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주 금속노조 노동안전국장이 이번에 실시하게 될 현대제철 당진공장 기획감독 결정의 의미와 노동부의 역할에 대해 기고 해 주었습니다. 강정주 노동안전부장은 사후 수습이 아니라, 죽기 전에 보호하는 것이 노동부 감독이다. 철저하고 면밀한 감독으로 노동자 안전 확보해야고 주장하며 노동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아래 대전청)은 9월 16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감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3일 밤낮을 투쟁하고 고광훈 대전청장 면담을 진행하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불법 대체인력 투입, 매일 이어지는 사고.

노동부가 지금 이 시기 현대제철 감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정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이후 현대제철 사측이 불법적으로 일용직 노동자와 미숙련 노동자들을 대체인력으로 마구잡이로 현장에 배치하면서 매일 수차례 산재 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뒷짐 지고 불구경 하듯 자신들의 책무를 하지 않은 대전청으로 인해 너무 뒤늦게야 감독이 진행되게 됐다. 이제라도 제대로 현대제철 사측의 불법을 바로잡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면밀한 감독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현대제철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악명높은 죽음의 공장이다. 매년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대재해로 규정하는 사망사고나 집단적인 부상, 질병 발생이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산재사고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그런데 지난 8월 현대제철 사측이 수많은 미숙련 노동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 현장의 위험은 더욱 심각해졌다. 기존에 업무를 해본 적 없는 노동자들이 위험업무에 배치됐고, 제대로 안전보건교육도 받지 않은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뒤로 하루에도 수차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10톤이 넘는 자재가 떨어지고, 노동자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쇳물이 바닥에 흘러내려 화재가 발생했다. 20미터 이상 높이의 크레인 운전석 앞유리가 다 떨어져 나간 채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상태로 노동자들이 크레인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공장에 엠불런스가 쉴새없이 오가고 있다. 위험요인이 사방에 널려있고, 자칫 발생한 사고가 중대재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현대제철 공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다.   

안전관리 불량, 산재다발 사업장은 노동부 감독 대상.

대전청이 현대제철에 대해 진행하기로 결정한 기획감독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포함해 사업장의 안전보건 상태를 점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는 감독 중 하나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에는 ▲산재가 다수 발생하는 유해‧위험요인이 있거나 산재가 다수 발생하는 유해‧위험작업을 하고 있는 사업장 ▲특정 취약 시기에 산재 발생 우려가 높은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취약 업종에 해당하는 사업장 ▲작업환경 또는 안전보건관리상태가 불량해 산재 발생 우려가 높은 사업장 ▲대형사고 발생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 밖에 산재 예방을 위해 장관이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방관서장에게 지시하거나 지방관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장에 대해 기획감독을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기획감독이든 특별감독이든 안전보건관리가 불량하고 산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지 여부가 감독 결정의 핵심 요건이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문구대로라면 현대제철에는 진작 감독이 이뤄져야 했다. 노동부는 현대제철에서 수시로 산재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위험상황 신고전화를 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노동부는 천안지청 근로감독관 4명을 현대제철에 상주시키고 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근로감독관들은 현대제철 작업현장이 얼마나 엉망인지, 안전보건관리는 커녕 최소한의 산업안전보건법 조차 위반한 막무가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현대제철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년 넘게 그 일을 했던 우리들도 늘 위험을 알면서 일한다. 그런데 설비를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작업을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이 사고가 나고 있다”고 현장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얘기를 근로감독관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왔다. 

미적대며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노동부를 기다릴 수 없었던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감독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작업 배치 전 안전교육과 특별안전교육 미실시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청원서를 냈고, 수백건에 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발장을 접수했다. 현장이 너무나 위험하다고, 언제 누가 또 다치고 죽을지 모른다는 증거와 자료를 노동자들이 직접 정리해서 노동부에 제시했다. 노동부가 당장 현대제철 감독을 결정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감독이 결정 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했다. 노동자들은 청원서와 고발장을 내고도 며칠을 더 기다려야 했고, 특별감독 결정 권한을 가진 대전청장을 만나 3일동안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토로해야 했다. 

산재 ‘사전 예방’이 감독의 목적, 죽을때까지 기다려서는 안된다.

대전청은 애초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요구한 특별감독은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감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노동부의 한심하고 끔찍한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핑계다. 대전청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아서’, ‘1년 내 3명, 동시 2명 사망이라는 내부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서’ 현대제철 특별감독을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특별감독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상 안전보건관리가 매우 불량하거나, 대형사고 발생 또는 중대재해 다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지방청장인 대전청장이 판단하면 실시할 수 있다. 근거도 없이 자신들이 멋대로 만든 사망자 2명, 3명이라는 내부 기준을 핑계로 당장 중대재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감독 결정 권한을 가진 기관과 기관장으로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는 정기감독, 기획감독, 수시감독, 특별감독 등 어떤 이름을 붙이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감독을 진행한다. 노동부가 감독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법 위반사항 몇 가지를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고 처벌을 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을만큼 위험한 사업장이라면 사고가 발생한 곳 외에도 안전보건조치가 부실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사업장의 안전보건 실태를 철저히 확인하고 개선하도록 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감독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감독을 진행하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확인할 경우 해당 작업을 중지하거나 사용중지, 위험요인 제거, 개선조치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근로감독관이 작업장의 위험요인을 인지했을 때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역할과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현대제철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전청에 이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위험한 상황이 뻔히 예측되고, 법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도 무시한 상태에서 사고가 다발하고 있는 현대제철에 더 이상의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노동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적극적인 행정명령을 시행해달라는 상식적인 요구였던 것이다. 

사실 지금껏 노동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사업장에 대한 조사와 감독을 회피해왔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노동자가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헤매고 있어도, 설비에 머리가 협착돼도 죽지않고 숨만 붙어 있다면 노동부는 중대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감독에 나서지 않았다. 노동부 감독은 이처럼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늘 노동자 사망사고를 수습하는 형식적인 조치에 그쳐왔다. 

노동자 참여 하에 면밀하고 철저한 감독 시행해야.

뒤늦었지만 대전청과 천안지청이 현대제철 감독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산재 예방이라는 노동부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노동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투쟁한 결과로 사전에 노동자가 사망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도록 감독을 진행하게끔 만들었다. 이번 감독은 기존 천안지청이 단독으로 결정해 진행하던 감독과 달리 천안지청과 대전청 근로감독관들이 함께 투입돼 규모있게 진행한다. 노동자들이 감독이 필요하다고 청원한 위법 사항과 고발 내용을 포함해 현대제철의 안전보건 실태를 철저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 고발 당사자이자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한다. 

법 위반을 인지하고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결정하지 못한 무능함, 또 누가 죽을지 모른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조금 더 지켜보자’던 안일함. 감독을 결정하기까지 대전청이 보인 태도에 수많은 노동자들은 실망했고 절망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며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현대제철 사측의 불법과 이로인해 다발하고 있는 산재사고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대전청과 천안지청은 감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에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어느때보다 철저하고 면밀한 감독을 진행하고, 확인되는 위법사항과 위험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조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산재 예방의 책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노동부로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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