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대학등록금은 저소득층의 대학진학을 막거나, 진학하더라도 거대한 부채를 지고 졸업하게 하여 노동자·서민을 대학교육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 대학 서열화는 사교육비 투자를 많이 한 고소득층이 SKY대학 등 상위서열대학에 입학하게 만들고, 이들 대학 출신들이 사회 요직을 독점하게 만드는 선별기구로 기능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액 등록금과 대학서열 체제는 노동자·서민들의 대학교육 참여를 방해하고 기득권층의 사회지배를 공고히 하는 수단들이다. 기득권층들은 이 두 가지 수단을 활용하여 자신들을 대를 이은 지배계급으로 두면서 노동자계급은 영원한 피지배계급으로 위치시킨다. 한국 사회 학벌 재생산과정을 다음 글 상자에 간단히 표시했다.

한국 사회 상위 3-4%에 속하는 고소득층의 자녀는 주로 사립초·중학교에 다니고 자사고와 특목고에 진학한다. 졸업 후 이들은 상위서열대학(SKY대학, 수도권 사립대, 거점국립대)에 진학하여 교육부의 온갖 지원과 특혜 속에 대학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정계·재계·관계·언론계·종교계 등 권력 직종과 고소득 전문직 특히 금융자본주의의 핵심 직종인 금융공기업의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반면, 중·저소득층 자녀는 공립초·중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반고에 진학하여 졸업한 후 대체로 하위서열대학(지방사립대학과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대학교육 과정과 채용 과정에서 배제와 차별을 받은 후 주로 저소득 직종·비정규직에 진출하게 된다. 자녀교육에서 다시 고소득층에 뒤처지는 빈곤의 악순환을 지속하게 된다. 따라서 대학 무상교육과 대학 서열철폐는 평등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대학 무상교육 문제부터 살펴보자. 요즘 40-50대는 자녀가 두 명 정도 있다. 자녀의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등록금과 생활비지원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연평균 832만 원의 생활비를 보조한다. (한국일보, 2017.06.17.)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자녀 2명이 사립대학에 다니면 연간 3,160만 원이 들고, 사립대와 국립대에 1명씩 다니면 2,830만 원이 필요하다. 2021년 4인 가구의 월평균 중위소득은 4,876,290원이므로 자녀 두 명이 모두 사립대학생이면 연간 총소득 중 54%를 교육비로 써야 하며, 국공립대와 사립대에 1명씩 다니면 총소득의 48%를 대학교육비로 지출해야 한다. 이는 중위소득 기준이니까, 부담이 이보다 더 큰 가계가 전국 4인 가구의 절반이라는 의미이다.

3인 가구의 자녀 1명이 사립대학에 재학하면, 대학교육비는 중위수 가구 소득 약 4개월분에 해당한다. 자녀가 전문대생이라도 비슷하다. 전문대생의 98%가 사립대에 재학 중인데, 그 부담은 연간 총소득의 30%가 된다. 어떤 경우이든 자녀의 대학교육비는 가계의 큰 부담으로서 무상교육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다음, 학벌사회의 형성과정을 보자. 학벌사회의 기득권층은 자녀의 인적자본 형성을 통해 부와 권력을 물려준다. 학벌사회 진입을 위해 고소득계층이 벌이는 교육비 지출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제20대 국회 여영국 의원에 의하면, “사립초(최고 1,295만원) 6년, 사립국제중(최고 1,499만원) 3년, 사립외고(최고 1,866만원) 3년 등 특권교육 과정을 거친다고 하면 대학진학 전까지 학비만 최대 총 1억7,865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그 결과 고소득계층 자녀들은 SKY등 수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학에 상대적으로 많이 입학하고, 저소득계층 학생들은 교육비 경쟁에서 밀려 국립대보다는 사립대학에, 수도권 대학보다는 지방대학에, 일반대학보다는 2-3년제 전문대학에 많이 입학한다.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진학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 결과, SKY>수도권 사립대학〉거점국립대학〉지방사립대학〉전문대학이라는 계층화가 이루어졌고, 이에 기반하여 촘촘하게 대학서열이 형성되었다.

한국의 학벌들은 3부(입법, 사법, 행정)의 권력을 장악하여 법을 만들고 적용하고 심판하는 영역까지 모두 지배하고 있다.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을 이들이 만들고 집행한다. 금융 활동 전반을 지배하며, 언론도 이들의 손에 있을뿐더러 문화 권력까지 장악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서너 개의 패밀리가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잘난 학벌들의 활약은 대장동 사건에서도 증명된다. 따라서 고액의 등록금과 대학서열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사회를 발전시킬 수 없다. 평등사회 건설의 첫걸음을 대학교육 무상화와 대학서열 해체에 두어야 한다. 대학 무상교육에는 돈이 별로 안 든다. 국가 예산을 잘 조정하면 언제든지 실시할 수 있다. 불평등체제를 유지하려는 기득권층의 반대가 거세지만. 노동자·서민들이 뜻(표)을 모으면 할 수 있다.

박정원 교수노조 위원장
박정원 교수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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