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맞이한 복수노조제도.. 그 안의 허와 실을 들여다보는 전북지역 증언대회 및 토론회 개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과 민주노총전북본부 공동주최.. 사측의 노조파괴 전략으로 전락해버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복수노조 시대 10년, 현장 증언 토론회' 패널 및 사회자. 사회자가 토론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민주노총전북본부
'복수노조 시대 10년, 현장 증언 토론회' 패널 및 사회자. 사회자인 민주노총전북본부 이주철 조직국장이 토론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민주노총전북본부

2011년 7월 1일부터 올해로 꼭 10년을 맞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제도. 복수노조가 설립된 후 자본과 정권은 이를 노동자 탄압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노동조합 간 경쟁을 심화시켜 사업장 내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노조 분할로 인한 교섭력 약화를 조장했으며 사용자에 대한 지배개입을 강화하려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복수노조 제도 10년, 민주노총전북본부와 국회 환노위 간사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의 공동 주최로 '복수노조 시대 10년, 현장 증언 토론회'가 오늘인 12월 16일 오전 10시 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 도전실에서 열렸다. 해당 토론회는 전라북도 지역 각 산별연맹 사업장에서 벌어져 온 복수노조제도의 민낯을 낱낱이 고발하고 향후 복수노조 제도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복수노조 시대 10년, 현장 증언 토론회 전경 ⓒ민주노총전북본부
복수노조 시대 10년, 현장 증언 토론회 전경 ⓒ민주노총전북본부

이 날 토론회는 안호영 의원실과 민주노총전북본부가 공동주최 하였으나 오늘인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개최되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논의하는 날이므로 국회 환노위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불참했다. 토론회 시작 전 안호영 의원은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토론회 참석자들에 인사를 전했다.  해당 영상에서 안호영 의원은 "그동안 현장에서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기존 노조를 무력화 시키거나 교섭을 지연하는 등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자유로운 교섭권 행사가 방해받고 있다"고 밝힌 뒤 "그런 점에서 그간에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문제점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개선방안에 대해서 논의하는 오늘 토론회가 큰 의미가 있다"고 의견을 밝히며 인사를 마쳤다. 

 

또한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노총전북본부 박두영 본부장은 "부디 이번 증언대회 및 토론회를 계기로 교섭창구단일화 폐지, 노노갈등 조장하는 사용자측의 지배개입을 분쇄하고 민주노조 깃발 아래 모든 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세상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민주노조 설립 직후 사측의 집중탄압, 복수노조 설립까지 시간끌기 등 각종 노동탄압에도 대응할 수 없었던 제도의 불비, 헛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금속노조 전북지부 ASA지회 김필수 지회장 ⓒ민주노총전북본부
민주노조 설립 직후 사측의 집중탄압, 복수노조 설립까지 시간끌기 등 각종 노동탄압에도 대응할 수 없었던 제도의 불비, 헛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금속노조 전북지부 ASA지회 김필수 지회장 ⓒ민주노총전북본부

오늘 토론회는 금속노조 전북지부 ASA지회의 김필수 지회장, 금속노조 전북지부 익산금속지회 현대필터 조경영 분회장, 공공운수노조 전북지부 평등지부 이태식 지부장,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이상구 지부장의 현장 증언으로 시작되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ASA지회는 민주노조를 설립한 후 사측의 집중적인 탄압에 맞서야 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측은 어용노조를 모집, 설립하였고 지속적인 민주노조 탄압과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불이행하며 교섭을 해태하였다. 지노위 시정명령과 노동부 근로감독관 파견에도 강제력이 없으므로 교섭절차는 계속 지연되었고 결국 사태는 장기화 되고 민주노조는 와해되어가는 중이다. ASA 김필수 지회장은 "유관기관인 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가 이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신속한 기소, 엄중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신규노조의 노조할 권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고용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의) 이런 태도는 노사분규 장기화에 동조하는 것"이라 밝혔다. 

 

복수노조제도 하에서 사측의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로 민주노조 조합원들의 고통을 전하고 있는 금속노조 전북지부 익산금속지회 현대필터지회 조경영 지회장 ⓒ민주노총전북본부
복수노조제도 하에서 사측의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민주노조 조합원들의 고통을 전하고 있는 금속노조 전북지부 익산금속지회 현대필터지회 조경영 지회장 ⓒ민주노총전북본부

금속노조 전북지부 익산금속지회 현대필터분회의 조경영 지회장은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후로 특근, 야근근무, 휴일근무를 해 본적이 없다"며 증언을 시작했다. 금속 노동자에겐 잔업과 특근으로 수당을 챙겨야 생계가 가능하기에 이는 노동자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중대차한 사안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현대필터분회의 조합원들은 사측의 징계남용, 승진누락, 연차휴가 사용 시 인권 침해 , 여성 조합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산재신청 시 인사고과 감점, 사측의 지배개입 등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애썼다. 그러나 2018년 사측의 금속노조 현대필터산업 노조 파괴 시도 후 사측을 중심으로 복수노조가 생겼고 이후 금속노조 현대필터산업분회는 소수 노조로 2018년 12월 26일에 단체 협약 실효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2년 후 2021년 단체협약에 금속노조 현대필터산업은 교섭창구단일화를 통한 절차와 규정을 통해 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사측과 어용노조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금속노조 현대필터산업분회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도청권 사업장, 전주대학교, 비전대학교, 전주시청 등 다수의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수노조 악용 사례를 증언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평등지부 이태식 지부장 ⓒ민주노총전북본부
전북도청권 사업장, 전주대학교, 비전대학교, 전주시청 등 다수의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수노조 악용 사례를 증언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평등지부 이태식 지부장 ⓒ민주노총전북본부

