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노조]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전북지부장 김강운

민주노총전북본부 가맹산하 조직 인터뷰 <어쩌다 노조> 코너입니다. 노동조합이 불온시되는 사회에서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4년에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햇수로 8년째 지부장 맡고있는 대리운전노조 김강운입니다.”

Q. 지부장님은 대리운전 일을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대리운전이 1999년부터 생겼다고 해요. 22년 된 거죠. 저는 개인 사업을 하다 2006년 연말에 밤에 알바로 나온 게 대리운전의 시작이었어요.”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김강운 지부장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김강운 지부장

Q. 오랫동안 일하셨네요.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근속은 보통 어느 정도나 될까요?

“전업으로 하는 기사님들은 10년 이상 하시는 분이 많고 20년 가까이 초창기부터 하신 분도 계세요. 못 견디면 빨리 나가지만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여러 노하우가 생겨서 안정적으로 일해요. 대리운전 노동자 중 30% 정도는 30~40대 젊은 층인 것 같아요.”

그간의 여러 실태조사 결과를 따르면 대리운전 노동자 중 전업으로 일하는 비중은 60~80% 가량에 이른다. 대리운전에서 흔히 연상하는 부업, 투잡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Q. 대리운전기사로써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제가 겪은 일도 많고, 카페를 하고 밴드를 운영하다보니까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술을 마신 이유가 어떤 분풀이가 필요했다면 그걸 기사에게 푸는 거예요. 말을 걸었는데 대꾸를 안 하면 내 말이 우습냐면서 싸우고, 대꾸를 하면 내 말이 뭣 같지 하면서 싸워요. 뒷좌석에서 머리를 발로 걷어차서 사고날 뻔 한 적도 있었어요. 대리운전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Q. 낮밤이 바뀌어서 일하는 직업인데 생활에 큰 지장은 없으신가요?

“낮에 너무 힘들어요. 낮에 아무리 뭘 하고 싶어도 체력이 안 따라주는 거예요. 밤에만 일을 하면 햇볕을 거의 못 보기 때문에 피부색이 하얘지고 체형도 변하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제일 많은 것이 복부비만이죠. 하도 걸어 다니니까 발바닥에도 질병이 생기고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잠이 안 와요.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풀어낼 방법도 딱히 없어요. 끝나고 각자 집으로 가기 때문에 어울리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렇게 스트레스가 누적이 되는 거죠. 낮밤을 바꿔 생활하니 사회생활도 어렵고요.”

Q. 대리운전노동자들의 건강 문제가 정말 심각하겠어요.

“수도권에서는 병원과 업무협약을 해서 지자체가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어요. 저도 서울의 녹색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어요. 사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증상이 아주 심해지기 전에는 병원을 안 가요. 낮에 자야하니까요. 그러다 밤에 아프면, 문을 다 닫아서 진통제도 못 사요. 그래서 아픈 사람들이 한 번씩 쓰러지면 대개 못 일어나더라고요.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분명히 필요하죠.”

 

전북의 대리운전은 을도 없고 갑만 있는 시장이에요.

 

Q. 노동조합에는 어떻게 가입하시게 됐나요?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무실 직원이 자꾸 저를 업무차단을 시키는 거예요. 제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다른 기사님들에게 물어봤어요. 한 달쯤 지나면 풀어줄거라는 거예요. 일하려면 말 잘 들으라고 길들이기를 하는 거죠. ‘기사님 속 안 썩일거죠’, ‘네’, 하면 열어주는 거예요.

기사들 수입에 차이가 많아요. 사무실에 먹을 거라도 들고 오고 고분고분한 기사들에게 콜을 먼저 보내주는 거죠. 노동조합에 있는 사람들 같이 말 안 듣고 시끄러운 사람들에게는 콜 배차 간격을 두는 거예요.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업체만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전북의 대리운전은 을도 없고 갑만 있는 시장이에요. 을이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의 시장이죠. 대리기사들은 운행하고 고객들에게 받는 수입이 전부인데, 업체들은 여기에서 수수료를 떼어가고요. 그 뿐만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대리운전보험에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요. 배차콜을 안 받으면 거기에도 벌금을 물려서 착취를 하고 있고, 기사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실제 비용 이상으로 받아갔죠.”

대리운전노조 간부들이 모여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부터 오전 1시 까지  대리운전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전주서부신시가지에서 대리운전업체 불매운동을 진행중이다.
대리운전노조 간부들이 모여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부터 오전 1시 까지  대리운전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전주서부신시가지에서 대리운전업체 불매운동을 진행중이다.

