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노조] 전북평등지부 익산장애인콜택시분회 김익기 분회장 인터뷰

민주노총전북본부 가맹산하 조직 인터뷰 <어쩌다 노조> 코너입니다. 노동조합이 불온시되는 사회에서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분회장 김익기입니다."

Q.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저희는 장애를 가지신 분 이동지원을 합니다. 병원을 갈 때라든지, 개인적인 이유래도요. 그래서 저희들이 있는 곳을 특별이동지원센터라 합니다. 옛날에는 익산장애인콜택시였는데 이게 광역화 되면서 익산시특별교통수단이동지원센터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작년 1월부터 광역이 됐는데, 전에는 저희가 익산시내만 운영했다면 이제는 전라북도 전체를 다 갑니다. 익산이 전라북도 내에서는 정말 중요한 거점이에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장거리 문의가 많은데 익산역이 있으니까 여기로 기차가 도착하면 익산에 내려서 정읍이나 부안이나 다 가는 거죠."

대다수 장애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은 다른 장애인의 이동권을 담당하고 있다.
대다수 장애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은 다른 장애인의 이동권을 담당하고 있다.

Q. 노동조합에 가입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함께 일하는 직원 26명중 22명이 장애인입니다. 저도 역시 장애인이구요. 그리고 저희들 26명 평균 연령이 55세 이상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고용한 장애인단체에서 오히려 갑질을 하도 많이 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Q. 어떤 갑질을 경험하셨어요?

"여기 센터 수탁기간이 3년인데 저희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하거든요. 그러면 사측에서 고용을 빌미로 갑질하고 직원들의 목을 졸라요. 1년마다 단기 계약하는 비정규직인데 “너희들 나이 많고 장애인 되어가지고 갈 데가 어디 있냐. 내 말 잘 들어라. 지금 들어올 사람 줄 서있다.” 이런 식이에요. 협박이잖아요. 이런 대우를 바꿔야 되겠다 싶어서 노동조합을 가입했습니다."

그렇게 운영을 못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직원들에게 다 전가합니다

Q. 전북지체장애인협회에서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거지요? 이곳은 얼마 전에도 갑질로 문제가 됐던 곳이예요.

"네, 사실 지체장애인협회 자체가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지체장애중앙회가 있고 그 밑에 산하에 전북지체장애인협회 도협회가 있고 그 아래에 익산지회가 있거든요. 대체적으로 지회장은 도에서 그냥 내려 보내는 겁니다. 전임 도회장도 문제가 돼서 해임되는 일이 있었고요, 새로운 도회장에게 면담요청을 했는데 거절을 하더라고요."

지난 2018년에 전북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이 계약직 노동자에게 폭언 등 갑질을 하고 보조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협회장을 사퇴했다. 같은 해 익산지체장애인협회 협회장도 장애인콜택시를 개인전용차처럼 출퇴근용으로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2017년에는 부안지체장애인협회 지회장이 장애인콜택시 노동자와 직원들에게 폭언, 욕설, 부당해고를 일삼아 문제가 됐었다.

"운영하는 부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런 수탁단체는 공명하고 투명해야하는데 지금 운영하는 거 보면 거의 개인 사업체 운영하듯이 하거든요.

예를 들면 작년 2020년도에 익산 센터의 민간위탁금이 11억6천만이 나왔는데 그 중에 1억을 이월했어요. 2019년도에는 6천2백만을 이월했고 해마다 이월액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운영을 못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직원들에게 다 전가합니다. 예산이 없으니까 평일에 하루 쉬고 주말에 대체근무해라 그랬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닌 거예요."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익산장애인콜택시분회 김익기 분회장

Q. 근무도 교대근무로 하신다고 들었어요.

"근무시간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거예요. 저희들 지금 6교대하거든요. 옛날에는 8시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정상근무 했는데 지금은 출근 시간이 7시, 8시, 9시, 10시, 1시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7시 출근하는 사람들은 4시 퇴근, 8시 출근하는 사람들은 5시 퇴근해요. 맨 마지막에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사람은 10시에 퇴근 하거든요. 연장수당을 안주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 교대근무를 시키는 거예요. 왜 이렇게 하느냐, 돈이 없어서 그렇대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예산을 이리 이월하면서도 이렇게 하니까 저희들이 더 분개하는 겁니다."

(6교대를 하면 차량이 쉬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이용자분들도 굉장히 불편할 것 같은데요)

"예전처럼 26명이 똑같이 근무하면 이용자들이 편리할거 아닙니까. 언제든지 부를 수 있으니까."

Q. 수탁단체가 운영을 불투명하게 한다는 거죠?

"그렇죠. 차량유지비를 예로 들어볼게요. 2020년 6월에 전년보다 2대 증차(24->26대)가 됐습니다. 2019년도 차량유지비는 2천800만원이었는데 2020년도 차량 유지비는 4천400만원이예요. 차량 유지비가 1천 600만원이나 늘었는데 익산시는 왜 그렇게 늘었는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정황상 비리를 의심을 하는 거예요.

