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호의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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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한 직장의 갑질 수준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갑질종합지수(직장갑질 진단지수)’를 조사했다. 갑질종합지수는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조직문화 ▲예방대응 세 가지 영역에 대한 세부 문항을 만들고, 이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매우 그렇다’까지 5점 척도로 구분하여 수치화한 것이다. 0점에 가까울수록 갑질이 없고,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2021년 대한민국 직장인 갑질종합지수는 19.0점(갑질오염지대(C))으로 갑질위험지대(D)에 가까웠다. 영역별로 봤을 때 조직문화(26.4점), 예방대응(25.8점) 점수가 갑질경험(11.8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고, 개정법 시행(10월 14일)을 앞두고 있지만 조직문화개선이나 괴롭힘 예방대응이 여전히 부족함을 뚯한다.

평균 점수 30점 이상으로 갑질이 심각한 항목은 ①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가기 힘들다(34.5점) ②열심히 일을 해도 정당하게 평가를 받지 못한다(32.3점) ③아파도 마음 편하게 쉬기 어렵다(32.2점) ④불만이나 고충이 있어도 자유롭게 털어놓기 어렵다(30.6점) ⑤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의 신원이 노출될 것 같다(30.1점) 순이었다.

<사례1-휴가> 공공기관에서 일합니다. 상사의 갑질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백신을 맞고 통증이 심해서 병가를 요청했는데, 병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또 제가 원하는 특정 요일에 업무상 이유가 없는데도 연차 휴가를 못 쓰게 하면서 상사는 특정 요일에 자유롭게 연차를 쓰고 있습니다. 휴일이나 연차휴가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서 업무를 지시합니다. 이로인해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2021년 8월)

기업 규모별로 보면 갑질지수는 민간 5~30인 미만(20.9점), 민간 30~300인 미만(21.5점)으로 중소기업이 D(갑질오염지대)로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15.9점)에 비해 5점이나 높았다. 영역별로 보면 직장갑질 경험은 민간 5~30인 미만(12.8점), 민간 30~300인 미만(13.4점)으로 공공기관(9.2점)에 비해 높았고, 조직문화 점수도 민간 5~30인 미만(29.0점), 민간 30~300인 미만(29.4점)으로 공공기관(22.4점)보다 높았다. 예방대응체계 점수도 민간 5~30인(29.2점), 민간 30~300인(29.7점)으로 공공기관(22.8점)보다 심각했다.

국정감사에는 IT업계 갑질사건과 관련한 증인들이 채택되고 있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갑질이 연일 뉴스 위에 오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행위자(가해자)의 불법행위를 규율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숙제를 제시한다. 군사주의, 유교, 가부장, 성과주의에 젖어있는 구시대적 조직문화를 바꾸어 내는 것,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일터 내 갑질 위험요인을 찾는 것,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구성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약속을 만드는 과정이기에 위에서 찍어누르는 방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우리 회사의 실태, 구성원들의 생각 등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갑질종합지수나,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 등 직장갑질119가 개발한 지표들을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며, 노동부 매뉴얼에 나와 있는 문항을 활용할 수도 있다. 직종과 회사 특성에 맞는 문항들도 추가하여 구성원 특성별 차이를 비교한다면 더 실용적인 예방・대응체계를 만들 수 있다.

노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 객관적으로 구성 ▲예방교육 의무화 ▲1년에 1회 이상 전수조사 실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노동조합 자체적으로 설문조사가 가능하다면 이를 통해 실태를 드러내고,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별도의 합의를 요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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