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정책은 국가주도 재벌성장 지원정책

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윤석열, 역동적 혁신성장 = 문재인, 혁신성장+한국판 뉴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왔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인 ‘창조경제’는 디지털 전환과 산업전환 속 재벌 대기업 성장이 핵심인데,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이를 완전히 빼닮았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내걸었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은 구호만 무성했을 뿐, 실제 가계 소득이나 임금을 올리지도 못했고, 그럴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인상은 집권 초기에 다소 높은 인상률을 실현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계속 후퇴해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만도 못한 평균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렇게 ‘소득주도 성장’은 구호로만, 메아리로만 존재했고 ‘혁신성장’이 빠르게 그 자리를 메웠다. 이 혁신성장 전략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탄소전환 계획인 그린뉴딜까지 담아 ‘한국판 뉴딜’로 구체화 된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또 베낀 듯이 계승하고 있다(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것을 그대로 가져갔으니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5월1일 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 110대 국정과제 선정>에서 국정비전이 포함하는 경제 분야에 대한 내용으로 ‘역동적 혁신성장’을 제기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에 ‘역동적’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덧붙였을 뿐이다.

인수위가 밝힌 경제관련 국정과제의 핵심은 첫째,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한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실현 둘째,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 셋째, 반도체・AI・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 넷째, 창업・벤처 생태계에 민간 모험 투자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정부펀드) 대폭 확충 다섯째, 공급망 해외자원 확보 여섯째, 탈원전 폐기, 기후테크 등 녹색산업·기술을 육성하여 에너지 신산업・신시장 창출 일곱째,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서비스 경제 전환 촉진 등이다.

이 과제들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서 밝혔던 사업계획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판 뉴딜의 세부 내용을 쪼개서 영역별로 구성했다. 그나마 탈원전 폐기, 의료 데이터 공유 등 의료민영화 확대, 전력산업 민영화 등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지속적으로 후퇴되어 왔고 EU가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함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탈원전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어 정리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탈원전 폐기를 정책상의 큰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의료 데이터도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원격의료의 확대도 코로나19를 빌미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부분도 정책상의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민영화에 대해 계속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공공부문의 소유를 직접 민간에 맡기는 민영화는 거의 없었지만, 전환 부문을 민영화하거나, 민간위탁이나 민관협력의 형태로 운영을 민간에 맡기는 민영화는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전력부문인데, 화석연료나 천연가스 기반의 발전사업은 대기업이 자체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식으로 확대했고,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태양광 발전과 설비는 사실상 거의 다 민영화되었다. 따라서 인수위에서 나온 에너지 시장화,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통한 전력 민영화 계획은 그 자체로 큰 문제이지만 정책상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

“시장(민간)주도 vs 국가주도”는 허구
그런데, 인수위는 역동적 혁신성장에서 역동성을 “정부는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설계+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5대 국정목표 두 번째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목표로 한다며 “규제시스템 혁신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추진,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강화” 등 세부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완화, 성장지향형 산업전략과 제도마련이 역동성을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인수위가 제시한 경제정책 방향은 시장의 효율성을 재고해 민간주도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인수위가 밝힌 <미래먹거리 신성장 전략>에서도 문재인정부의 정부주도・소득주도 성장에서 민관주도 성장으로, 관치(낙하산인사)에서 자유시장경제로, 규제방치에서 규제혁파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장전략과는 다른 시장주도, 민간주도 성장전략이라는 것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정부)은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민간자본은 이윤이 나지 않거나 평균이윤을 밑도는 영역 또는 일정기간 이후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은 영역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반면, 이윤이 높은 곳은 국가가 하지 마라해도 민간자본은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자본은 과잉상태다. 유동성 폭증으로 자본(화폐적 자본)이 어마무시하게 많아 규제가 있건 없건, 진입 장벽이 얼마나 높건, 돈만 된다면 어디든 투자할 상태다. 심지어 거의 가치가 없는 상품에도 투기적으로 투자할 정도로 자본은 넘쳐나고 있다. 때문에 규제가 지나쳐 투자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게, 이윤이 남게 시장을 만들어야 투자가 된다.