작년 말에는 기존에 없던 ‘국장’이라는 직책을 만들고 국장에게 별도 수당을 줬어요. 3개월 동안 임금으로 980만원이 나갔더라고요. 국장이지만 사실 저희와 같은 운전기사였거든요. 직책을 부여하고는 운전도 안했어요. 차량 1대를 놀렸던 거죠. 센터장이 자기 마음대로 운영하는 거에요.

또 저희 장애인들 같은 경우에 장애인 고용 장려금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요. 적게 잡아도 연간 8,000만 원이에요. 저희들은 단 1원도 본 적이 없어요. 우리한테 사용하지 않은 겁니다. 고용공단에 물어보니까 복리후생에 사용하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이게 입법화가 안됐기 때문에 자기들이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불합리한 게 어디 있냐. 일반기업은 몰라도 여기는 장애인단체고 우리는 당사자 아니냐' 이렇게 하소연을 해도 들어주는 데가 없어요."

Q. 그런데도 익산시청은 가만히 있는 건가요?

"시에서는 운영에 대해서는 개입을 못 하겠다고 이야기해요. 센터장은 익산지체장애인협회 일을 하면서 다른 회사를 따로 운영하는데 시청 일도 많이 받아서 한다고 그러고요.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전 의원과도 관계가 깊어요. 그래서 센터장이 하는 말이 자기 뒤로 정치인도 있고, 시의원, 도의원도 많다는 거죠."

황인원 센터장은 수년 간 더불어민주당전북도당 장애인국장을 맡은 인물이다. 그의 SNS 게시물에는 안부를 묻는 의원들의 댓글이 달려있다.

5월 13일에 민원이 들어오고, 5월 17일에도 동일인이 또 민원을 넣은 거예요. 제 해고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5월 13일에 공고되고, 5월 17일에 열렸어요. 이렇게 공교로울 수 있나요?

Q. 조합원은 총 몇 분인가요?

"지금 총 직원 26명 중 13명이 조합원이거든요. 이게 참 우스운 게 저희들이 민주노총 노동조합을 가입하니까, 회사에서 한국노총을 만들어서 거기에도 13명입니다. 이렇게 하는데 얼마나 억장이 무너집니까. 본인은 쏙 빠지고 노노갈등으로 몰고 가는 거예요. 지금 시에서도 본인은 빠지면서 노노갈등이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전북평등지부는 매일 익산시청,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앞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진행해왔다.
전북평등지부는 매일 익산시청,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앞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진행해왔다.

Q. 사측에서 한국노총의 가입을 강요하며 압박하지 않나요?

"저희들에게 증거는 없죠.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하고는 대화도 하지 마라는 식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속된 말로 회유해서 데리고 가는 거에요. 제일 중요한건 1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니까 그게 족쇄에요."

Q. 분회장님은 노동조합 가입 직후 해고를 당하셨다고 했는데, 해고를 당하신 사유가 무엇인가요?

"회사가 두 가지 이유를 들었어요. 하나는 예산이 줄어서이고, 또 하나는 민원이 많아서라고 해요. 1년에 두 건 이상 민원이 들어오면 징계대상이 되거든요. 노동조합에서 교섭요구 공문을 보낸 게 5월 10일인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5월 13일에 민원이 들어오고, 5월 17일에도 동일인이 또 민원을 넣은 거예요. 제 해고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5월 13일에 공고되고, 5월 17일에 열렸어요. 이렇게 공교로울 수 있나요? 그걸 가지고 사측에서는 계약 만료로 결정한 거에요. 제가 볼 때는 부당해고인거죠.

한 달에 보통 180-200건 운행하거든요. 그럼 1년에 약 2,000건 이상 운행한다는 거죠. 2,000명이 다 저를 좋아합니까. 두 건이면 0.1%의 민원이잖아요. 누구나 다 당할 수 있는 거예요. 민원을 이용해서 조합원들을 구속하는 거예요.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섭도 잘 안되고 있다면서요?

"오늘(7월 14일)까지 단체협상을 5차례 했는데 사측안은 하나도 제시된 게 없습니다. 저희들이 제시한 협상 내용에 대해 전부 반대로 말해요. 예를 들어 정년 같은 경우, 장애인이동지원센터 규정에는 만 67세로 정년기준이 되어있는데 이번에 단체 협상할 때 사용자 측에서는 만 60세를 정년으로 하겠다는 거예요.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도 한 시간도 안 주겠다는 거예요. 그건 노조하지 말라는 거잖아요. 그러니 무슨 대화가 됩니까, 대화가 안 되죠.

