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을 말하다." 두번째 기고

충남민중행동에서는 민주노총의 1020총파업 투쟁을 소개하고 현재 준비상황을 공유, 동참과 지지를 호소하는 릴레이 기고를 하기로 했다. 각 운동 주체들이 기고한 글을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갖고 있는 삶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이러한 문제가 민주노총 총파업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왜 총파업을 지지하는지 밝힌다. 
이를 통해 총파업 투쟁에 대해 노동자들만의 투쟁을 넘어서 각계각층 및 지역사회가 지지하고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는다.
두 번째 기고는 ‘저들의 ‘청년’에 우리의 자리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창준 사회변혁노동자당 세종충남청년분회 분회장이 기고했다. [편집자주]

 창준 사회변혁노동자당 세종충남청년분회 분회장
 창준 사회변혁노동자당 세종충남청년분회 분회장

지난 9월 17일, 청년의 날 행사가 예정되어 있던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열두 명의 청년이 연행되었습니다. 청년들은 “기후위기, 불평등, 성차별 등 청년 문제 해결을 도외시한 정부 청년의 날 기념식을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를 ’세대‘로 가두지 말라”, “성평등 없는 청년정책 누구를 위한 청년의 날?”, “탄소자본주의 그 체제를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청년이 당면한 문제는 세대가 아닌 체제의 문제라는 청년 당사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적인 연행으로 답했습니다. 청년들이 연행된 이후 진행된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목이 콱 메어 올 것 같다”라며,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저들이 말하는 ‘청년’에,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청년의 자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미안하다는 사과는 누구를 향해 한 사과인지, 목이 멘다며 흘린 눈물은 과연 누구를 위해 흘린 눈물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88만원 세대’, ‘n포 세대’, 그리고 지금의 ‘MZ 세대’까지, 청년 그 자체, 혹은 청년이 맞닥뜨린 시대의 위기는 오래 전부터 여러 이름으로 변주되어 말해져 왔습니다. 청년 문제라는 형태로 시대의 위기가 드러나며, 그야말로 입 있는 자들은 모두 청년 문제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들을 쏟아내던 것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청년 문제를 다루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청년은 어느 때에는 그저 불쌍하고 미안한 시혜의 대상으로, 또 어느 때에는 ‘공정성 담론’의 화신으로, 또 어느 때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기에 목을 매는 한탕주의적 모습으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파편화되고 타자화된 형태로 청년을 호명하는 식의 ‘청년 담론’은 현재 청년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 생명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낡은 체제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지 못했으며, 동시에 그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낡은 체제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청년 담론 속에, 우리 시대 99% 청년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청년이 없는 청년 담론,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청년 없는 청년 담론을 넘어, 99% 청년의 실체적 삶에 주목할 때, 청년 문제가 어떻게 우리 시대의 위기를 투영하고 있는지 우리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충남에 사는 청년의 삶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충남은 청년이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곳입니다.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충남의 고용인구 규모는 2.9%가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인구 규모의 감소가 전국적인 현상임을 감안해도, 이러한 감소폭은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어렵게 충남에서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충남 지역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전국 평균을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이렇게 청년의 삶과 직결된 각종 지표들이 바닥을 치고 있는 동안에도, 충남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대규모 자본들의 사내유보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사는 청년의 삶은 지역 소멸의 문제, 대규모 실업의 문제, 저임금-불안정노동의 문제, 그리고 재벌체제와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가 모두 엮여 있는 하나의 전쟁터입니다.

낡은 체제가 내는 파열음으로 인해 전쟁터가 되어버린 삶을 딛고 청년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한국 사회 체제 전환은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는 10월 20일 예정되어 있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총파업 요구안의 기간산업 국유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불안정 비정규노동의 철폐, 무한경쟁체제의 밖을 상상할 수 있는 입시체제 타파, 모두가 청년 세대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꼭 쟁취해야만 하는 목표이며 요구입니다. 낡은 것이 무너지는 지금, 새로운 사회를 위한 체제전환의 전망을 민주노총 1020 총파업에서 보게 됩니다. 보수 정치권의 공수표에 불과한 청년 공약(空約)을 넘어, 정말로 청년이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청년의 이름으로 민주노총의 1020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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