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끝에 잠정합의안 도출
- 배달료 보험료 연간 100만원 지원 및 산정기준 직선거리에서 실거리로 변경 성과
- 조합원의 힘으로 플랫폼 노사 관계 선도한 모범 사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노동자들이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합의를 통해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 기업의 배달료 산정기준을 바꿔내고, 임금 인상과 함께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냈다. 아울러 플랫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업 정책에 반영하고 향후 권리를 확대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교착 상태에 놓인 임금교섭을 플랫폼 노동자들이 피켓팅, 대규모 집회 등 집단 행동을 통해 돌파하고, 나아가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 더욱 시사점이 크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지부장 홍창의, 이하 배달플랫폼지부)는 지난 24일,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끝에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었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배달료 산정기준 내비게이션 실거리로 변경 ▲유상운송보험료 연간 최대 100만원 지원 ▲날씨 할증 명문화 ▲노사 공동으로 배달공제조합 설립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3일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창의 배달플랫폼지부장.
지난 23일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창의 배달플랫폼지부장.

특히 배달료 산정기준을 기존 직선거리에서 내비게이션 실거리로 변경한 것은 이번 합의의 핵심이다. 배달할 음식을 픽업하는 지점을 A, 배달 주소지를 B라고 했을 때 지금까지는 A→B 지점의 지도상 직선거리를 산정 기준으로 삼아왔다. 도로상황이나 지형에 따라 직선 거리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측이 비현실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시급히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였다. 또한 산정 기준이 현실적으로 바뀌면서 임금 인상 효과도 더해진다.

또한 보험료도 연간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을 받는다. 현재 배달노동자들은 1년에 오토바이 보험료로 통상 수 백만원을 상회하는 액수를 지급하고 있다. 20대 노동자의 경우는 배달료가 높게 책정되어 연 1천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급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만 맡겨왔던 것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배달플랫폼지부는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2년간 연간 보험료(유상종합보험 1백만원, 유상책임보험 50만원, 렌트비 1백만원)를 내도록 했다. 지부는 “향후 보험료 지원 기한을 늘리고 지원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사측의 책임성을 높여낸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악천후에 관행적으로 지급되는 날씨 할증비를 명문화한 것도 주요 성과다. 사측이 오토바이 운행이 더 어려워지는 우천, 설천시 할증비가 지급했으나 기준이 없다보니 들쭉날쭉 지급해 노동자들에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배달플랫폼지부는 날씨 할증을 명문화하고 나아가 ‘기상청 발표 기준 –5도 이하 또는 33도 이상은 건당 1천원 지급’하도록 해 기준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배달노동자들을 위한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제조합은 배달 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손해배상 등을 지원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왼쪽부터) 홍창의 배달플랫폼지부장, 김학수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박진수 우아한청년들 배송사업 운영실장이 24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금교섭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창의 배달플랫폼지부장, 김학수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박진수 우아한청년들 배송사업 운영실장이 24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금교섭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이와 같은 교섭 내용은 기존 노사관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일 수 있지만 플랫폼 기업과 노동조합 사이에서 도출된 합의라는데 의미가 크다. 세계적으로도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문제가 큰 쟁점이자 화두임을 감안하면 플랫폼 기업과 노동조합이 단협 체결에 이어 임금교섭을 타결한 사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모범 사례라고 할 만하다.

홍창의 배달플랫폼 지부장은 “이번 교섭으로 오토바이 보험료 지원, 배달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노사공동 노력이 결실을 맺기도 했다”며 또한 “선릉역 사고 이후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배달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보장 문제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게 되었다”고 밝혔다.

배달플랫폼지부는 21년 12월 30일부터 22년 1월 2일까지 조합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우아한청년들과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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