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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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과도한 기업 규제로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국내 대기업의 실적을 보면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이윤을 얻고 있다.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595개사(금융업 등을 제외)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156조5693억원으로 2020년에 비해 160%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83조9668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매출액은 230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매출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17%, 영업이익은 102% 늘었다고 보도했다. 국내 100대 기업의 매출은 2019년 945조원에서 1106조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었다. 2019년 전체 영업이익은 45조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2조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매일경제도 10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9년에 비해 각각 18.5%, 116.2%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중소기업의 처지는 정반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중소기업의 50.9%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21년 1월 게시한 ‘2019년 영리법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 수의 0.3%를 차지하는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전체의 56.8%를, 자산의 70.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1월에 발간된 재정포럼 10월호에 실린 '대기업-중소기업 간 하도급 관계를 고려한 중소기업의 성과 실증분석 및 정책적 함의' 보고서(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때 하도급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하도급 관계에서는 적어도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 또는 하도급 관계의 성과와 연동된 낙수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경련과 경총 등 재계에서 ‘경제위기론’을 앞세워 규제완화를 주문하고 조선일보 등 기업신문이 이를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누리고 있다. 대기업의 독점적 이윤은 전체 기업 종사자의 6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하다. 대기업과 이들과 이익을 함께하는 기업신문들이 끊임없이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하려는 속셈은 전체 기업의 99.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를 굳건하게 유지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내정된 한덕수는 연일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그는 첫 출근길에서 “대한민국의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정건전성이 국가 안정 정책의 최후 보루’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기업신문들은 “문재인정부 5년간 국가 채무 관리가 방치됐다”며 장단 맞추기에 바쁘다.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 공무원・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복지 부문 지출 확대 등이 주요 타깃이 됐다. 그러면서 “윤석열 당선인은 본인의 선심성 공약을 대폭 구조 조정하는 데 솔선수범하라”고 부추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소상공인 지원 50조, 군인 월급 200만원, 노인수당 확대 등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폐기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한겨레는 영국 BBC 등 외신을 인용해 유럽연합 주요국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Windfall Tax)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일찌감치 에너지값 급등으로 수익이 많이 늘어난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세율 10% 법인세를 추가로 걷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 연 1억 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에게 ‘최저한세 20%’를 부과하는 ‘억만장자세’ 구상을 포함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재정 수지가 크게 악화한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재정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과도하게 국가 부채를 부추기고 재정건정성을 이유로 복지 지출과 국가 역할을 축소하라고 여론을 왜곡하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이 망하면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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