미래 성장동력이든, 혁신산업이든 국가 투자로 자본의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늘릴 조건이 되어야만 민간자본이 참여든, 시장개척이든 하면서 따라올 수 있다(만약 그것이 필요 없다면, 신자유주의 도입 초기와 같이 시장 질서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나 정비만으로도 민간투자는 활성화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이 빈번한 경제위기 속에 평균이윤율이 낮고 경제성장률도 낮아 자본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스크를 낮추고 자본비용도 낮춰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민관합작 투자’로 자본이 선회하는 것도 똑 같은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사업계획의 집행에서도 국가의 선도투자, 인프라 투자, 시장개입을 통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나 한국판 뉴딜과 같다. 여기서 국가가 앞에서 이끄냐, 뒤에서 밀어주는냐 하는 것은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며, 이 계획들은 명백하게 국가주도의 계획이며,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특징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한국판 뉴딜과 같이 윤석열 정부의 ‘역동적 혁신성장’도 ‘국가주도의 재벌성장 정책’이다. 국가 투자의 수혜를 누가 가장 많이 받을 것인가는 매우 자명한 일인데, 공공 데이터 개방과 신산업 인프라 투자는 재벌 독점대기업에 대한 산업적, 재정적 지원 및 이들의 시장 창출과 직접 관련돼 있다.

탄소전환과 그린뉴딜도 기존 화석연료 기반 대기업의 시장이 잠식됨에 따라 이를 보충해 주기 위한 재생에너지 부문의 독점시장창출과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 계획으로 점철되어 있다. AI・배터리・반도체 등 핵심전략산업에 대한 지원 역시 관련 대기업에 대한 보조금 또는 비용절감의 성격을 갖는다. 수소경제와 전기차 등 모빌리티 관련 인프라 구축과 보조금 지급도 전기차 부문의 수익성이 나도록 국가가 자기 돈을 들여 현대차 등 자동차 대기업의 비용절감을 해 주는 것이다. 데이터 개방, 원격의료 도입으로 가장 수혜를 받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이다.

문재인 정부의 설명 그대로 “국가 투자는 시장의 마중물”이며, 여기서 시장은 재벌 대기업이 지배하는 독점시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설명대로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뒤에서 밀어준다”는 것인데, 여기서 민간은 다름 아닌 재벌 대기업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이 ‘시장주도냐, 정부주도냐’라는 것은 매우 기만적이고도 허구적인 대립이며 동시에 재벌 성장전략이라는 본질을 가리는 효과까지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문재인 정부를 계승했다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또 얼마나 친재벌적인 성장전략이었는지를 거꾸로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짧게는 박근혜-문재인-윤석열의 경제정책의 기조와 방향이 전혀 다르지 않다. 길게는 앞선 정부인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도 다르지 않다. 모두 국가주도 재벌(지원) 성장전략이며, 한국적 신자유주의(K-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이다.)

한편, 모든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렇게 일관성이 있고 심지어 똑 같은 정책이 된 이유 중 하나로 모피아 세력을 들 수 있다. 어떤 정부든 경제라인은 모두 같은 모피아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이 정부, 저 정부를 오가며 자기들끼리 회전문 인사를 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까지 지낸 한덕수가 윤석열 정부의 초대총리(후보)로 발탁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동연이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고 있다. 경제정책은 결국 경제관료와 그 출신들에 의해 완전히 독점되어 있기 때문에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일관성 있게, 내놓은 정책 다시 내놓으며 정책 방향이 한 차례도 어긋난 적이 없다.

