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사업장 규모 차별없는 휴게시설 촉구 산업단지 노동자 기자회견
국가산단 사업장 고용인원 평균 ‘17.4명’···휴게시설 쉴 권리 사각지대 ‘우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민주노총과 함께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규모와 업종 차별 없이 모든 일터에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서다윗 서울남부노동자의미래사업단 집행위원장이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민주노총과 함께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규모와 업종 차별 없이 모든 일터에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서다윗 서울남부노동자의미래사업단 집행위원장이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사업장의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노동부가 전체 사업장의 5.9%에 불과한 20인 이상 사업장에만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과 공단(산업단지) 노동자들이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규모에 차별없는 휴게시설 의무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노동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인 이상 사업장에만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며, 또다시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을 공고화한다고 지적했다.

20인 이상 사업장에는 이미 휴게실이 갖춰진 사업장이 많아, 실질적으로 이 법이 필요한 사업장은 또다시 쉴 권리 사각지대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사업장의 5.9%에 불과하다. 노동부가 설치 의무 기준을 20인 이상 사업장으로 설정하게 되면,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수는 780만 명 가량이다.

특히, 다양한 업종과 노동자들이 밀집한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쉴 권리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산업단지관리공단의 국가산업단지 현황을 살펴보면 입주업체당 평균 고용인원은 17.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미 아파트형 공장화가 완성된 서울, 안산, 인천, 광주지역 공단의 평균 인원은 10명 내외로 20인 이상 사업장에 턱없이 못미치기 때문이다. 경기도 반월과 시화, 인천 남동구 등에 걸친 국가산업단지에는 총 97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2021.11.기준).

이들은 노동부가 휴게시설 설치 사업장 기준을 20인 이상으로 설정한다면, 산업단지는 휴게실 의무설치 ‘무풍지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기준과 의무를 제도화해 권리보호를 의무하는 것이 아닌 배제와 혐오 조장법, 의무 면제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봤다.

노동부가 아직 입법예고를 통해 공식화하지 않았음에도 20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를 논의하고 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노동부와 수차례 면담한 결과, 연구 용역 등에서 20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기준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민주노총과 함께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규모와 업종 차별 없이 모든 일터에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윤민례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산업단지 등 취약노동자 휴게 여건 실태 및 정책방안 마련 책자를 소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민주노총과 함께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규모와 업종 차별 없이 모든 일터에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윤민례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산업단지 등 취약노동자 휴게 여건 실태 및 정책방안 마련 책자를 소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노동부가 논의하고 있는 시행령 내용은 20인 미만 사업장의 휴게실 설치 의무화 배제에 대한 것이다. 여전히 사각지대를 만들려는 법을 마련한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법 취지를 무시하고 노동자의 쉴 권리를 박탈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부는 20인 이상 사업이라는 유리천장을 만들어 내려 한다. 분노스럽고 개탄스러운 마음을 전한다. 정부는 즉각 법 개정의 취지를 살려 중소사업장 노동에 대해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서다윗 서울남부노동자의미래사업단 집행위원장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배제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지금은 보편화된 주5일 근무제도 역시 차별적으로 시행돼, 2011년에야 20인 미만 사업장은 주5일제가 도입됐다. 이런식이니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다니느 것을 기피하고, 창피해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에는 수십 개의 지식산업센터, 이른바 공장형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겉보기엔 고층빌딩 숲을 이루는 첨단산업단치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작은 사업장들이 다닥다닥 들어차있다. 여전히 노동권의 사각지대,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라며 “작은사업장 천지인 산업단지가 또다른 차별 배제와 박탈의 공간이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민례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반월시화공단으로 나가보니 정말 많은 사업장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많은 부분에서 열악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사람답게 일하고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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