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
발달장애인 부모 등 555명 삭발 “가족에만 책임전가하는 비문명 넘자”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에 서 참가자가 삭받을 받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추영욱 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에 서 참가자가 삭받을 받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추영욱 기자

“국가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에게 강요되는 죽음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아무 능력 없는 장애인의 부모는 삭발이라도 해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려 합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집단 삭발식에 참가자가 이같이 말했다. 행사는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1시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렸다.

발달장애인 부모·형제·자매 등 가족과 장애인 당사자,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염원하는 사회복지사 및 시민 555명이 삭발식에 참가했다. 이날의 삭발은 발달장애인 삶 전반에 아우르는 모든 돌봄과 교육 등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인 몫을 오롯이 한 가족에게만 전가되어서는 안된다는 외침이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소외는 곧 가족공동체의 비극으로 확대된다. 발당장애인 지원서비스와 정책 부족으로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연대는 이같은 이들이야 말로 '비문명'이라며, 중증 및 발달장애인 지원을 국가가 책임지고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4년전인 2018년에도 장애인부모 209명의 삭발식, 3000인 삼보일배 천막농성 등이 전개됐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고 안타까운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달장애인의 ▲활동보장 ▲소득보장 ▲노동권보장 ▲주거권·교육권·건강권 보장을 국정과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에서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에서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에서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삭발을 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에서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삭발을 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행사에는 국회의원들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바로 공정과 상식의 문제”라고 했고,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라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열심히 여러분과 함께 연대하면서 목소리 내겠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장혜정 씨의 가족이기도 한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발언대에 올랐다. 장 의원은 “이 순간에도 국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 등 굉장히 중요한 법안들이 올라가 있지만, 동료 의원들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한 뒤 “만약에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아마 여러분들과 함께 앉아 있었을 것이다. 오늘 함께 투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고, 반성의 의미, 항의의 의미, 그리고 각오의 의미를 담아 함께 삭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부모님들이 4년 전 이 자리에서 삭발하면서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를 말하며, 지역에서 24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지원 체계를 요구했는데 또 지금 우리는 이 자리에서 삭발한다. 이게 대한민국 장애인들의 현주소”라고 한 뒤

박 대표는 “우리에게 지역사회는 감옥이다. 우리를 감옥에 처박아놓고 줄세운다”며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기회를 가지고, 감옥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맺고 삶의 여유를 즐기며 여백을 채울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치고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행진했다. 오는 20일에는 단식 농성 선포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과 가족 555명의 삭발식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 추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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