다.

재판에 설 것까지 예상하면서도 노조를 만들고 활동하는 이유는 뭘까?

도이는 “제 주변에 어린 작업자들이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혹은 그 직전까지 떠밀리는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표면적인 원인은 우울증이지만, 이들이 나락으로 몰린 이유는 한국에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었고, 저 혼자의 안전이 더이상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고 진술했다.

도이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미술 표현의 매체를 사람의 신체로 정한 미술가들”이 그림을 열심히 그린 대가로 얻은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전과와 벌금, 징역 그리고 부서진 삶”이라 증언했다. 이어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어린 미대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과정이었고, 이해할 수 없는 사법과 행정의 부조리”라 말했다.

도이는 이번 재판이 필요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판단이 상식적인지, 세계인의 보편적 눈높이에 맞는 판단인지에 대한 존엄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 “삶의 끝에서 무릎 꿇은 동료들에 대한 미흡하지만 진정한 위로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는 해외에서 아티스트 비자로 활동할 수 있는 세계가 인정한 예술가 직군이다. 특히 한국의 타투이스트는 손기술이 뛰어나서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아, ‘코리안스타일 타투’(파인타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타투를 의료행위로 간주하여 불법으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타투가 불법이 된 것은 1992년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은 일본 판례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작년 9월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는 ‘타투 의료행위가 아니다’란 판결을 내렸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타투 합법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도이는 마지막으로 “정말 국민의 보건과 안전이 염려된다면 이제 합법적인 제도 안에서 진짜 안전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 재판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타투를 하고 있는 20만 명의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재판이고, 타투를 가지고 있는 1300만 명의 국민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게 되는 재판입니다. 세계인이 지닌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눈높이에서의 판결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도이는 브래드피트, 스티브 연 등 헐리웃 스타부터 국내 스타까지 타투 시술을 하는 대표적인 타투이스트다. 이번 재판은 도이가 배우 ㄱ씨에게 타투 시술한 것을 온라인으로 본 누군가가,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하게 됐다.

노조는 타투이스트를 위해 일반 회사원들처럼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으며, 법률상담과 분쟁 중재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아래는 도이의 최후진술 전문이다.


제 삶의 4분의 3은 그림을 그리고 배우는 일에 할애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은 타투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쌓기 위해 쓰였습니다. 타투를 범죄화한 세계 유일의 국가인 한국에서 최대한 안전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일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외국의 타투스튜디오를 찾아가서 위생과 감염관리에 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또 위생에 대한 사회적 염려를 줄이기 위해 타투유니온이라는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녹색병원의 도움을 얻어 국내 최초의 타투 감염관리 지침을 제작하여 교육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문화예술노동자로 자긍심을 가지고 더 나은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반 회사원들처럼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고, 법률상담과 분쟁 중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예술인복지법 개정, 표준계약서 작성 등 다양한 행정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장서서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래드 피트나 스티븐 연 같은 유명 헐리우드 스타들의 아티스트라는 홍보하기 좋은 이름값 덕도 있지만, 이 산업 안에서 조금 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을 선후배들이 인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제 스튜디오는 매달 타투이스트들과 다양한 예능인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이기도 했고, 어려운 일을 당한 선후배들의 상담소이기도 했습니다. 제 스스로의 행실을 다스리는 것으로 손님을 가려 받을 수 있었고, 위험에서 벗어난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동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늘 안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타투유니온을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 법정입니다. 이 미련한 선택을 하게 된 계기들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 어린 작업자들이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혹은 그 직전까지 떠밀리는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표면적인 원인은 우울증이지만, 이들이 나락으로 몰린 이유는 한국에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었고, 저 혼자의 안전이 더이상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들은 변심한 손님에게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돈을 노린 협박과 범죄에 노출되어 경찰 수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동료들은 지난 몇 년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미술 표현의 매체를 사람의 신체로 정한 미술가들입니다. 그림을 열심히 그린 대가로 얻은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전과와 벌금, 징역 그리고 부서진 삶입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어린 미대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과정이었고, 이해할 수 없는 사법과 행정의 부조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을 조직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습니다. 혹은 필요했습니다. 저는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에서 한 장르를 대표하는 타투이스트이고, 지금까지 작업을 해오면서 단 한 건의 트러블도 없었던 당당한 작업자입니다. 일반적인 국제 위생 규정 이상의 위생상태를 지켰고, 정해진 규정이 없는 한국 사회에 더 나은 규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작업 외적인 부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선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제 과실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이 재판과 같은 기회가 있다면, 제 귀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판단이 상식적인지, 세계인의 보편적 눈높이에 맞는 판단인지에 대한 존엄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재판은 제 기도의 응답입니다. 또 삶의 끝에서 무릎 꿇은 동료들에 대한 미흡하지만 진정한 위로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판사님, 92년도 판례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합법적으로 타투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설령 의사가 타투를 하더라도 사용되는 모든 도구가 의료용품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인 타투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정치인, 경찰, 의사 심지어 검사님까지 눈썹이나 아이라인, 작은 그림 타투를 원하면 당연히 저에게 오거나 병원에 불법계약이 되어 있는 또 다른 저와 같은 비의료인을 찾아갑니다. 정말 국민의 보건과 안전이 염려된다면 이제 합법적인 제도 안에서 진짜 안전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 재판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타투를 하고 있는 20만 명의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재판이고, 타투를 가지고 있는 1300만 명의 국민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게 되는 재판입니다. 세계인이 지닌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눈높이에서의 판결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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