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을 잡는 사람들 ②
-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김갑선 비상대책위원장, 김미정 사무국장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이은 단체교섭 거부…“할 수 있는 모든 방법 동원, 교섭 위해 달려갈 것”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비정규직 차별해소, 노동 환경 개선 등 우리 사회의 불평등・양극화 해소, 노동문제 해결에 앞장선 이들의 다양한 사례를 널리 알리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격려하기 위해 매년 우분투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2회 우분투 노동조합상을 수상한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와 ‘티머니노동조합’을 방문하여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만 챙기기에도 바쁜 세상에, ‘같이 살자’며 손을 잡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사무금융 보험설계사지부 한회생명지회 김갑선 대책위원장과 김미정 사무국장  ⓒ 이혜원
사무금융 보험설계사지부 한회생명지회 김갑선 대책위원장과 김미정 사무국장 ⓒ 이혜원

 

“보험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노동조합 또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같이 살기 위한 출발점이죠.”

보험사의 매뉴얼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고, 관련 교육을 이수하며, 직간접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관리받는 보험설계사. 그러나 보험설계사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탁계약서를 쓰고,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왔다.

한편, 올해 4월 한화생명의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대형 생명보험 3사 중 처음으로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를 통해 GA(보험대리점)를 분할 설립했다.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가 설립된 것은 1월 21일. 전국 수백여 개 지점에 흩어져 있던 설계사들은 GA분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 등에 대응하며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리고 올 3월 3일,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노조 인정 및 단체협상 체결 ▲노조 활동 보장 및 부당노동행위 중지 ▲한화생명 이직에 따른 위로금 지급 ▲교차설계사의 보험계약 이관 및 잔여 수수료 지급 ▲삭감된 환산 월초 원상 복귀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그렇게 봄과 여름이 지났지만, 지회는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여전히 교섭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농성 171일 차, 63빌딩 앞 천막농성장에서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김갑선 대책위원장 김미정 사무국장을 만났다.

 

한화생명 본사 앞 한화생명지회 천막 농성장 ⓒ 이혜원
한화생명 본사 앞 한화생명지회 천막 농성장 ⓒ 이혜원

 

단체교섭 권한 없는 노동조합?
수차례 교섭 거부해온 한화생명-한화생명금융서비스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모회사인 한화생명과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수차례 교섭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사측은 1사 1교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생명지회가 제출한 교섭단위 분리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미정 사무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정규직 노조인 한화생명지부와 이미 교섭을 체결했기 때문에 지부와 지회가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사무금융노조는 서울지노위에 항의 방문을 진행하고 재심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사무금융노조 한화생명지부와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모두 교섭권은 사무금융노조가 가지고 있는데, 정규직 노동자와 보험설계사는 노동 조건이 달라서 별도의 단체협약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회사는 이런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미루고 있어요.”

 

지난 8월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한화지회 교섭단위 분리신청 기각결정'에 대해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사무금융노조
지난 8월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한화지회 교섭단위 분리신청 기각결정'에 대해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사무금융노조

 

과거엔 수금률 낮으면 지점장이 손바닥 때리기도
비일비재하던 폭언과 폭력, 노조 설립 이후 감소

지회가 설립된 지 7개월이 지났다. 새내기 보험설계사부터 경력 40년 이상의 설계사까지, 경력도, 연령도, 지역도 다른 이들이 노동조합이라는 우산 아래 모인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이 있을까. 김갑선 비대위원장과 김미정 사무국장은 보험업계 만연했던 폭력이 노조 설립 이후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엔 수금률이 낮으면 지점장이 손바닥을 때리는 일도 있었죠. 지각을 했다고 3층에서 창문 열고 뛰어내리라는 등 폭언을 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만 해도 책상을 엎는다던가, 소리 지르는 건 비일비재했죠. 그래도 조합 생긴 후엔 그런 일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어 김미정 사무국장은 노조 설립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설계사들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갑선 대책위원장 또한 여성 조직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노동조합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변한 게 정말 많아요.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억눌려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기 시작한다는 점이에요. 이전엔 그러려니, 하고 참고 넘어갔었거든요.”

“맞아요.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죠. 앞으로 더 많은 여성조직에 노동조합이 생기고, 여성 인권을 위해 일하게 되면 젊고 유능한 인력이 설계사로 유입될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지점장과 보험설계사 모두 같은 ‘노동자’
40만 보험설계사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달려갈 것

김갑선 비대위원장은 현 상황을 ‘문이 열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경력 18년 차 보험설계사로서, 그리고 지회의 비대위원장으로서 장기적인 꿈이 있다.

“항상 꾸는 꿈이 있어요. 63빌딩 안에 우리 노조 사무실이 있고, 우리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사측과 당당하게 교섭을 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몇 해 동안 예정이율이 내리면서 수수료율을 내려왔거든요. 그런데 정규직 임금은 오르고. 왜 고통 분담을 설계사들만 하나요? 교섭을 하게 되면 수수료 인상부터 제대로 할 겁니다. 현실에 맞게 복지도 차츰 늘려가고요. 노동조합을 통해 변화가 생기면 좋겠고, 그러려면 적어도 절반 이상이 노조에 가입했으면 좋겠어요.”

덧붙여 김 비대위원장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교섭을 위해 달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미정 사무국장은 궁극적으로 보험설계사가 정규직 노동자와 동등한 존재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설계사들이 무리하게 계약하지 않아도 일한 만큼 돈을 받고, 퇴직금도 쌓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노후가 보장되는 체제가 되면 좋겠어요. 실적 압박, 등급 체계 때문에 무리하게 계약하는 폐단을 없애야겠죠. 무엇보다 설계사들이 같이 일하는 동료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정규직과 설계사가 흔히 갑-을관계로 인식되는데, 우린 이미 갑이에요. 업무가 다를 뿐이죠.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정착되면 좋겠어요.”

오늘도 두 사람은 63빌딩 앞에서 천막을 지킨다. 지난하다고 느껴질 법도 한 투쟁 과정 속, 어떤 마음으로 천막을 지키고 있을까. 김미정 사무국장은 언제나 전국 40만 보험설계사가 힘을 갖게 되는 모습을 생각한다.

“지난 7개월 동안 초보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달려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별로 없어 조합원들이 많이 지쳤으리라 생각해요. 그래도 희망은, 100년 역사에 혁명 같은 거잖아요. 회사가 꼼수를 부려도 제대로 따져본 적 없고, 알아서 수당 등 잘 계산 했을 것이라고 믿으며 발등 찍히기만 했던 우리가 이제,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자각하고 있잖아요. 곧, 전국 40만 설계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힘을 갖는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천막을 지킵니다.”

 

진행·사진/이혜원 사무금융우분투재단 팀장
정리/김푸른 사무금융우분투재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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