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 28일 민주노총서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 열어
해외 사례와 시대적·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 강조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에서 제도화 및 일하는 학생이 요구하는 노동교육 제기

“학교부터 노동교육을 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정치, 경제, 언론, 문화, 사법 등 각 영역에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정보를 얻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단지 많은 사람이 노동자로 살아가기 때문에 노동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서 노동의 문제, 노동자의 문제, 또 노동조합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민주노총과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가 2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과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가 2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과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가 2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외 사례와 시대적·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노동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튜브로도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약 100여 명이 시청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토론회에 앞서 운동본부 공동 상임대표이기도 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학생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배우는 것이 우리 사회의 주인이 노동자임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노동자가 사회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함께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국회의원 또한 “운동본부와 함께 노동교육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학교부터 노동교육이 제대로 이뤄져 노동의 가치와 노동존중에 대한 교육으로 시민들이 노동인권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송주명 한신대 교수, 강윤호 이천제일고 교사,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사장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사회는 장지철 전교조 사무총장(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맡았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해외 노동교육 사례와 한국에서 학교 안 노동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했다. ⓒ 송승현 기자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해외 노동교육 사례와 한국에서 학교 안 노동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했다. ⓒ 송승현 기자

박노자 교수는 프랑스와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해외 사례를 들어 “한국에서도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이들 국가 학교에서는 초·중학교때부터 시민교육과 역사교육 시간에 노동자 권리 쟁취를 배운다. 이는 학교 졸업 후 노동조합 가입으로 이어지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마냥 부정적인 인식만 제고하지 않게 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스웨덴에 노동박물관이 많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당시 노동자들이 영국 역사를 만든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이벤트가 펼쳐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를 “학교부터 노동교육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노자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인 심화학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노동교육의 방향”이라며 “시민교육과 결합해 ‘시민 즉 노동’이란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2016년 서울 성북·강북·송파 지역 3개 학교 5개 학급 초등학생 11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2.7%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 것으로 드러났다(“노동 생각하면 노예 떠올라…내 꿈은 노동자가 아니에요”, 경향신문 2016년 4월 28일자). 박 교수는 이를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노동자가 되지만, 노동을 무시한 교육 결과로 (초등학생들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하며 “학교부터 노동교육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인 심화학습을 해나가며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각종 편견, 반노동적 경향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시대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으로 살펴보는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송승현 기자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시대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으로 살펴보는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송승현 기자

송주명 교수는 학교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문화적, 시대적, 사회적 맥락에서 살폈다.

송 교수는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에 놓여있다. 특목고와 특성화고 등 학교교육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학생들의 존재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라며 “학교 또한 중요한 노동공간으로 발전한다”라고 강조했다. 학교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보편적인 복지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이 학교교육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학교라는 공간은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장치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는 학교가 노동의 공동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많은 부분에서 노동을 둘러싼 갈등이 존재한다. 학교부터 노동교육이 가능하려면 갈등을 넘어 학교가 보다 노동존중 공동체로 진전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학교에서 어떻게 노동교육을 반영할 수 있을까. 송 교수는 이를 위해 ▲노동교육 교과목을 만들어 전문적으로 가르칠 것 ▲사회과 과목에서 노동교육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서 노동교육이란 방향성을 반영할 것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는 것으로서의 노동인권 외에도 삶으로서의 노동인권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다양한 노동인권이 모인 학교란 공동체가 노동존중의 공간으로 적극 재구성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장윤호 이천제일고 교사는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과 학교에서 노동교육에 관한 발제를 했다. ⓒ 송승현 기자
장윤호 이천제일고 교사는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과 학교에서 노동교육에 관한 발제를 했다. ⓒ 송승현 기자

장윤호 교사는 학교부터 노동교육에 대해 “노동자 민주시민 양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 교사는 “노동교육 활성화를 위해 2022년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은 ‘인간존엄, 노동존중 철학’을 반영해야 하고,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재량권, 자율권 확대로 다양한 교과에서 노동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2022년 교육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노동교육 강화를 주요한 시대적 과제로 채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 교사는 학교부터 노동교육을 위한 국가교육과정 개정 방향안으로 교육과정 문서에 ‘노동’이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할 것과 추구하는 인간상과 핵심역량에 ‘노동자 시민’의 관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등학교와 범교과학습영역, 진로·직업 교육에서 노동교육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각 교과목에서 노동을 가르치면 되지, 전문 교과목을 만들어야 하는가’란 질문에 장 교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국어를 사용해서 수학을 배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학시간에 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각 교과목에서도 노동 관련 수업을 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기에 필수교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사장은 일하는 청소년과 청년이 요구하는 학교부터 노동교육에 대한 현장사례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사장은 일하는 청소년과 청년이 요구하는 학교부터 노동교육에 대한 현장사례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이상현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일하는 청소년과 청년이 요구하는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소개했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지난해 직업계고등학교 3학년과 졸업생 7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데 따르면 학생들은 현 노동교육인권의 운영상 문제점으로 ‘취업할 때 부당한 일이 생겨도 참으라 한다. 어차피 다녀야 하고 취업을 또 못 시켜주니까’ ‘형식적으로 영상만 틀어놓고는 한다’ ‘사회에 나와서도 도움이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반면 ‘시각자료가 다양해서 좋았다’, ‘전문강사가 오는 노동인권캠프가 도움이 됐다’, ‘작은 것이라도 야근수당이 얼마인지 최저시급으로 몇 시간 일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등 효과가 있었던 노동교육을 뽑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장의 학생들은 사회에 나갔을 때 실제 맞닥트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노동교육을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야간수당을 못 받으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실업급여와 4대보험이 왜 필요한지’, ‘현장실습 임금 지급기준과 휴게시간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등 노동교육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이사장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동교육, 생활과 문화에서 함께 익히는 권리의식,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이사장은 “많은 사람의 요구와 노력으로 1년에 1~2시간씩 노동교육이 이뤄지고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며 “부족한 노동교육을 해봤기에 앞으로는 더 전문적인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가 2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과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가 2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토론회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토론회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토론회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토론회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윤미향 국회의원이 토론회 전 인사말을 통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을 위한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윤미향 국회의원이 토론회 전 인사말을 통해 학교부터 노동교육을 위한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이날 토론회 사회는 장지철 전교조 사무총장이 맡았다. ⓒ 송승현 기자
이날 토론회 사회는 장지철 전교조 사무총장이 맡았다. ⓒ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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