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현장] 현대차그룹 다단계 착취 맞서 싸우는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때까지, 교섭이 열릴 때까지 사측의 문을 두드릴 겁니다. 끝까지 민주노조 깃발을 사수하겠습니다.”

2022년 1월 2일 새해 첫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다. “더는 참을 수 없다”라며 투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금속노동자들을 1월 15일 ‘2022 민중총궐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21년 10월 울산 이화산업단지에 들어선 NVH코리아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 울산지부의 문을 두드렸다. 초동주체는 50여 명. 석 달 남짓한 준비기간을 거쳐 1월 2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를 창립했다.

백승철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부지회장이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 ‘2022 민중총궐기’에서 금속노조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변백선
백승철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부지회장이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 ‘2022 민중총궐기’에서 금속노조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변백선

백승철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부지회장은 “사측의 도를 넘는 갑질에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명이 해야 할 일을 한두 명이 하거나, 원청이 해야 할 일을 하청노동자에게 떠맡겼다. 근로계약 연장을 들먹여서 거부도 할 수 없었다”라며 노조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 NVH코리아 정규직들과 같은 일을 했지만, 임금·처우는 훨씬 못 미쳤다. 출근 복장을 검열하고, 작업장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했다. 한 하청업체는 근로계약을 1개월마다 연장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는 문자로 해고했다. 하청노동자들은 민주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창립과 동시에 탄압의 광풍이 몰아쳤다. 원청 NVH코리아 자본에 현대모비스 자본, 한국노총 NVH코리아 정규직노조, 한국노총 사내협력사노조까지. 거대자본이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총동원령을 내린 듯했다. 종용, 협박, 강요, 감금, 해고 등 자본과 자본에 무릎 꿇은 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백승철 부지회장은 “사측은 보험처리까지 완료하고 종결한 사고를 다시 끄집어내 책임을 물어 한 동료를 해고했다. 조합원에 대한 표적 해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한 업체 사장은 ‘한국노총 가입 안 하면 이 방을 못 나간다’라면서 면도칼을 노동자 손에 갖다 대기도 했다”라고 증언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조합원들이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 ‘2022 민중총궐기’에서 집회에 참석한 노조 조합원들에게 투쟁 소식을 담은 선전물을 전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조합원들이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 ‘2022 민중총궐기’에서 집회에 참석한 노조 조합원들에게 투쟁 소식을 담은 선전물을 전달하고 있다. 변백선

출범 당시 50명이 넘던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조합원은 20여 명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 30여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회는 설립 다음 날인 1월 3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출퇴근 선전전을 벌이며 동료들에게 민주노조 가입을 설득하고 있다. 원청 NVH코리아는 여전히 지회와 대화를 거부하고, 탄압으로 일관 중이다.

백승철 부지회장은 “임금이 중요하고, 복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인권, 노동자로서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노동자와 사용자 수평관계 확립이 지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라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백승철 부지회장은 “우리 공장은 현대모비스가 투자하고, NVH코리아가 위탁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복수의 하청업체와 아웃소싱 업체가 생산하고 있다”라며 “복잡한 구조지만, 결국 모든 결정은 원청 NVH코리아가 아닌 현대모비스, 그 뒤에 현대차그룹이 내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울산 이화산업단지 NVH코리아 공장은 2019년 현대모비스가 3,300억 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연간 10만 대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을 생산하는 친환경차 부품공장이다. 공장 기공식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희망을 준다”라고 말했지만, 2021년 문을 연 공장에 절망이 가득했다.

‘2022 민중총궐기’에 참석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조합원들이 배포한 투쟁 소식 선전물을 보고 있다. 변백선
‘2022 민중총궐기’에 참석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조합원들이 배포한 투쟁 소식 선전물을 보고 있다. 변백선

현대모비스가 3천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공장 안에서 현대모비스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위탁생산을 NVH코리아에 맡겼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방법으로 불법파견 시비를 피하고, 정의선을 위해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투쟁을 함께하는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그룹 이윤축적전략은 설비 자동화로 공장을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면서, 다단계 하청구조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다”라면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면 이윤축적이 불가능하므로 노조를 탄압하거나 한국노총을 택한다”라고 비판했다.

노조 울산지부는 “이런 구조는 울산뿐 아니라 광주형 일자리, 대구 PE모듈 공장 등 전국에 새롭게 만드는 모든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라며 “현대차그룹은 이미 주요부품을 현대모비스로 넘기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다단계 하청구조로 불법파견과 지배구조를 은폐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노조 울산지부는 “현대모비스전동화지회 투쟁의 승패가 금속노조의 방향을 결정한다”라면서 “완성차, 부품사 구분 없이 한목소리로 현대차그룹 다단계 하청 착취와 무노조 전략을 박살 내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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