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호의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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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에서 일합니다. 고객이 잘 모르겠다고 해서 더 쉽게 풀어 자세하게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왜 빙빙 돌려서 얘기하느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콜센터에서 일하느냐, 공손하게 안내를 해야지 왜 가르치려고 드느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하지 않았더니, 고객이 기본이 되지 않았다, 무례하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사과를 했는데도 팀장를 바꾸라고 했고, 팀장이 사과한 후 저의 친절 점수를 깎았습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안내문구를 게시 또는 안내해야 하며, 고객과의 문제 상황 발생 시 대처방안을 포함한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의 욕설이나 폭언 등으로 노동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휴게시간의 연장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관련 치료 및 상담 지원 ▲고소, 고발 또는 손해배상 청구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사업주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으며, 조치를 요청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보듯 상담사들은 여전히 고객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달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노조 우분투센터가 우분투재단의 지원받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진행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상담사의 67.1%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갑질이 줄어들지 않았다’라고 응답했으며, ‘회사가 상담사를 보호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도 60.9%에 달했다. 2018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건만 상담사 3명 중 2명은 법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사무실 밖에서 잠시 통화하고 왔더니 실장이 “콜 안 하고 어디 갔다 와?”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집에 급한 일이 있어 전화 통화를 해도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칩니다. 제 모니터 뒤로 와서 “그딴 거 보지 말고 콜이나 받아”라며 소리쳤습니다. 백신을 맞으러 가는 날도 실장이 일도 못하면서 돌아다닌다고 화를 냈습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기 힘듭니다.

고객 갑질만 문제가 아니다. 상담사 10명 중 4명은 ‘상담 중 이석 금지를 경험’(39.7%)했으며, ‘점심시간 외 휴게시간을 부여받고 있지 못하다’는 응답도 39.7%에 달했다. 점심시간 제한(34.2%), 연차휴가 강요(33.5%), 연차휴가 거부(32.3%)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높았으며, 화장실 사용 제한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7.8%나 됐다. 상담사들은 고객 갑질과 직장 갑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처우가 이러니 직업에 대한 애정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상담사의 41.2%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본인 직업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는 응답은 68.0%였다. ‘서비스 직원이 정확한 정보 제공 불가 혹은 책임지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상담사의 74.8%는 ‘하급 직원들이라 책임질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비대면 시대 더 소중해진 상담사들의 노동, 세상의 관심은 짧고, 갑질의 뿌리는 깊다. 노동조합은 멀고, 갑질은 가까운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조건을 드러내기 위해 직장갑질119는 11월 한 달간 콜센터 상담사들의 급여명세서를 제보받는다. 제보받은 급여명세서는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분석한 후 상담사들의 급여 수준을 업체별로 공개한다. ‘고수익보장’이라는 거짓 광고의 이면을 드러내는 프로젝트다. 상담사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콜센터 업계의 임금 실태는 더욱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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