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점심식사는 굶기 일쑤였다. 퇴근 후에도 SNS로 업무지시를 받으며 일했지만 연장수당은 당연히 못 받는 줄 알았다. 인력이 부족하면 10일, 20일 연속으로 일했고 주휴수당 역시 없었다. 점주가 해야할 일을 당연하게 대신하기도 했고, 이유도 모른 채 근무지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근무지 내에서 CCTV로 계속 감시당하며 업무지시를 받았다. 부당함을 견디지 못한 한 청년여성노동자가 노무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고,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한때 전국 각지에서 700명이 넘는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였으나 노조를 탈퇴하면 승진을 시켜주고 돈을 주겠다는 회사의 탄압에 조합원의 숫자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사측의 이러한 불법행위에 항의하며 한 노동자가 단식을 시작했다. 벌써 30일이 넘었다. 2022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리바게뜨 노동자들과 파리바게뜨 노동조합 임종린 지회장의 이야기다.

프랜차이즈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노동자들이 전국 각지의 매장에서 한 두명씩 일하고 있어 일터에서는 만날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부당한 일이 생겨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해냈다.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최초의 노동조합이다. 이를 본 네이버와 넥슨, 카카오와 같은 IT업계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우리는 이를 ‘파리바게뜨 나비효과’ 라 불렀다.

지난 27일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 OUT’ ‘인권침해 OUT’ 파리바게뜨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선언 촛불문화제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이 제안됐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 단식이 31일을 지나고 있었다. 
지난 27일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 OUT’ ‘인권침해 OUT’ 파리바게뜨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선언 촛불문화제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이 제안됐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 단식이 31일을 지나고 있었다.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의 조합원 대부분은 20~30대이고, 70퍼센트가 여성이다.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국에 흩어진 제빵기사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고, ‘빠바빵팟’(빠리바게뜨 제조기사들의 빵터지는 이야기) 이라는 팟캐스트로 조합원들을 교육했다. 기존의 노동조합의 운영방식과 문화와 다른 모습들을 보여줬다. 한편 사측은 대형로펌인 ‘김앤장’을 고용하고, 보수언론을 통해 여론을 장악하고, 한국노총까지 동원하여 대응하고 있다.

제빵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파리바게뜨는 SPC그룹 산하의 프랜차이즈다. SPC그룹이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겠지만 계열사를 살펴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파리바게뜨를 비롯하여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샤니, 삼립 등 51개의 계열사를 지닌 빵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거대자본이다. 얼마 전 SBS ‘미우새’에서 임원희가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빵지순례를 떠나는 장면을 보면서 궁금했었는데, 출시한지 일주일만에 150만개 이상이 판매되었고 입고되자마자 매진되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어졌다고 하는 포켓몬빵이 바로 SPC삼립 베이커리의 제품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먹고 싶어도 못 사서 못 먹는 빵을 만들어서 그런가, 한 청년여성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30일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행히 2018년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냈을 때처럼(아직까지 이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리바게뜨 청년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노조 탄압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선언에 4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 하였고, 지난 27일에는 선언에 참가한 시민들과 함께 SPC그룹 본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였다. 오랜만에 나도 촛불을 함께 들었는데 청년학생의 패기있는 발언과 멀리 안산에서 하루 휴가를 내고 찾아온 어느 중년 여성의 구성진 노래,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고 있을 지회장의 어머니를 만나 뵙고 온 인천시민의 시낭송까지, 이 싸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마음들이 느껴지는 따뜻한 자리였다.

지난 27일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 OUT’ ‘인권침해 OUT’ 파리바게뜨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선언 촛불문화제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이 제안됐다.
지난 27일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 OUT’ ‘인권침해 OUT’ 파리바게뜨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선언 촛불문화제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이 제안됐다.

얼마 전 썩은 배추와 무로 불량김치를 만든 유명기업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대표의 사과에 이어 결국 공장을 폐쇄하는 일이 있었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기업의 행태에 대하여 너무나도 당연하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먹거리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행위도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기업윤리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요즘,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함부로 대하는 기업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임종린 지회장의 말처럼 노조 때려잡으려다가 브랜드까지 때려잡을까 우려스럽다.

퇴사까지 결심했던 청년여성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거대자본에 맞서 목숨을 바쳐가며 싸우고 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모티브가 되었던 그녀의 싸움이 외롭지 않게,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이제는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돌려줘야한다. 이 시대의 수많은 청년·여성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이 다시 즐겁고 행복하게 날 수 있도록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주자. 지난 경험을 우린 잊지 않고 있다. 정상화하겠다는 약속은 뒤로하고 오히려 노동조합을 탄압하는데 온 시간과 돈을 쏟은 SPC그룹이다. 이번에는 2018년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빼앗긴 것은 다시 돌려받고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한다. 마음껏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고, 인간답게 일하며 즐겁게 빵을 만들수있게 말이다.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의 친구가 되겠다는 마음을 담아 시민문화제에서 노조 간부님이 즉석에서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도 함께 올린다.

여러분들도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들" 가입서 링크 http://bit.ly/파리바게뜨노동자의친구들)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김기홍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가.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김기홍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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