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물품 정리’ 소식에 시민들 광화문으로··· 市 일단 후퇴
유족 측, “공사 이후 추모공간 세우자 했지만, 서울시가 거절”
서울시 다음주 철거 통보···유족들, 오늘부터 노숙 농성 시작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추모공간을 정리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추모공간 내 물품을 가져가려다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26일 추모공간 철거 통보를 내린 상태라, 유족들은 대안이 나올때까지 노숙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총무과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23일 오후 4시경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한 기억공간을 철거에 앞서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한 ‘기억물품’들을 가져가기 위해 포장박스를 들고 추모공간에 진을 쳤다.
이같은 소식이 SNS를 통해 퍼지자,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광화문으로 모여 서울시 공무원을 저지하고 나섰다. 결국 서울시 측은 준비했던 포장 물품을 가지고 되돌아갔다. 서울시는 기억물품을 수집해 ‘서울기록관’에 보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인 故유예은 씨의 아버지인 유경근 씨는 “우리는 광화문 공사에도, 이로 인한 철거의 필요성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서울시가 공사 이후 이곳에 추모공간을 만들어 시민의 기억으로 남기기로 약속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서울시가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광화문 광장에는 그 어떤 공간도 만들지 않겠다고 해서 철거를 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는 “긴급 상황이라는 소식을 듣고 많은 시민들이 달려와주셨다. 시민들이 모여주시고 또 서울시청에 항의하신 것이 힘이 됐다. 앞으로도 관심과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26일 철거를 예고한 서울시의 통보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대안이 나올 때까지 추모공간에서 노숙 농성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