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일이’ 민주노총 상근간부 기고 첫 번째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자 인권 개혁을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된 전태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열사의 이야기가 12월 1일 전국적으로 개봉한다. 영화는 전태일 열사가 미상사 보조로 출발해 재단사를 거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행동하던 ‘청년 전태일’의 모습을 다뤘다.
영화 ‘태일이’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태일’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왜 현재 우리에게 기억되는지 전하고자 했다. 혁명가로서 투쟁하는 삶보다 인간 전태일 또는 청년 전태일의 삶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모든 세대가 접근하기 쉽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노동과세계는 두 번에 걸쳐 영화 ‘태일이’를 본 기고를 전한다. 지난달 9일 시사회 단체관람으로 함께 영화 ‘태일이’를 만났던 민주노총 중앙 사무총국 상근간부의 기고다. 먼저는 20대가 바라본 영화 ‘태일이’다. [편집자주]

영화 ‘태일이’ 스틸컷. ⓒ 명필름 제공
영화 ‘태일이’ 스틸컷. ⓒ 명필름 제공

지난 11월 9일, 영화 ‘태일이’의 민주노총 시사회가 있었다. 12월 1일 개봉을 앞두고 노동조합 활동가를 대상으로 먼저 시사회를 가진 것이다. 과연 열사의 삶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어떻게 구현됐을지 하는 호기심과 연예인들의 목소리 출연에 새삼 신기해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사무총국 동지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앞서 가졌던 호기심이 무색하게도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이 채 되지도 않아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다. 열사의 처절했던 삶과는 너무도 다른 영화 속 포근함이 마음 아프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2011년,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물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좋은 세상에 대한 열의가 뜨거워져 있던 가을, 그때 한 선배가 알려준 전태일평전이 내가 ‘열사 전태일’을 인식했던 첫 기억이다.

내가 그동안 상상할 수 있었던 밑바닥의 삶보다도 더 가난한 삶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삶 속에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제 몸에 불을 붙였던 열사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낯설고 생경하면서도 열사의 ‘아는 대학생 한 명만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이소선 어머니가 전태일의 죽음 이후 찾아온 대학생들에게 ‘왜 이제서야 오냐’고 했던 울음 맺힌 목소리가 내게 와닿는 듯했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 명필름 제공
영화 ‘태일이’ 스틸컷. ⓒ 명필름 제공

2021년의 끝자락. 영화 ‘태일이’가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자 하는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17살 현장실습을 나간 고등학생 홍정운 군은 부당한 업무지시로 배 바닥의 따개비를 제거하다 목숨을 잃었다. 흑자를 기록하던 한국게이츠가 돌연 폐업과 함께 137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아직도 차가운 거리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린 정규직화의 약속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영광의 한 청소노동자는 고공농성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시기 사람들의 일상을 지탱하던 돌봄노동자, 배달노동자들은 정작 본인들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셀 수도 없는 현장에서, 여전히 노동자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대해도 되는 존재인 것 같다.

이 현실에, 영화 속의 청년 전태일은 아니라고 외친다. 노동자는 그렇게 대해져선 안 된다고. 창문도 없이 먼지 가득한 골방에서 일하는 시다도 폐병에 걸리면 치료받아야 하고 닭장 같은 평화시장에도 환기와 조명이 필요하며 노동자들에게 정기적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친다.

영화가 개봉하는 12월 1일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가까이 둔 시기다. 나라의 권력이 교체되는 시기인 만큼 모두가 큰 관심이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태일이의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별은 일상이고 불평등이 당연했던 노동자들의 삶에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었던 태일이의 이야기가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 널리 퍼지고 퍼져 전태일이 연민했던 노동자들의 삶이 진정으로 바뀌길 바란다.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지녔던 청년 전태일의 불꽃 같은 삶을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시면서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12월 1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의 선전을 기원한다.

 

영화 ‘태일이’ 포스터. ⓒ 명필름 제공
영화 ‘태일이’ 포스터. ⓒ 명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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