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미쳐 날뛰는 테슬라 주가

테슬라(Tesla)는 창업 이후 대부분의 기간 이윤이 없었다. 지난해에야 이익을 보게 되었는데, 2020년 테슬라는 매출 315억 달러에서 7억2,100만 달러의 이익을 봤다. 영업이익률이 고작 2%에 불과한 수준으로 주요 산업 부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는 아주 작은 상태로 수년간 머물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증가했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테슬라는 전 세계에 627,000대의 차량을 인도했고 연간 900,000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 세계 승용차 총 인도량은 올해 7,500만 대로 예상하기 때문에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1.2%라는 전에 없는 놀라운(!) 기록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영업이익률, 저조한 시장점유율에도 훨씬 더 놀라운 것은 테슬라의 주가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11월 11일 현재 1,068달러로 시가총액을 1조 달러(1,200조원)를 넘게 유지하고 있다. 주가수익률(PER)은 346으로 테슬라도 들어가 있는 S&P500의 평균 주가수익률(PER)은 35인데 이보다 10배나 크다. 주가수익률(PER)이 346이라는 것은 테슬라의 현재 수익으로 테슬라 주식을 모두 사는 데 346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인 테슬라(Tesla)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대 자동차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과 같다. 불과 3일 전만 하더라도 시가총액이 1조 2천억 원이 넘었는데 이때에는 다른 10대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보다도 더 컸다. 테슬라의 시장가치나 미래가치가 과연 이들 자동차 기업의 모든 가치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일까? 주식시장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하나로 요동칠 만큼 소위 미쳐서 날뛰고 있다.

억만장자세와 머스크

테슬라 주식처럼 자본시장에 유동성이 흘러넘쳐 주가가 폭등하면 이 과정에서 돈을 벌고 재산을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표적인 주식 부자들이고 유럽과 아랍 지역 왕족들, 진정한 로열패밀리를 제외하고 세계 최 부호들이다. 테슬라 주가 폭등으로 일론 머스크는 재산이 3,203억 달러(380조 원)로 올라, 2035억 달러(240조원)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를 제치고 세계 부자 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들은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기로도 유명하다. 지난 5월 미국 탐사보도 매체인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보도에 따르면, 증가한 재산 대비 일론 머스크의 실효 세율은 약 3.4%, 오마하의 현인답게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은 고작 0.1%였다. 아마존 창업자로 머스크에 이어 세계 2위 부호인 제프 베조스는 2017년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반면,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2018년 각종 공제를 고려한 모든 미국 납세자의 평균 연방 실효 세율은 13.3%였다.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자산이 증가했다고 해서 모두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 뮤추얼 펀드, 채권 등이 상승해 이익을 보더라도 이것들은 모두 ‘미실현 이익’이기 때문에 매각해서 이익을 실현하기 전까지 이런 자산 가치의 증가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다만 자산 자체의 가격 상승이 아니라 이 자산의 이자 수입이 발생했다면 가령, 주식은 배당세, 채권은 이자세를 낸다. 그러니까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가 매년 주가 상승으로 자기 재산에 수십억, 수백억 달러가 추가된다 하더라도 그 돈은 평가액이고 실현된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수퍼리치들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이를 담보로 대출받으면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대신 아주 저렴한 이자로 증가한 자산가치에 비례해서 현금을 가져다 쓸 수 있다. 이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현금은 부채이기 때문에 소득으로 보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런 주식과 채권의 미실현 이익 증가분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주식과 채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다수 금융자산은 평가이익이 발생하면 과세한다. 최근 새롭게 금융자산으로 편입된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들도 평가이익(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하게 된다. 그런데, 유독 주식이나 채권같이 기업의 자본과 관련된 금융자산들은 평가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양도하거나 처분하지 않으면 미실현 이익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았다. 여기에 과세할 경우 자본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현재 자본시장 구조를 보면 그럴 우려는 전혀 없다.

