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농성
‘단식 농성 일주일 째’ 이은영 수석부지부장 인터뷰
“상담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게 ‘공정’인가요?”

건강로 32.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름을 따 지은 주소다. 공기관들이 모여있는 강원도 원주시 ‘혁신도시’에 자리잡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24일째 이곳 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의 정규직화. 올해 2월부터 크고 작은 파업들을 이어온 이들은 지난 7월 1일부터 3차 파업을 시작했다. 23일에는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일주일째 곡기를 끊고 있는 이은영 수석을 만났다. 아래는 28일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 제공)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 제공)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부산 2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단식 6일차입니다.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주변의 걱정도 있나요.
효소와 소금, 물을 조금씩 먹고 있어요. 아직은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약간씩 어지럼증은 있지만.. 단식 사실은 남편만 알고 있고, 부모님은 모르십니다.

▶단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6월 2차 파업 당시 ‘건보 파국을 끝내달라’며 단식했던 김용익 이사장에게도 할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단식 농성은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만큼 절박합니다. 지난 2월 직고용을 요구하며 첫 파업을 시작했을 때, 공단 측은 민간사무위탁협의회를 만들어 고용형태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단 측은 아직까지도 공단 측은 정규직화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김용익 이사장은 젊은세대 직원의 의견을 물어본다면서 지사를 순회하는 것 같더니, 별다른 결과 없이 의견 청취를 또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협의회 회의 주기를 주 1회에서 격주로 늘리려고 합니다. 처음 협의회가 열렸을때는 7월 말이면 어느정도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지금 공단 측은 정규직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농성파업과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강조하지만 단식은 그것 밖에 남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김용익 이사장은 단식이 아니라 결단을 내려야 할 사람입니다. 단식하면서 노조는 파업을 풀고 대화에 참여하라고 하며 책임에서 쏙 빠지고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려 했습니다. 여론이 생각만큼 안나오자, 3일 정도 하다 말더군요. 김 이사장은 단식이라는 수단을 모욕한 겁니다.

▶농성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너무 더워서 걱정됩니다. 
날씨도 날씨지만, 조합원의 열기가 더 뜨겁습니다. 사실 이번 파업을 시작하면서는 걱정도 많이 됐는데, 이대로는 억울해서 집에 못가겠다며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입니다.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는데, 낮에는 너무 더워 진행하지 못한 일정이 많아 아쉽습니다.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이 27일 열린 문화제에서 한 조합원이 쓴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연주 기자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이 27일 열린 문화제에서 한 조합원이 쓴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연주 기자

▶매일 열리는 문화제마다 함께 농성하는 동지들에게 편지를 받고 계십니다. 내용을 보면, 혼자 단식하는 수석부지부장님을 향한 조합원들의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농성현장에서는 매일 저녁 7시면 문화제가 열리는데, 엊그제부터는 조합원 동지들이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참 절절해 눈물이 납니다. 사실 파업을 기획할 때는 농성, 파업, 단식 등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라 단식에 대해서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조합원 동지들이 이렇게 많은 걱정을 해준다는 것에 감사했고, 다시금 단식의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혼자 하는 단식’이라고만 말하기엔 천여 명의 조합원 동지들의 너무 많은 응원과 걱정을 받고 있습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에게 직고용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고객센터 노동자 직고용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겐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요.
우리들의 낮은 임금과 처우개선을 해결하기 위한 답이 바로 직고용입니다. 우리 노조는 2019년 12월 만들어졌고, 조합원 대부분이 노조 자체를 처음 접했습니다. 우리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정규직 노조 조합원이나 관리자들이 우리보고 곧 정규직 될 거라고, 정규직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계속 얘기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말이 없어지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공단 측에서는 처음부터 전혀 의지가 없었던 겁니다.

그 사이 우리는 노조를 만들면서 우리들의 저임금 고강도 업무를 해결하고 복지와 처우개선을 안정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공단의 직고용 즉 정규직화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1600여 명 중 1000명이 넘는 상담사들이 노조에 가입한 것도 바로 이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은 7월 23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 제공)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은 7월 23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 제공)

우리가 공단 위탁 업체의 정규직 사원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업체 사장 이름도 얼굴도 모릅니다. 사무실 컴퓨터부터 자잘한 비품까지 전부 다 공단에서 지급한 물품입니다. 우리가 정말 위탁업체의 정직원이었다면 그 업체가 다른 사업장으로 이전할 때 직원들을 데려가야하는게 맞지만, 상담사는 그대로 남기고 업체만 옮겨갑니다. 우리의 진짜 일터는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상담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시험을 봐서 점수가 나쁘면 최종입사에서 떨어집니다. 매일 시험도 봅니다.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상담하며 해마다 지식이 쌓이고 업무 경험을 어떻게 설명 할 건가요. 우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개 ‘공정’이란 건가요. 공단 측 정규직들은 급여·징수 등 업무가 세분화돼있지만 우리는 1060개의 업무를 아우릅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주민번호 하나면 그 사람의 출생부터 어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까지. 거의 모든 여부를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국민의 정보를 민간업체에 맡기는 게 상식적인가 되묻고 싶습니다.

당초 이 전화 업무는 ‘전화방’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까지 공단 직원들이 당직으로 돌아가며 하던 일이었습니다. 여러 민원에 시달린 직원들이 이후 전문성을 기르겠다며 외주화 한 것입니다. 이제는 원래대로 돌려놓을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남았다면.
코로나19 시국으로 위험한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방역 수칙을 정말 철저히 지키고, 마스크는 절대 벗지 않고 농성중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농성을 지속하는 이유는, 우리게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특히 여러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이 시급합니다. 그 첫 걸음이 저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면 희망이 생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은 반드시 정규직화 약속에 도장찍는 것을 보고 끝낼 생각입니다.

"이번 파업은 반드시 정규직화 약속에 도장찍는 것을 보고 끝낼 생각입니다" 이은영 수석의 말이다. ⓒ 조연주 기자
"이번 파업은 반드시 정규직화 약속에 도장찍는 것을 보고 끝낼 생각입니다" 이은영 수석의 말이다. ⓒ 조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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