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정의로운 산업전환 운동 돌입 선언 … “정부, 자본편향 산업전환 중단하라”

금속노조가 정의로운 산업전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가칭 공동결정법 입법으로 노동자를 산업전환 과정의 주체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6월 16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대기업 몰아주기식 산업전환을 비판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재편은 자본 쪽으로 기운 불공정한 방식이다. 노동자, 작은 사업장 등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라며 “금속노조가 이를 막고 노동이 함께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라고 선언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첫 단추는 올해 금속산업 사업장 노·사가 맺을 산업전환협약이다”라며 “산업 재편기 노동자 고용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물려주는 데 산업전환협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는 민주적인 산업전환과 노동자 참여를 제도로 보장하기 위해 국회 국민동의청원 방식으로  ‘공동결정법’ 입법 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노조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당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노조가 요구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 공동결정법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산업전환 과정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가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교섭단위에서 산업전환 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가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교섭단위에서 산업전환 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변백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재편은 자본 쪽으로 기운 불공정한 방식이다. 노동자, 작은 사업장 등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금속노조가 이를 막고 노동이 함께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변백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재편은 자본 쪽으로 기운 불공정한 방식이다. 노동자, 작은 사업장 등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금속노조가 이를 막고 노동이 함께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변백선

“미래 세대 제조업 물려주려면 꼭 필요”

노조는 6월 24일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한다. 전날인 23일 세종시 노동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공동결정법 입법 운동 돌입을 선언한다. 노조는 결의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에 친재벌·노동 배제 산업전환 정책폐기를 요구한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개별 사업장 요구를 알리기란 만만찮다. 노조는 “개별 사업장 역할도 필요하지만, 산업전환에 관한 모든 문제를 각 사업장 노사가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산별노조 강화와 산별노조할 권리 확대를 주장했다. 노조는 ▲사용자단체 범위 확대 ▲기업별 교섭 강제하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기 ▲ILO 기준에 맞는 쟁의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자동차·조선·철강·항공 업종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인 정주교 노조 부위원장은 “완성차 자본은 전기차 등 새로운 생산 영역을 외주화해 무노조 사업장에 몰아준다. 산업전환 대응을 빌미 삼아 있던 일자리를 없애고, 고용 보장 없는 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를 늘린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미래차 정책이 현대·기아차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도성대 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부품 없는 자동차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부품사업장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도성대 지회장은 “정부가 시급하게 나서지 않으면 대부분 자동차 부품사는 도태된다”라며 “완성차 사업장보다 절대적으로 열악한 부품사업장이야말로 정부의 실질 지원책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황의택 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은 상용차 산업이 위기라고 제기했다. 황의택 사무국장은 “트럭, 버스 부품을 만드는 서연인테크에서 일한다. 현대차 전주공장, 타타대우상용차 등 전북에 상용차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다”라고 소개했다.

금속노조 소속 완성차, 상용차, 부품사, 조선소, 철강, 항공기계 사업장 대표자들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동이 참여하는 산업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 소속 완성차, 상용차, 부품사, 조선소, 철강, 항공기계 사업장 대표자들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동이 참여하는 산업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 소속 완성차, 상용차, 부품사, 조선소, 철강, 항공기계 사업장 대표자들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동이 참여하는 산업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 소속 완성차, 상용차, 부품사, 조선소, 철강, 항공기계 사업장 대표자들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동이 참여하는 산업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부품사·상용차 산업전환 대책 절실”

황의택 사무국장은 “국내 상용차 물량이 계속 감소해 상용차 관련 노동자 수가 지난 2년 사이 3천 명이 줄었다”라며 “정부는 현실은 외면한 채 군산형 일자리 확대 명목으로 세금을 퍼부어 전기트럭·버스 공장을 짓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있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정부가 우선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신태호 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요즘 조선산업에서 친환경, 신기술 개발이 화두다. 그런데 정부와 자본은 미래 조선산업을 준비한다면서 정작 노동자 참여는 완전히 배제했다”라며 “심지어 정부는 조선소 숫자 줄이기를 산업전환이라 착각하고 있다.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태호 수석부지회장은 “미래산업에 대비한다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합병시키고 중형조선소를 없애는 등 산업생태계를 파괴하고 독점을 키우고 있다”라며 “정부는 조선산업이 미래에 전방위로 발전할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철강업종 노동자들도 노동자 참여 없이 정부와 자본이 밀어붙이는 산업전환을 반대한다. 목수조 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포스코가 탄소배출 문제해결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으나 노동자들은 사측이 어떤 과정과 방향으로 산업전환을 추진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목수조 수석부지회장은 “철강산업에서 산업전환 역시 제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노동자 의견은 무시한 채 자본 이윤과 생산성 향상을 우선하는 산업재편은 노동자들의 큰 희생을 불러올 뿐이다”라고 규탄했다.

경남 사천 항공산업단지 노동자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진영 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장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지적했다. 최진영 지회장은 “정부는 항공산업이 미래먹거리라고 말하지만 정부의 항공산업 정책은 10년은커녕 1년도 내다보지 못할 형편없는 수준이다. 정부는 금속노조의 구체적인 요구를 꼼꼼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산업전환 정책을 함께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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