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D-2, 공기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보름이 지난 가운데, 여전히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고, 정확한 사고발생의 원인 규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1호’가 되지 않기 위한 건설사들의 회피전략이 만연한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공기단축이 부르는 폐해에 대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철근, 형틀목수, 알폼, 타설, 해체정리 직종 현장노동자들의 공통된 증언은 ‘공기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로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중노동은 일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윤 철근노동자

현장 증언은 아파트 본층 시공 순서인 철근, 형틀, 알폼, 타설, 해체정리 순으로 진행됐다.
첫 증언을 진행한 철근노동자 김상윤 조합원은 “일반적으로 아파트 한 개층 바닥 슬라브와 벽체 작업을 하는데 각각 하루의 공정을 잡는다. 철근작업이 끝나야 타공정이 작업한다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벽 4시부터 헤드랜턴을 끼고 작업한다. 해뜨면 작업을 시작하고 하루씩 늦게 타설하면 될 것을 하루라도 일찍 끝내야 한다며 건설노동자를 압박한다”고 밝혔다.

 

윤승재 형틀목수노동자

이어서 증언을 발언한 형틀목수노동자 윤승재 조합원은 “콘크리트 강도 저하 등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크랙이라는 균열이 생긴다. 콘크리트의 당기는 성질로 인해 균열이 생기기도 하지만, 지지대의 조기 해체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보통 세 개 층까지 지지대가 고정 되어있어야 하는데, 광주 화정동 현장에서는 두 개 층 밖에 지지대가 있지 않았다. 충분한 자재의 보충이 안됐거나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밑에 층 지지대를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기단축으로 인한 무리한 작업 진행은 콘크리트 양생이 안 된 상태에서 타설을 진행하고, 지지대를 해체하면 반드시 내려앉게 된다. 그 상태에서 위층이 올라가고 계속 하중을 받게 되면 사고의 위험이 생기고, 내려간 슬라브는 절대로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생 30년, 부식 30년이라는 콘크리트의 수명이 더욱 짧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고도 했다.

 

김훈 알폼노동자

알폼노동자 김훈 조합원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빨리빨리 일해야 하는 건설현장, 어떻게든 공정을 앞당겨야 이익이 된다는 건설사의 현실이 노동자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알폼은 한 동당 지지대가 보통 3개 세트, 겨울에는 4개 세트가 있어야 하지만, 현장 경험상 4일에 한 번씩 타설하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푸집 존치기간이 28일은 되야 콘크리트 강도가 70%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28일 동안은 거푸집을 존치해야 하지만, 그 기간을 턱없이 부족하게 잡고 일하는 것이 건설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중노동 문제에 대해선 “알폼 노동자들이 망치질하는 대부분이 철제이기에 팔목이나 팔꿈치에 오는 데미지가 더 강하게 오고, 빨리빨리 일해야만 하는 환경 속에서 평균 30~32킬로그램의 알루미늄 폼 인양과정에서 허리나 무릎 등에 대한 부상을 항상 달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환경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복기수 타설노동자

타설노동자 복기수 조합원은 “88년부터 일해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얼마 전에도 슬라브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현장에서 일했는데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원청에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이 들어가면 전문건설업체에서 시공해야하지만, 전문건설업체는 타설 오야지에게 다시 입찰을 내리고 결국 말도 안 되는 단가에 일하게 된다. 비용절감을 위해 인원수를 줄이고, 이것은 결국 부실로 이어진다” 말했다. 그는 “타설노동자들은 작업의 연속성이 없다보니 4~5일에 한번 들어가 작업하는데, 현장에 여건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을 제대로 못한 채 일하게 된다. 이게 다 저가낙찰제로 인해 불법 하도급이 내려가고 비용절감으로 적은 인원이 투입되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승환 해체정리노동자

해체정리노동자 이승환 조합원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건설현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고 있다. 단가 절감을 위해서 콘크리트 양생 기간은 무시되고 노동자들의 안전도 무시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잡기 위한 단속이 제대로 되어야 하지만, 예고된 점검을 통해서는 아무런 효율이 없다. 이미 현장에서 다 조치를 취해놓기 때문이다. 불시에 점검을 해야 이런 것을 잡아내야 한다”며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원청에서 협력업체 선정을 최저가 낙찰로 진행하고, 단종은 하도급을, 하도급업체는 또 하도급을 내린다. 100에서 진행된 공사비용이 마지막에는 50으로 둔갑한다”고 말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참사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우월하다고 하는 우리나라 건설 산업의 민낯을 똑똑히 보여주는 사고였다고 본다. 25년 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너무나 충격적이었는데, 여전히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분과위원장은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지키고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날서게 지적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에서는 12~18일간의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지킨다고 하는데, 실제 지상층이 지어지고 있는 것은 4~5일이다. 1주일에 건물 한 층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건설노동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 뻔뻔하게 공기를 지키고 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건설자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현장에서의 경험을 말하며 “약 20년 전, 부산에서 대기업 건설사가 짓는 초고층 아파트에서는 한 달에 최고 8개 층을 올린 사례도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공기단축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토목공사는 바로 공사가 진행되기에 후속 공정의 일정을 잡고 계약을 한다. 토목공사의 일정이 암반이 나온다던지의 이유로 늦어지면 지상층에서 일정을 단축한다. 전문건설업체의 사정을 원청에서 봐주지 않는 이유도 있다. 공기자체가 애초에 촉박하다보니 뒤로 미룰 수가 없는 현실이다”고 말한다. 그는 “건물이 초고층화되고 있지만 공기자체는 과거와 크게 변한게 없다”며 “골조공사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돼야 후속 공사들도 빠르게 진행돼 준공기간을 맞출 수 있기에 선공정에서 늦어지는 것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조건이다”고 말했다.

이날 건설노조는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전체 공사 일정을 공개하면서 “2021년 3월 2일부터 한 주에 한 층씩 올렸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작업이 되는 과정에 따른 건설노동자 노동강도를 2020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진행한 ‘노동강도 측정 결과’를 통해 공개했다. 이러한 공기단축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평균적으로 하루 평균 9.65시간의 장시간 육체 노동을 하고 있으며, 사무직 노동자와 비교해 약 6배, 제조업 노동자와 비교해 약 3배의 칼로리 소모량이 나타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노동시간의 33%를 줄어야 한다고 연구결과를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실시를 앞두고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에서는 변한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노동자들은 “건설사들은 1호가 될 수 없다며, 설 연휴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장기 휴무에 들어가는 곳이 많다”고 밝히며,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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