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 공동주최 토론회···"왜 다시 영리병원인가"
영리병원 허용, 국내의료기관에 대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설립을 앞두고 있는 제주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의료공공성의 버팀목을 흔드는 핵심 위험 요인이자, 새정부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영리병원저지 투쟁을 해 온 노동시민사회가 토론회를 열고, 새 정권의 출범을 앞둔 시점 최근 제주 영리병원 승소 판결의 의미와 그 결과가 국내 의료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왜 다시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 인가?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의 위기 토론회’가 2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개최됐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가 공동주최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코로나 위기, 영리병원 허용의 현재 의미와 전망’을 주제로 “한국은 공공병원이 5% 수준밖에 되지 않고 비영리병원의 수익 추구가 이미 심각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면 의료비 폭등, 지역병원 폐쇄, 건강보험재정고갈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영리병원을 법적으로 허용한 것은 민주당 정부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영리병원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왔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 추진을 막지 않았고,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하지 않아 영리병원의 법적 근거는 남아있어 언제라도 추진 가능한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각국은 감염병 위기상황에 영리병원을 동원해 정부의 직접 통제 하에 병원 시스템을 두고 코로나19에 대응했지만, 한국은 공공병원에서 코로나 환자의 80%를 담당했고, 민간병원 동원에 실패해 대규모 유행시기마다 병상대란이 반복됐다. 대부분 민간에 맡겨진 요양병원·요양원 시설에선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고 한 뒤 “현재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는 것은 재앙에 가까다. 즉각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법을 개정해 우회적 영리병원 도입 및 의료민영화의 추진을 막고 공공병원 대폭 확충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공공의료 및 의료 공공성 강화에 정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현재는‘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에 영리병원 허용하는 근거 규정에 따라 경제특구와 제주도 내 국민건강보험법상 당연요양기관으로서 건강보험환자에게 건강보험수가로만 의료서비스를 해야 하는 내국인 개설 의료기관과, 수가를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외국인 개설 의료기관이 양립하는 상태”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예민한 사안으로, 수요자 측면에서 국민들의 건강권과 관련하여 차별적 접근을 제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의료계와 정부, 국민들 3자간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영리병원 허용은 국내의료기관에 대한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하의 당연요양기관제와 보험수가제를 전제로 한 전국민 의료보장의 붕괴의 위험이 있다. 국회는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상의 ‘외국의료기관’ 근거규정을 폐지해야 하고, 새 정부 역시 ‘외국의료기관’ 법률 근거규정의 폐지에 신속하게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송기호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자문변호사는 “한미FTA 부속서에는 한국이 보건의료서비스에서 FTA의 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등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규제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영리병원 설립 특례에 대해서만큼은 정책 자율성 없이 미국인 투자자에게 국민대우, 최혜국대우 등 FTA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영리병원 문제만큼은 외국인이라고 차별하거나, 국적에 따른 차등을 두어서는 안되며 자본을 투자한 미국인 투자자에게는 공평한 대우와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을 포함한 국제관습법에 따른 대우를 해야한다. 한미, 한중 FTA의 최혜국대우 의무 조항이 있어, 결국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독일의 자본이 투자한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규제권한이 훼손될 위기에 있기 때문에 한미FTA 영리병원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영리병원은 의료질 저하, 시민건강권 훼손, 의료비와 보험료 증가, 의료양극화 가속, 의료보장성 붕괴, 개인의료정보 민영화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붕괴, 비급여 확대 등 공적건강보험체계 붕괴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영리병원 허용은 코로나19 등 재난 시기 병상부족, 의료인력부족 등 의료대응의 공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의료민영화는 시민 건강권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새정부 시장중심 경제정책방향의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노동시민사회단체의 공동 대응과 실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북미와 유럽에서는 빅테크기업들이 개별 병원을 설립하거나 정부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빅테크 자본의 헬스케어 사업의 주요 수익모델은 개인의 건강데이터를 수집해 수요를 창출하고, 기존 의료행위를 원격의료나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의료의 디지털화는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아 그 위험성을 알 수 없다”고 설명한 뒤 “의료자원의 절대 다수를 민간이 공급하고, 영리적 의료행위가 용인되고 있는 현재 한국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가한다면 국민의 생명이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과도한 의료화로 상업적인 낭비의료가 증가하고, 국민건강수준은 향상되지 않으면서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 것임. 영리병원 논의와 영리적 디지털헬스산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