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通統talk)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노동자들의 마음 건강에 대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해 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더 냉정하게 다가오는 현실의 무게를 어떻게 견디게 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 보려 합니다. 현실의 반대편에 담을 것들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기에 그 다름을 하나하나 인정하고 존중할 것입니다.
또한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사실에 근거하여 주장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져 내리지 않고, 적절한 균형 위에서 피어날 수 있게 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볼 생각입니다. [편집자 주]

사람의 마음은 양팔 저울과 같다.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을 일으키는 사실들을 모아 가만히 무게를 달아보고 어떻게 하면 균형이 맞는지 저울질을 한다. 균형을 맞췄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양쪽 접시에 올라가는 것이 매번 바뀌기 마련인데, 문제는 올라가 있는 것이 뭔지를 모를 때가 많고, 그래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노동자가 상담실을 찾아왔다. 잠시 뜸을 들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내용이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다. 두 시간을 들어도 끝나지 않는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고, 진짜 너무 힘들어서 언제 어떻게 죽을지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놓았다. 이럴 때 놀라면 안 된다. 저울이 놓인 바닥이 흔들린다고 느낄지 모르기 때문이다. 숨을 고르며 차분히 기다린다. 억울한 마음을 부여잡고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누구한텐가는 ‘꼭’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한다. 안심이 된다. 이제 숨을 들이쉬고 이분의 접시 위에 무엇이 놓아져 있는지 살펴볼 시간이다.

사실 노동자들의 저울은 기울어져 있기 십상이다. 한쪽 접시에 ‘어쩔 수 없음’이 놓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죽음을 마주한 노동자의 접시 위에도 수많은 ‘어쩔 수 없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직장 동료들의 따돌림, 실적에 대한 압박이 있었고, 가족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냉정한 현실이 ‘죽을 이유’라는 접시 위에 올라와 있었다. ‘안 죽은 이유’를 담고 있어야 할 접시는 비어있었다. 빈 접시가 훅하고 들리지 않는 것은 ‘억울함’이 고래 심줄처럼 당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젠 헐렁해져 곧 끊어질 것 같다고 했다. 현실이 노동자에게만 냉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냉정한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어떤 것이, 다시 말해 노동자가 반대편 접시에 올려놓고 저울이 균형을 이루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상담실을 찾았던 그 노동자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다른 친구를 찾아냈고, 헐거워져 끊어지기 직전의 긴장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찾고 나서야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는 인정한 희망 혹은 애정 같은 것도 발견해 아무것도 없어 보였던 그 접시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졌다는 걸 느끼고서야 스스로 살 가치고 있는 존재임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런 자신을 주섬주섬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정말 몰랐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지금 어떤 현실에 놓여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나 자신에게 친절하게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를 말도 못 하게 괴롭혔다. 그래서 딱 죽고 싶었다. 이제는 안 그럴 거다. 힘들지만 알고 나니 견딜만하고 같이 싸울 힘도 조금은 생긴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나를 몰아붙이진 않을 거다. 좀 쉬고, 놀면서 살 거다. 중심 잘 잡고 살아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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