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일이’ 민주노총 상근간부 기고 두 번째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자 인권 개혁을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된 전태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열사의 이야기가 12월 1일 전국적으로 개봉한다. 영화는 전태일 열사가 미상사 보조로 출발해 재단사를 거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행동하던 ‘청년 전태일’의 모습을 다뤘다.
영화 ‘태일이’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태일’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왜 현재 우리에게 기억되는지 전하고자 했다. 혁명가로서 투쟁하는 삶보다 인간 전태일 또는 청년 전태일의 삶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모든 세대가 접근하기 쉽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영화 ‘태일이’를 두 번째 기고를 전한다. 지난달 9일 시사회 단체관람으로 함께 영화 ‘태일이’를 만났던 민주노총 중앙 사무총국 상근간부의 기고다. [편집자주]

영화 ‘태일이’ 스틸컷. ⓒ 명필름 제공
영화 ‘태일이’ 스틸컷. ⓒ 명필름 제공

## 처음 만난 전태일 열사

내가 전태일 열사를 처음 만난 건 청소년 권장 도서인 ‘전태일 평전’도 아니고 만화책으로 나온 ‘태일이’도 아니었다. 고등학생 즈음에 서울에 놀러 다니다가 평화시장 전태일다리 앞에서 만난 전태일 동상이 처음이다. 그때는 평화시장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다리 근처의 동판들을 신기해하면서 읽었다. 다양한 노동조합의 이름과 문구들이 있었는데 ‘이게 뭘까?’싶어서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전태일 열사는 2012년 대통령선거 때 후보였던 박근혜가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려다 한 노동자가 몸으로 막아서고 끌려나가는 기사를 봤을 때다. ‘아, 대체 전태일이 누구기에 저 사람이 저렇게까지 반대하는가?’싶었다. 평전을 읽고 나니 그때 막아서던 노동자의 마음이 이해됐다.

## 아무것도 모르고 평전을 읽었다

처음 읽었던 평전에 대한 소감은 굶주린 배를 물로 채우던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차비가 없어 밤새 걸어가고, 나의 일이 아님에도 노동환경을 개선하려 부당함과 싸우다 결국 불꽃이 되었던 전태일 열사가 대단하고 참 멀어 보였다는 점이다. ‘나였다면 어땠을까?’를 계속 되물으면서 읽었다.

어릴 때와 평화시장에 들어가는 부분까지 읽으면서는 어머니를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여상을 졸업하고 바로 공장에 취업해서 많이 고생했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어릴 때는 공감이 어려웠지만, 당시 평화시장의 노동환경이나 시대상을 읽으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 명필름 제공

나는 올해 11월도 전태일 평전을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읽었다. 읽을 때마다 울컥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매년 읽게 되는 것 같다. 올해는 바보회 결성부터 평화시장 앞 시위, 불꽃이 된 전태일 열사, 그리고 이소선 어머님과 마지막으로 하던 대화까지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마지막으로는 51년 전에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구호를 지금도 외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고 화가 났다.

## 태일이를 본 나

태일이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펀딩에 참여했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전태일 열사라니 잘 살릴 수 있을까? 걱정보다는 너무 기대됐다. 민주노총이 제일 먼저 시사회를 보게 되었다고 했을 때 ‘아, 나는 펑펑 울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울고 있었다.

전태일 평전은 3인칭에서 풀어내는데 ‘태일이’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여서 나도 다양한 캐릭터의 시선으로 전태일 열사를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전태일 열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평전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 ‘태일이’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너무 궁금해서 개봉하면 가족들과 함께 가서 볼 예정이다.

영화 ‘태일이’ 메인예고편. ⓒ 명필름 제공
영화 ‘태일이’ 메인예고편. ⓒ 명필름 제공
영화 ‘태일이’ 포스터. ⓒ 명필름 제공
영화 ‘태일이’ 포스터. ⓒ 명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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