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1, 2차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라
▲은폐시도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라
▲군대 내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 시스템 작동을 정상화하라
▲성범죄자에 대하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라
▲국방부는 군대내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고 인권친화적이고 젠더친화적인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 힘쓰라

충남의 제정당시민사회단체는 4일(금) 서산 해미 공군제20전투비행단앞에서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병영문화를 인권친화적으로 시급하게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그 속에 젠더친화적 병영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기관의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사진. 최효진)

정의당 충남도당 이선영 도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녕하지 못한 시대인만큼 안녕하냐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시절"이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글을 보낸다며, 이번 사건은 "상관들로부터 사건을 덮으라는 회유를 받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사건"이라고 정의하며 "모두의 마음을 모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추모한다"고 전했다.

전교조 김종현 충남지부장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두 아이의 부모로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죽음 앞에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창피하고 미안하다"며 "성폭력의 지속은 두려움과 침묵이라며, 성폭력 신고를 한 피해자가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는 나라를 기원"하고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싸워나갈것을 다짐했다.

[기자회견 발언 전문]
이선영(정의당 충남도의회 의원)

이선영 의원
이선영 의원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지 못한 시대인만큼 안녕하냐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시절입니다. 정의당 이선영 충남도의원입니다. 최근 충남 해미공군부대에서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상관들로부터 사건을 덮으라는 회유를 받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참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모두의 마음모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사건을 보고받고 대통령님은 “피해 호소를 했는데 군에서 그걸 묵살하고 은폐하고 합의하려 했을 때 본인이 얼마나 절망했겠느냐”고 크게 격노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울러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재차 지시하셨다니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느 때처럼 우선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일처리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군대내 성폭력 범죄는 60%이상이 상습적으로 반복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성범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생전의 이중사가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에게 보낸 “회식 때마다 왜 이런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문자는 참으로 가슴아프게 합니다. 그만큼 군대내에서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래도 피해자의 신고는 무시되고 그렇게 무시당한 피해당사자들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이제 반복되는 이 악연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사건이 터지면 일시적으로 관심갖고 떠들다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그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이 횡행하는 군대의 조직문화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합니다. 그것은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건의 고비고비마다에서 해야할 역할을 망각하고 회유.압박.보고누락.은폐한 지휘관을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사건의 엄중함에 따라 공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이 책임져야하는 상황도 있겠지요. 이번 사건은 공군에서 일어났지만 또 어느 병영에서 이와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은폐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군대의 모든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의 군 문화는 사고 한 건 터지면 그 지휘라인 간부들 진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를 쓰고 은폐, 회유, 압박 등을 하는 것이라 봅니다. 단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없으면 좋겠지만 이왕 발생했다면 절차에 따라 신속히 조사 및 조치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수습과정은 인사에 반영해야 하구요. 

대통령님, 성범죄 가해자 및 은폐시도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하고 군대문화를 개혁해 주십시오. 성범죄를 인지하면 가해자 분리, 피해자 상태를 즉각 국방부에 보고하도록 되어있으나 사문화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문화된 성범죄자 메뉴얼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해 주십시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개인이 가진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군의 특수한 상황이라는 명목하에 인권을 유린하는 상명하복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이며 불평등한 군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성추행과 인권유린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했던 한 생명이 절망과 고통 속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국가의 책무 방기로 인한 죽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는 절망의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없도록 군은 폭력과 위계가 아닌 자율과 민주의 인권친화적인 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군대문화 개혁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고맙습니다.

 

김종현(전교조 충남지부 지부장)

전교조 충남지부 김종현입니다.
먼저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에 빠져계신 피해자 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용기 내어 피해 사실은 신고했지만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거치지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성폭력 피해자들을 추모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 했습니다. 지난 5월에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네분이 죽음으로 항거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두 아이의 부모로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죽음 앞에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그리고, 참으로 창피하고 미안합니다.

나라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명예로운 군인의 길에 자신의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조직을 믿고 자신이 당한 폭력을 용기내어 신고한 사람이, 조직과 주변 동료들에게 느꼈을 배신감과 그 막막함을 우리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폭력과 부조리한 구조, 방관하는 죄를 묻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마음을 우리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 일은 개인의 일탈도, 몇몇 간부들의 잘못도 아닌 대한민국 군대의 구조적, 총체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4년 전 해군본부와 15사단에도 똑같은 죽음이 있었고, 보도에 따르면 20전투비행단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에도 불법 촬영을 비롯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가장 초보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차 안 되는 조직이라는 사실과 2, 3차 가해를 조직적으로 하는 모습에서 대한민국 군대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됩니다. 

오죽하면, 군인권센터의 성폭력 실태조사결과 여군 90%가 “군 내 성범죄를 당해도 대응하지 않겠다”고 답했겠습니까. 

저는 25년 장교로 전역한 사람입니다. 일과 후 독신장교 숙소에서 매일 같이 반복되던 폭력과 강제적 회식이 25년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다시금 참담함을 느낍니다.

저는 희망합니다. 대한민국 군대가 명예로운 군대가 되길 원합니다.

성폭력의 지속은 두려움과 침묵이라고 합니다. 저는 성폭력 신고를 한 피해자가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는 나라를 원합니다.

늘 우리는 죽음 앞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쟁하겠다. 끊임없이 다짐했습니다. 오늘도 또 다짐합니다. 투쟁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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