재벌성장 지원 중심의 확장적 재정정책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도 문재인 정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민간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 및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재정이 민간주도성장의 마중물 역할에 충실하면서 위기 시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 기능 수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정 정상화라는 것은 높은 국가부채비율을 축소하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용’을 바꿔 재량지출을 10%정도 삭감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재정’ 즉, 적정 부채비율로 낮출 것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이런 재정 정상화는 시장을 잠식하지 않는 수준의 재정운용 및 경제위기 시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이 기능하는 데에도 부합한다. 단순히 말해, 재정 정상화를 목표로 긴축적 운용이나 부채를 더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재정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속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식량의 공급 축소로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급기야 하반기 전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도래가 기정사실로 놓여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와 같이 보수당 정부라 하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하지 않은 정부가 없다. 재정준칙이 있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한국보다 더 많은 재정을 쏟아 부었고 국가부채비율이 치솟으면서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해 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등장과 함께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세계금융위기, 금융공황 사태를 맞게 됐다. 이명박 정부 초기 시장주도형 경제성장정책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밧줄과 명박산성으로 나타난 국민적 저항과 그해 9월 세계금융위기를 맞으며 반년만에 마감하게 됐다. 그 이후 이명박 정부는 국가주도의 광범위한 시장개입, 시장통제, 가격통제 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각종 비리로 점철된 (해외 자원을 정부가 직접 사들인) 자원외교와 이른바 한국형 녹색 뉴딜 정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정책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시장주도(확장) 재벌성장’에서 확장적 재정정책 중심의 ‘국가주도 재벌성장’ 정책으로 바뀌었다. (시장질서 유지, 규제완화 확대, 시장제도 형성 등 제도적 개입에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로 국가개입의 형태와 방식을 바뀐 것이지, 그 이전에도 국가 개입을 하지 않거나 방임적 형태로 시장 자율에 맡긴 것도 아니다. 그리고 경제정책의 목표인 ‘재벌주도 성장’은 일관되게 추구되었다.)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도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으로 ‘국가주도 재벌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지되었다. 특히 문제인 정부 들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통화 확대정책에서 다른 무엇보다 대기업, 대자본, 금융시장 구제가 중심이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주로 대기업의 자금조달 경로의 핵심인 채권 시장 붕괴를 틀어막고 대규모 공적자금을 풀어 위기에 빠진 대기업을 구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또한 금융시장 안정과 유동성 확대의 결과로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 등 대기업과 부자들이 부를 확대할 수 있는 자산시장을 더욱 키웠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재정통화 확대정책은 서민 정책 또는 서민 구제 정책이기보다 오히려 대기업 살리기와 재벌 대기업의 시장 확대 지원 정책인 것이다.

이런 정책기조는 전쟁과 스태그플레이션의 확대에 따라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새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데, 재정 정상화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11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2022년 예산 등과 비교하여 약 209조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과제로만 5년 집권기간 동안 매년 최소 40조원이 더 들어간다. 지금도 확장재정, 적자재정이라면서 앞으로 더 들어 갈 거라니...

윤석열 정부는 “강력한 재정지출 재구조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증가”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명박의 입을 빌어서 얘기하면, “구름 같은 야이기”일 뿐이다. 아니면, 문재인 정부에서와 같이 재정통화 확대정책이나 양적완화로 자산시장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주식이나 부동산 관련 세수를 증대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감세는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밝혔으니 어떻게든 해야겠지만 대부분 하는 시늉만 내는 것으로 끝낼 수 있다. 이미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 공약은 국정과제에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국내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로 물러섰다. 경제상황 악화에 따라 감세는커녕 박근혜 정부마냥 담뱃값 인상, 불법주차 과태료 인상, 세액공제 연말정산 개악 등 꼼수로라도 증세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아니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데, 재정 건전성까지 들먹인 마당에 국가부채비율을 더 높이는 적자국채 발행은 가급적 삼가지 않을까?

이렇듯 윤석열 정부는 전쟁과 스태그플레이션 아래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시장주도냐, 국가주도냐 하는 문제는 왜곡된 논점이며, 서민적이냐 부자를 위한 것이냐의 문제도 본질을 흐리게 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여러 수사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와 같이 민생안정이나 국민생활향상 보다도 재벌성장 지원이 최우선의 정책목표로 사고되고 재벌주도 성장이 경제성장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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