 

Q. 업체들이 수수료를 어느 정도나 떼가는 거에요?

“전라북도가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내죠. 대리운전 업체 수수료가 수도권은 20% 정도인데요, 군산은 8,000원 중 수수료가 3,000원 이니까 37.5%였고, 익산은 8,000원 중 2,500원, 전주는 10,000원 중 3,000원을 수수료로 받아갔어요. 사채업체들보다 심한 고리채 수익이죠.”

Q. 대리운전보험으로도 수익을 낸다고요?

“대리운전 업체에다 보험료를 내면 보험취급업자를 통해서 보험사에 판매하는 구조인데요. 업체들이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시킨 거에요. 보험사 보험료가 똑같을 수 없는데 담합한 거죠. 대리운전 업체는 자기들을 통해 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으니까 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Q. 보험을 보험회사에 직접 가입할 수는 없는 건가요?

“업체는 자기 회사를 통해 보험을 가입해야만 프로그램에서 콜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업체들끼리 연합해서 프로그램을 쓰는데요, 콜마트, 스타텍, 아이콘 이런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업체들끼리 보험가입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기 때문에 콜을 다 보기 위해서는 업체마다 따로 보험을 들어야 하는 거에요. 지금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개인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는데요, 전북 지역 업체는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에서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니니까요.”

올해 1월 2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토부·공정거래위원회는 “필수노동자인 대리기사의 단체보험 중복가입 문제를 해소하고, 보험료를 낮춘 개인보험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Q. 벌금을 낸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 무슨 벌금을 받아가는 거에요?

“도착지 정보가 나오지 않는 ‘깜깜이 콜’이 있어요. 콜을 받아야만 세부적인 도착지를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런데 걸어 나오는데 한 시간씩 걸리는 곳을 시내라고 해서 올리면 도저히 받을 수가 없는 거죠. 그 콜을 버리면 벌금을 1,000원씩 물리는 거예요. 다른 기사가 잡아서 버리면 또 벌금 물리는 거죠. 업체만 벌금으로 배불리는 거죠. 더 얄미웠던 것은 동일한 내용의  여러 개 만들어서 띄우는 거예요. 주변의 콜을 아예 확인하지 않고 방출해도 벌금을 물리거든요. 수도권에는 ‘깜깜이 콜’과 벌금제도가 없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북에서 만들어서 진행한 거예요.”

새벽에 공원에 모여보자 했는데 첫날에만 150명 넘는 기사님들이 모였어요.

 

Q. 처음에 어떻게 노동조합을 시작하셨나요?

“제가 부당한 일을 나누는 카페를 개설해서 운영했어요. 그 카페에 앞서 이야기한 부당한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니냐, 새벽에 공원에 모여보자 했는데 첫날에만 150명 넘는 기사님들이 모였어요. 노동조합을 한다고 해서 가장 많이 모인 게 전북이에요. 억울한 게 많았던 거죠. 놀랐습니다.”

Q. 당시에 노조는 인정받을 수 있었나요?

“설립 필증이 없어서 부당해고를 당해도 원망할 곳이 없었죠. 법적인 소송을 할 수도 없었고요. 말 그대로 대리운전기사는 유령이었어요. 노동조합을 만들고 맨 처음 한 게 업체들의 부당행위를 제소하는 거였는데, 노동부에서 안 받아주는 거예요.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대리운전 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책을 들고 와서 복사해서 주더라고요.”

Q. 그럼 노동조합 설립필증은 언제 받으신 건가요?

“2018년 서울에서 대리운전노조 설립필증을 받은 이후로 전국에서 설립필증을 받게 됐고요. 전북도 2019년에 설립필증을 받았습니다. 전국대리운전노조는 2017년에 설립신고를 했는데 2020년 7월이 돼서 설립필증을 받았죠. 플랫폼 노동자들 중에서는 대리운전노조가 맨 처음으로 설립필증을 받게 된 거에요”

대리운전노조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증
대리운전노조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증

Q. 설립필증 받은 이후에는 교섭 요청을 하셨을 텐데,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교섭요청을 했는데 회사가 응답하지 않아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었고 교섭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았어요. 그런데 정작 교섭을 요구한 우리는 모르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서 한국노총 소속 조합이 과반 노조라면서 거기와 교섭하고 있다는 거예요. 저희는 그걸 모르고서 교섭을 안 한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로 고발 했는데 노동부에서 업체들이 한국노총과 교섭 중이라는 상황을 전달받았죠. 말이 안 되는 거죠.”

Q.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에 고발했던 건 어떤 사안이었어요?