전북도청 사업장, 전주/비전대, 전주시청 등 다수의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수노조 악용 사례를 증언하기 위해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평등지부 이태식 지부장도 발언자로 나섰다. 이태식 지부장은 "전북도청과 송하진 도지사가 노동조합 무시·탄압을 주도하며 노조할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악질사업주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한 "전주대, 비전대 분회는 복수노조 설립 이전에 산별노조로서 교섭권을 확보하였으나 복수노조 설립과 사측의 노동탄압으로 집단 탈퇴가 발생했으며, 사측은 친 사측인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라고 주장하며 평등지부와의 교섭을 거부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복수노조제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국립무형유산원분회에서는 사측이 단수노조 즉,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상의 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른 교섭대표 노동조합 지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이유로 창구단일화 절차 진행 중의 신종 교섭해태를 강행한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0년도만 해도 인정되었던 산별 교섭권과 공동교섭의 진행 등이 2011년 7월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기업별 교섭만 인정되면서 대부분의 사업장이 교섭창구단일화로 교섭권을 박탈당해야만 했던 사례를 발언 중인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이상구 지부장 ⓒ민주노총전북본부
2010년도만 해도 인정되었던 산별 교섭권과 공동교섭의 진행 등이 2011년 7월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기업별 교섭만 인정되면서 대부분의 사업장이 교섭창구단일화로 교섭권을 박탈당해야만 했던 사례를 발언 중인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이상구 지부장 ⓒ민주노총전북본부

전북버스노동조합은 2010년 한국노총에서 조직전환 및 가입 등으로 민주노총으로 노조를 전환하면서 초반 인정되었던 산별 교섭권과 공동교섭의 진행 등이 2011년 7월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기업별 교섭만 인정되면서 대부분의 사업장이 교섭창구단일화로 교섭권이 박탈되어야만 했던 억울함을 겪었다. 그 후 파업투쟁을 통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였으나 사측은 어용노조인 소수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하면서 민주노조를 견제하기 위해 소수노조에 기득권을 몰아주었다. 전북버스노동조합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섭 및 투쟁 중에 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10년, 노동3권 침해사례에 대해 발표 중인 민주노총 법률원 조민지 변호사 ⓒ민주노총전북본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10년, 노동3권 침해사례에 대해 발표 중인 민주노총 법률원 조민지 변호사 ⓒ민주노총전북본부

민주노총 법률원의 조민지 변호사는 "악덕 사업주라고 해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아닌, 제도 자체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또한 조민지 변호사는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침해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 법률원에서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갖는 기본권의 박탈이 야기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미검토와 이에 따른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며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으며 "또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10년 노동3권 침해사례조사집을 발간하여 정부와 국회에 배포하여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조속히 무효화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10년, 전북지역 노동기본권 파괴 실태와 과제' 발제를 맡은 민주노총전북본부 조혜진 사무처장 ⓒ민주노총전북본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10년, 전북지역 노동기본권 파괴 실태와 과제' 발제를 맡은 민주노총전북본부 조혜진 사무처장 ⓒ민주노총전북본부

토론회의 마지막 순서는 민주노총전북본부의 조혜진 사무처장의 발제로 시작됐다. 조혜진 사무처장은 "애초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조직하지 않으면 교섭권한과 투쟁의 권한이 박탈되어 식물노조가 되거나 과반 이상의 조합원을  조직하였다고 하더라도 복잡해진 교섭창구단일화절차로 인해 시간을 끌며 어용노조를 만들어 그 세력을 키운 뒤 교섭대표노조의 권한을 가져가면 민주노조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창구단일화 절차를 악용하여 얼마든지 사측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중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창조컨설팅을 위시한 각종 노조파괴 노무법인의 예를 들며 "현재 노조를 파괴해 주겠다는 노무법인이 많다. 이미 그 방법 역시 교과서처럼 정해져있어 (사용자들에게) 돌고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사측의 도구로 전락해 노동자를 짓밟는데 사용되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조혜진 사무처장은 전북지역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악용실태를 설명하며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폐지하고 초기업단위 교섭구조의 복원과 쟁의권 행사의 독자성 보장 및 복수노조와 결합한 부동나동행위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서 설명했다. 

 

청중 토론에서 질문 및 제안을 던지고 있는 금속노조 전북지부 유기만 조직부장 ⓒ민주노총전북본부
청중 토론에서 질문 및 제안을 던지고 있는 금속노조 전북지부 유기만 조직부장 ⓒ민주노총전북본부

마지막 청중 토론에서 금속노조 전북지부 유기만 조직부장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지와 복수노조 제도를 혁파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민주노총전북본부에서도, 안호영 의원실에서도, 고용노동부 및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고민해 주시라"는 당부를 남겼다. 이에 민주노총전북본부 조혜진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전북본부가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지와 복수노조 제도 혁파 방안에 대해) 책임있게 고민하고 또 사업으로 기획하여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지를 힘차게 주장하겠다"고 답변했다. 

 

복수노조 제도와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이다. 또한, 신규 사업장에 민주노조가 생길 시 어용노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일상이 된 시간이면서  복수노조 제도,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사측의 노무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전락해버린 시간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무기이자 헌법상의 권리인 단체 교섭권과 단체 행동권을 빼앗은 복수노조 제도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폐지하고 복수노조 전략에 신음하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되찾아 사용자와 노동자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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