미국 민주당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주식·채권과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도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를 발의한다고 밝혔다. 억만장자세는 소득이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소득이 10억 달러 이상인 개인이 대상이다. 약 700명 정도가 해당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 등의 미실현 이득에 과세한다. 가브리엘 주크만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자산 1위인 머스크는 첫 5년 동안 500억 달러(58조 원), 제프 베이조스는 440억 달러(51조 원)를 내는 등 상위 10명이 전체 세수의 절반 넘는 2,760억 달러(32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와이든 상원의원은 이 세수로 의료와 보육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머스크는 억만장자세 도입 얘기를 듣고 트윗에서 찬반 설문조사를 했다. 11월 6일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최근 들어 미실현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에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이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설문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 트윗은 테슬라 주가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됐는데,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1억7,050만 주를 보유하고 있어 10%를 매각하면 210억 달러(25조 원)에 상응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와 사실상 머스크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동안 진행된 설문조사는 총 351만9,252명이 참여해 57.9%가 찬성했고 42.1%가 반대 의견을 냈다. 머스크는 며칠 후 테슬라 주식 220만 주를 인수하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이중 90만 주는 주식인수 소득세를 내기 위해 곧바로 매각했고, 360만 주도 별도로 매각했다. 이처럼 머스크는 220만 주를 인수하고 450만 주를 매각했는데, 이에 테슬라 주가는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머스크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보유주식의 10%(1,700만 주)를 매각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은 주가 하락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머스크 트위터에서 200여만 명인 59%가 억만장자세를 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재용 일가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 계열사 주식의 일부를 매각한다고 했을 때, 주가 떨어진다고 아예 상속세를 줄여야 한다고 하던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불평등 확대에도 한국은 감세 중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본주의 역사상 불평등이 최고조로 확대된 상황에서 다양한 증세 방안이 논의되거나 실행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유럽 등에서는 억만장자세와 같은 증세 방안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소득세와 자본세 등 대규모 증세 방안 내놨고, 영국 보수당인 보리스 존슨 내각은 올 3월 법인세율을 현행 19%에서 2023년에 25%로 6%포인트 올리고, 소득세는 세율 사실상 상향하는 증세 방안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7월 139개국이 글로벌 디지털세와 최저세(15%)를 합의해 확정되었다. 한편 탄소세는 일본, 캐나다, 스웨덴은 이미 도입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해 2026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2025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의 억만장자세와 같은 부자 증세도 갑론을박하면서 논의되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세계적인 증세 기류와는 달리 정반대로 감세의 물결이 파도치고 있다. 미국과 같이 한국도 미실현 이익이라는 이유로 주식, 채권 등의 재산 증가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소득세 세율을 아무리 많이 올려도, 100%로 하더라도 증가한 재산의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과세할 뿐이다.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똑같이 규정되기 때문에 법인의 소득세인 법인세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현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순자산이 15.4조 원으로 14조 원의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부자 1위에 올랐다. 최근 카카오뱅크 상장 등으로 김범수 의장의 재산은 2조 원 이상 증가해 순자산이 17.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올해 김범수 의장이 낼 소득세는 임원보수 7.5억 원, 카카오 배당금 17억 원 등 24.5억 원의 소득에 대해 공제 없이 소득세 최고 세율(42%)을 적용하더라도 10억 원이다. 증가한 재산 9조 원에 대한 세율은 0.011%로 앞서 미국 프로퍼블리카에 의해 공개된 워렌 버핏의 쥐꼬리만 한 세율(0.1%)에 비해서도 1/10 수준에 불과하다. 소득세를 100%로 하더라도 24.5억 원에 불과해 사실상 의미 없는 세금일 뿐이다. 이렇게 낮은 소득세에 더해 김범수 의장은 탈세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 일가는 상속받는 재산이 모두 26조 원 수준인데, 상속세가 12조 원으로 확정됐다. 4월 30일 2조 원을 1차 납부했고, 남은 10조 원은 5년에 걸쳐 납부한다. 그런데, 2조 원의 1차 분 세금납부를 앞두고 올해 1월 삼성전자 이사회는 정규 배당금(총 9.5조 원) 외에 10조 원이 넘는 규모의 특별배당까지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일가는 상속세 1차 납부 직전인 4월 20일 삼성전자로부터 1조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1조 3,079억 원에 달했다. 또한 나머지 돈 중 4천억 원은 은행 내부규정에도 없는 특별 신용대출로 받았다. 이처럼 12조 원의 상속세를 내면서 나머지 상속재산 14조 원과 자산총액 457조 원이 넘는 삼성그룹 경영권을 받아 챙기는 재벌 일가는 그나마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상속세를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대 재벌이 경영권을 상속하는데 부담이 될까봐 연일 상속세가 너무 많다며 걱정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상속세 개편도 논의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과세 방식을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자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유산취득세 형태로 개편되면 과세표준이 낮아져 상속세가 감액되는 효과가 있다.

국회에서는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완화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시가격 11억 원은 실거래가로 15.7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는 한술 더 떠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또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서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 과세를 연기하고 공제한도도 대폭 상향하는 것을 공약으로 밝혔다. 모두 감세다.

과세 제한, 감세 기조는 세제 도입과정에서부터 관철되고 있다. 정부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기로 했는데, 애초 공제액이 2,000만 원까지였지만 금융시장의 여론에 밀려 5,000만 원으로 비과세 한도를 높였다. 올 4월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낮춰 종목별 3억 원이상으로 부과대상을 확대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것도 금융시장에 밀려 시행하지 못하고 현행 유지되었다.

정부와 여당의 감세는 중단돼야 한다. 조세정책이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더 조장하는 방식으로 악화한다면, 노동자와 서민의 박탈감과 곤궁함만 더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국면에서 감세는 서민들의 빈곤을 팔아 부자들의 표를 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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