“업체에서 벌금을 받아가는 것과 보험료 담합 건이었어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배차취소비를 받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업체들이 그 결정을 무시하고 벌금을 계속 받아갔거든요. 보험료 담합 건은 검찰에 고발을 하니까 업체에서 슬그머니 돈을 돌려줬죠.”

Q. 그 과정에서 해고를 당하셨다면서요?

“처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더니 하세월이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검찰청에 고발도 했구요. 이렇게 문제를 계속 제기하니까 업체들이 너희는 우리 기사가 아니라면서 업무를 차단 시켰어요. 업체들의 부당함을 고발했던 간부 10명 이상을 8년째 영구 차단하고 있어요.”

 

카카오 들어와서 나쁘다고 하는 건 업체들이지 대리기사들은 아니에요.

 

Q. 그럼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계세요?

“그나마 우리를 필요로 하는 소규모 업체의 콜을 받고 있고, 카카오가 대리시장에 들어오면서 카카오 콜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카카오 들어와서 나쁘다고 하는 건 업체들이지 대리기사들은 아니에요.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죠(웃음).”

Q. 카카오대리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카카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잡비가 안 나가요. 프로그램 사용료도, 보험료도 받지 않고 수수료 20%만 받아가요. 반면에 지역업체에서 일하면 일을 안 해도 돈이 나가요. 보험료라든지, 프로그램 사용료라든지 기본적으로 꾸준히 나가는 비용이 있죠. 그리고 카카오는 전국적으로 중개 프로그램이 하나에요. 지역 상관없이 콜을 다 볼 수 있는 거예요.”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콜을 받기 위해서 이용료를 내고 중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업체마다 사용하는 중개 프로그램이 다르므로 여러 업체의 콜을 받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이용료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했다. 이에 더해 같은 중개 프로그램인데도 전화콜을 쪼개 프로그램 이용료를 이중으로 지출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Q. 결국 대기업이 장악하면 후에 더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카카오가 진출할 때 그런 위험성은 있다고 봐요. 지역업체들은 콜을 막아도 멱살이라도 잡고 싸우는데 카카오는 AI가 하는 거라고 발 빼니 싸울 대상이 없어지는 거죠. 그래도 현재 지역의 골목깡패들은 계속 기사들에게서 빼먹을 궁리만 하고 있어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카카오를 옹호하는 이유죠. 

현재 카카오와 교섭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지역에서의 싸움은 너무 힘이 들어요. 카카오와 교섭이 잘 이루어져서 카카오를 중심으로 조직하면 지역의 업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겠죠.”

 

동료가 적이에요.

 

Q. 대리운전 직종의 특성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새로운 기사들이 시장에 꾸준히 들어와요. 그래서 업체는 기존 기사들을 쳐내도 크게 불편할 게 없는 거죠. 새로 들어오는 기사들이 대개 조직에도 관심이 낮죠.”

Q. 말씀해주신 부분은 플랫폼 노동의 공통된 부분일 거 같아요.

“동료가 적이에요. 여기 두 명이 있는데 콜이 하나 뜨면 내가 가야 하니까 적이 되는 거예요. 합심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거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게 너무나 어려워요. 한 직장에서 파업을 하면 다 놔버리면 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과반수 이상이 동참하지 않으면 그날이 돈 버는 날이에요. 싹 쓸어 담는 거죠. 플랫폼 노동의 이런 특성을 해결하지 않고선 조직을 할 수 없어요.”

Q. 대리운전노조를 운영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겠어요.

“대리운전기사들의 조합가입은 회전문이라고 생각해요. 시장이 어려울 때는 조합원이 늘어요. 그런데 시장이 좋아지면 우수수 빠져나가는 거예요. 총회를 해야 하는데 대리운전 특성상 조합원들이 모이기가 어려워서 총회를 못해요. 결국 총회 성사가 너무 어려워서 규약을 개정해서 대의원 결의로 총회를 갈음하기로 했죠.”

Q.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유는요?

“처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이후에 1년 넘게 처리가 안됐어요. 우리는 해고되고 나서 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광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소 앞에 가서 집회를 했어요. 그랬더니 업체들이 잘못됐다고 그렇게 오랫동안 끌고 왔던 사건을 즉시 결론 내주더라고요. 역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우리 편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됐죠. 사람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곳이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혼자 떠들었지만 이제는 노동조합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거죠.”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플랫폼 노동자가 앞으로 늘어 갈 거라고 봐요. 민주노총에도 플랫폼 노동자를 담을 수 있는 정책과 인프라가 준비되어야죠. 플랫폼은 우리 생각 이상으로 광대해져서 이걸 놓고 가는 것은 노동운동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관심을 갖고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준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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