노동위원회 조정까지 가서 우리는 임금조정안을 수용했거든요. 저희들은 돈을 많이 달라는 게 아니었어요. 정말로 고용불안 없애고 인간적인 대우해주고 똑같이 해달라는 거였는데, 회사는 조정안을 거부했습니다."

Q. 회사가 의도적으로 교섭을 해태하는 거라고 봐야겠는데요.

"제가 오늘(7월 14일)도 물어봤어요. 이 사측안을 누가 만들었냐. 센터장은 본인이 아니라 노무사가 만들어 준거 그대로 가지고 왔대요. 노무사 두 사람을 데리고 왔어요. 반노동자적인 걸로 유명한 노무사라고 하더라고요. 노무사 쓸 돈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라 그랬죠. 기본이 안 되어 있어요."

회사측이 선임한 남상간 노무사는 수년 전 체당금 불법 수령으로 물의를 빚고 과태료 및 징계처분을 받았다.

속된 말로 우물 팔 데가 생겼죠

Q. 가입할 때 민주노총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좀 더 우리 노동자를 위해 대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홈페이지 들어가서 저 나름대로 살펴보고 노동조합을 가입한다는 게 처음이다 보니까 근로기준법도 읽어보면서 한 달 정도 공부하고 조사해보고 결정을 했습니다."

Q. 분회장님이 앞장서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연이 좀 복잡해요. 제가 4월에 가입 상담하러 노동조합을 방문했었거든요. 사람을 모으는 역할은 다른 동료가 하기로 했었는데, 이 친구들이 다 회사 측으로 빠져버린 거예요. 결국 제가 이 모든 걸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5월 3일 날 저희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했는데 인원이 15명 정도 됐거든요. 그 때부터 난리가 났죠. 결국 나갈 사람들은 다 나가고 8명이서 시작했습니다."

익산장애인콜택시분회 조합원들은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에도 연대하고 있다. 사진은 김익기 분회장이 무주 하은의집 대책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무주 하은의 집은 장애인 학대 사건이 발생한 시설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진상조사와 탈시설 계획 수립 요구를 하며 전북도청, 무주군청을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Q. 힘든 상황에서 책임을 맡게 되셨는데, 어떤 결심이 있으셨을까요?

"처음 민주노총에 상담하러 가서도 말씀 드렸는데 저는 환갑, 진갑 다 지났습니다. 저는 이건 아니다, 우리 동료들, 선배, 후배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처음에 노동조합 시작할 때 '해고당할 수도 있다' 동료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물러서지 않을 각오가 있었어요."

Q. 노동조합이 의지가 되고 있나요?

"그렇죠. 예를 들어 집회할 때 각 지부에서 연대해주시는 것도 그렇고 또 제가 모르는 걸 물어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노동조합이 처음이다 보니까 인맥이라든지, 네트워크라든지 아니면 갈증 날 때 언제든지 가서 물어볼 수 있고 물어보면 답변도 잘 해주시더라고요. 속된 말로 우물 팔 데가 생겼죠(웃음)."

노동조합은 7월 20일부터 4일간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은 7월 20일부터 4일간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Q. 조합원들과 함께해서 더 의지가 되는 부분도 많으시죠?
"어려울 때 같이 서로 속마음을 터놓잖아요. 의논하고 싶을 때 이야기하고, 서로 잘못에 대해서 지적도 해주고요. 우리 조합원들이 13분인데 그 중에서 여성분이 두 분이거든요. 분명히 민주노총 가입하면 재계약에 불이익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회사 쪽으로 안가고 함께 해 준 게 제일 고마웠어요. 두 분 다 저녁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난 여기에 힘을 실어 야겠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정말로 고맙더라고요."

Q. 노동조합 활동 하시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렵고 힘들게 다가오시나요?

"노동조합 자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 더라고요. 제가 컴퓨터 보고 근로기준법 찾아본 것과 현장하고는 너무나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교섭하면서 너무 실망을 많이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억지 부릴 때 승질나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잖아요(웃음). 저희 와이프도 그래요. 이 나이에 무슨 노동조합을 하려 그러냐, 손자들이나 보지. 그럴 때 힘들죠. 다행이 요즘은 적극적으로 지지해줍니다. 그래서 많이 힘이 되더라고요. 제가 언제까지 살진 모르지만 이게 제일 보람될 것 같습니다."

Q. 노동조합 가입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요?

"저는 정말로 노동조합하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 전에는 시청에 가서 그렇게 떠들어도 한 사람도 우리 노동자를 도와주는 사람 없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여러 사람이 도와주잖아요. 저희들처럼 이렇게 호소할 곳 없고 기댈 곳 없는 노동자들이 많을 거란 말이죠. 그럴 때는 진짜 용기내서 노동조합 가입해보면 좀 새로운 길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노동자가 있으시다면 꼭 노동조합에 가입하세요."

노동조합은 7월 20일부터 4일간 파업을 진행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익산시청과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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