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폭염경보를 초월한 '폭염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잔인하고 가혹한 행위를 제발 멈춰달라!

WBGT(습식구형온도)를 측정하는 계측기는 온도, 습도, 공기 온도, 습구 및 이슬점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다. 이 계측기는 다양한 현장의 작업환경측정 조사를 할 때 흔히 사용되는 계측기이다. 그런데 이 계측기의 측점 범위를 벗어나는 현장이 있다. 바로 제철소다. 

지난 29일 현대제철소 현장에서 WBGT계측을 했다.
지난 29일 현대제철소 현장에서 WBGT계측을 했다.

1,500℃를 넘는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고로 앞에서 작업해야 하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8일 한 언론사의 기사를 보고 분노했다. 

언론보도 내용은 철강업계, 정유, 화학 업계회사에서 직원들의 근로 여건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며 특식과 영양제를 제공, 안전사고 예방에 힘쓴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분노한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파견업체가 40여 개가 있으며 소속된 파견노동자가 6,00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비정규노동자는 대부분 정규직이 꺼리는 고열, 가스, 분진, 중량물 작업 등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공정에 투입되어 고되게 노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일 해야 하는 대부분 위험하고 힘든 공정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협력사라고 불리는 파견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이다. 

여름철이 되면 가끔 삼계탕, 미역냉국등 식사가 제공된다. 다른계절에 비해 약간 짜게 조리한다. 현장에 식염수를 비치하기도 한다. 시원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스박스를 비치하기도 한다. 휴게공간을 서둘러 만들고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멀리 있거나 분진과 가스 때문에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휴게공간은 지정된 휴식 시간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휴게시간의 두 배 정도의 거리에 있다. 결국 비치만 돼 있을 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는 증언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현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현장

죽음의 외주화? 현실이다.
제철소 쇳물을 만들기 위한 온도가 1,500℃라고 알려졌다. 그 앞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쇳물 위에 또는 흐르는 쇳물 위에 불순물 등을 기다란 장대를 이용해서 제거하거나 걸러내는 일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다. 강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코크스(쇳물 생산을 위하여 용광로의 열원 및 환원제로 사용하는 연료) 공정이 있는데 이 공정에서는 엄청난 유해가스와 열기 때문에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이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이다. 쇳물이 용도에 맞는 형틀을 통과하면 생산되는 각종 강철제품을 다시 가공하는 압연과정에서 역시 쇳물 직전까지 가열시켜 시뻘건 쇳덩이를 누르거나 두드리는 과정에서 쇳덩이의 표면에 불순물이 발생한다. 이 불순물을 장대에 쇳조각을 달아 긁어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떼어내진 불순물을 치우는 작업도 해야 한다. 이 작업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다. 물론 부두에서 적재장까지 그리고 적재장에서 용광로까지 이송 장치(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지는 낙탄, 낙철 등을 삽으로 퍼서 올려주는 작업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다.

매년 많은 노동자가 중대 재해를 당한다. 재수가 좋으면 중상이고 대부분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찢겨 죽고 절단되어 죽고, 더위에 이기지 못해 타죽는다.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다. 작업환경측정(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 따라 작업할 때 발생하는 유해인자에 노동자가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측정ㆍ평가하는 것을 말한다.)항목 중 단순히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기구인 WBGT계측기중 0~60℃까지 계측이 되는 계측기에 'OL'이라고 표시되었다. 혹시 기계가 고장인가 싶어 다른 장소에서 계측하니 잘 된다. 온도계측범위를 넘긴 것이다. 

휴게시간을 충분히 줄 수 없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온도를 낮출 수 없다. 쇳물을 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려면 쇳가루, 석탄 가루를 함께 먹어야 한다. 분진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정부에서 강력한 권고와 관리지침을 보내지만, 제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점심에 배식 되는 삼계탕은 고작 닯반마리를 삶아 내어주는 한 끼 식사에 불과하다. 도움이 된다고 떠벌리는 자들에게 "와서 나와 같은 일하고 드세요"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한다. 

'비정규직'은 왜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죽음을 감내하며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지금 혼란 그 자체이다. 자본은 자회사를 만들어 [불파 소송취하, 부제소 동의서 작성을 통해] 40여 개나 되는 파견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용하겠다며 소란이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자본의 자회사 설립은 불법파견을 덮기 위한 꼼수라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의 현장에 내몰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1년 365일 폭염경보를 초월한 '폭염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잔인하고 가혹한 행위를 제발 멈춰달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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