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마석모란공원 백기완 선생 묘역서 진행
백기완 선생을 그리는 새뚝이 1백여 명 모여
“우리 언제 다시 만나 이 세상 깨져라고 냅다 돌팔매를 쳐보게 될까요?
그러나 걱정마세요 당신 시에도 있듯이 우리 억척스레 앞만 보고 살았자나요
당신 뜻처럼 자기가 자기를 섬기는 삶따위 깨트리는 큰 여울로
우리 다시 만날 거에요 그때까지 조금만 더 버티기로 해요
소매를 걷어붙이고 기다릴게요”
- 백기완 선생의 안해 김정숙 여사의 편지 일부
15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故 백기완 선생 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백기완 선생을 그리워하며 함께하는 풍물굿패 삶터와 더늠, 일과노리, 예술마당 살판, (사)터울림, 소리꾼 최은희, (사)한국민족춤협회가 길 여는 굿과 한판으로 문을 연 추도식은 각계의 추도사와 새뚝이, 한발떼기의 약속, 유족인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신학철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이사장은 “가진 자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히던 그 목소리, 모든 것을 부술 듯한 그 주먹질, 어떤 단단함도 녹여내던 환한 웃음이 사라진 그 빈자리가 날이 갈수록 커진다”라며 “이 빈자리를 백기완 정신을 계승하여 실천하겠다는 버선발로 채운다면 노나메기 벗나래는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말로 추도식을 찾은 약 1백여 명의 추모객에게 인사를 전했다.
추도식을 함께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선생의) 날이 선 꾸짖음도, 온화한 미소도, 부드러운 타이름도 우리의 잣대였고 거울이었다”라며 “그래서 선생이 부재한 1년간 그 빈자리의 그리움과 헛헛함이 더욱 깊다”라고 故 백기완 선생을 추모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그 자리를 우리가 서로 더불어 함께 채워가겠다”라는 다짐을 전했다. 이어 “한반도 분단체제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여 통일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이 나서겠다, 기득권 보수 양당의 횡포에 맞서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의 주체로 우뚝 서겠다”라며 “더 커지고 더 단단해진 민주노총이 고통과 한숨에 지친 민중들의 희망으로 선생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일환 시인 또한 백기완 선생 1주기 추도식에 부치는 시 ‘노나메기 꽃’을 통해 “불쌈꾼 백기완 이름 석 자 가슴에 새기며 다시 앞으로 한 발 재겨 놓겠다. 선생이 나눠주신 노나메기 꽃 한 송이씩 각슴에 꽂고 가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김중배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고문과 손호철 상임자문위원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생의 정신을 계승해 선생을 추모하는 것이 아닌 우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운동’으로 이어가는 것”이라며 “우리 죽음 뒤에도 생시처럼 체온을 나누며 만날 수 있기를 선생의 젊은날처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기를 기약코자 한다”라고 추도사를 남겼다.
문화예술·노동·빈민·학술·통일·청년·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새뚝이들이 선생 묘역 앞에 나서 선생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낭독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마주한 현실을 깨내겠다는 다짐이었다. 새뚝이는 ‘기존에 주어진 판을 깨고 새 판을 여는 이’를 뜻한다.
백기완 선생을 기억하는 민중가수 한선희, 박은영, 지민주, 이혜규, 연영석, 박준이 함께 나서 추모공연을 더했다.
이어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주어진 판을 깨고 한발떼기에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이들이 나섰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 유성욱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 차헌호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소집권자,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황철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소집권자,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이 선생에게 ‘한발떼기의 약속’을 전했다.
추도식의 마지막엔 백기완 선생의 아내 김정숙 여사가 선생에게 쓴 편지를 직접 읽었다.
한편,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故 백기완 선생 1주기를 맞아 이날 추도식을 비롯해 다양한 추모행사를 기획했다. 같은 날 돌베게 출판사에서는 산문집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를 냈고, 14일부터 3월 17일까지 2주씩 나눠 ‘백기완을 사모하는 화가’ 18인전이 백기완노나메기재단에서 열린다.
또한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후원을 위해 ‘기죽지 마라’ 기금마련전이 21일부터 3월 6일까지 ▲백기완 쓰고 문정현 새기다 ▲사진에 담긴 거리의 백기완 ▲판화로 만나는 백기완 등 세 가지 주제로 열린다. 19일 오후 3시엔 ‘백기완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비정규직 추모 및 투쟁 결의대회’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