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무기한단식과 텐트농성 돌입 기자회견
차별금지법·평등법 발의 국회의원들, “이제는 국회의 시간”

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됐다.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됐다.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여소야대’ 국회를 한 달 앞둔 가운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열릴 4월 임시회에서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1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와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기약 없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두 활동가는 지난해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30일간 행진하기도 했다.

이들은 4월 열리는 임시회에 맞춰, 새 정부 출범 전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증오의 정치를 끊어내야 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들은 텐트십여개를 설치했다. 차별금지법 4월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모여 텐트농성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대 대선 기간 더욱 노골화됐던 차별과 혐오 선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사회의 인권과 존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이후 모두를 위한 평등법 제정을 5대 개혁과제로 걸어놓고도, 지난달 임시회에서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별과 혐오를 더는 견딜 수 없고, 두고 볼 수 없는 시민들이 국회 앞에 텐트를 치며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단식에 나서는 미류 활동가는 “국회 밖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뭐라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데, 국회 안에서는 혐오에 줄을 대느라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제 상은 다 차려졌다. 혐오에도 빼앗기는 일에도 길들여지지 않게, 고르게 존엄한 사회에서 더 빛나는 평등을 꿈꾸며, 밥상 앞으로 와서 앉으라. 저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됐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됐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애인·성소수자·이주노동자 등 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사람들과,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함께했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해결하는 시작이다. 사람으로서 태어나서 이동할 권리, 사업장을 이동할 권리, 똑같이 일했으니 승진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라며 제정을 촉구했다.

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차별금지사유로 포함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지금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며 “국회의 시간을 흐르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또다시 국회 앞에 섰다.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고,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 추진연대 대표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 잡고 살고 싶어서다. 동지들이 목숨 걸고 식음을 전폐하며 간절히 원하는 것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기선 활동가는 “두 인권활동가가 펼치는 단식행동은 국회가 온갖 핑계로 인정하지 않은 평등과 존엄의 얼굴들을 보여주는 싸움이 될 것이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일하라”고 꼬집었다.

국회 정문 앞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평등텐트촌이 들어섰다. (출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페이스북 홈페이지)
국회 정문 앞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평등텐트촌이 들어섰다. (출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페이스북 홈페이지)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도 발언대에 나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식까지 하게 된 상황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차별금지·평등법이라는 당연한 논의가 지금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권인숙 국회의원은 “이제 국회의 시간이고,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단식투쟁에 마음으로 함께 하며 국회가 할 일을 하겠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도록 모두 함께 해달라”고 전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회는 국민들의 먹고 사는 일을 챙기는 곳이라는데,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서 먹고 사는 일을 멈추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개혁 정치 다른 데 있지 않다. 차별금지법이 국민의힘 국민통합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차별금지법 제정하자”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나이·언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국적·피부색·출신지역·용모 등 신체조건·혼인여부·임신 또는 출산·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종교·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성적지향·성별정체성·학력·고용형태·병력 또는 건강상태·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원 발의가 7차례나 이뤄지만 입법되지 못했다. 현재는 법안 4개가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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