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인력충원, 왜 필요한가

[표시작]궤도연대가 다음주 21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안 그래도 혼란에 빠진 대중교통체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지도 모를 파업을 노동자들이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표끝]


지난 9일 매스컴은 일제히 한 60대 의인(義人)이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전동차 진입 직전에 구했다는 미담기사를 내보냈다. 이 노인이 아니었다면 지하철공사 직원도 손을 쓰지 못했을 거라고. 그러나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 이는 흐뭇함만 느껴지는 소식은 아닐 것이다. 서민들의 안전은 언제까지 의인에게만 맡겨둘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b>시민안전 위협하는 인원부족</b>

2003년 한 해 동안 서울지역 1~8호선에서만 85건의 사상사고가 났다. 자살이 58건으로 가장 많지만 추락 9건 외에 출입문에 끼거나 열차의 측면에 부딪히는 등의 사고도 많았다.

이는 99년의 48건, 2000년 43건, 2001년과 2002년 각 48건에서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2003년은 바로 지하철 연장운행이 시작된 해로 밤 11시 이후의 사고 빈도는 6건이나 되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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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철도청(수도권 노선)과 인천시(인천지하철)의 불참과 노동조합의 반대 속에서도 2002년 12월 9일 연장운행을 전격 시행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한 필요인력이나 심야시간의 취객보호 등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안전대책도 없이 시민을 시험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유독 서울시만이 연장운행을 강행했다.

때문에 이명박 시장이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득표를 도와주려고 운행시간 연장을 강행했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에서 내키는 대로 밀어붙이던 스타일을 서울시장을 맡으면서도 고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은 지하철을 움직이는 인원수와 직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1인 승무제가 아니었다면 대구 지하철 참사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그들은 지적한다. 1000명이 넘는 승객이 타는 기관차 하나를 1명의 기관사가 움직이는 1인 승무제는 오히려 증가추세다.

사람이 붐비는 승강장에서 철로로 떠밀리는 등의 사고나 자살 역시도 안전인원이 배치되면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 승객에 대한 서비스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라도.

서울시는 연장운행 강행 당시 인력충원(기술분야에 205명)을 공언한 바 있다. 1시 간 연장운행은 밤에 이루어지던 시설 점검시간을 1시간 줄이게 되므로 점검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충원된 인원은 없고 32명만이 타 분야에서 전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b>지하철의 인력감축은 계속되고 있다</b>

서울시의 경우, 이미 2000년 2월 1일자로 정원을 1만 1,492명에서 9,871명으로, 총 1,621명을 감축한 바 있다. 여기에 <서울지하철 흑자경영 추진계획 2003>을 통해 2006년까지 2,773명, 실질인원으로는 총 3,169명을 감원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정원대비 부족인원이 171명에 이르는 등 이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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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감축의 이유는 바로 인건비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인력충원 요구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달 24일에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현행의 불합리한 인력구조 및 근무형태를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금도 인력이 남는다는 얘기로, 사고가 나면 인력부족을 핑계삼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또 서울시는 "03년도 기준 공사의 재무상태는 부채총액이 3조 352억원, 경영 적자 누적액이 4조 8,763억원, 자본은 1,306억원이 잠식되었"고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978원이나 평균운임은 605원(7/1인상 전)에 불과한 낮은 운임 수준(62%) 등으로 매년 적자(’03년 2,690억원)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인건비가 모든 적자의 원인인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지하철만 따져도, 하루 550만명을 수송하는 서민의 발인 지하철이 적자를 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그 때마다 인력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도 인원감축으로 적자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더 큰 문제라고.

서울지하철 공사는 실제로 서민의 발인 지하철을 이용해 '흑자'를 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지하철공사가 어용이라 비판받던 배일도 노조집행부와 체결했다가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던 <21C 새로운 지하철 발전도약을 위한 협약서>에는 서울지하철의 "만성적인 적자를 3년 내 흑자경영의 상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와 관련해 심재옥 서울시의원(민주노동당)은 "대중이 타는 지하철은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요금으로만 적자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눠서 해결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지하철 이용률을 높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사측은 현재 1년 천억원 가량의 장애인, 노인의 무료승차를 적자요인으로 잡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모든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의 운영을 계속하면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더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국민 대다수 2인승무제·안전요원배치 요구</b>

실제로 지난해 6월 공공연맹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지하철 안전운행 관련 국민여론>은 지하철 운행지역 시민의 대다수가 예산증가를 감안하더라도 2인 승무제 실시, 모든 승강장 안전요원 배치 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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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사대상 시민들의 대다수인 83.2%가 지하철 안전운행을 위해 2인 승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예산을 감안할 때 현행대로 1인 승무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13.2%에 불과했다.

또 78.3%가 전 승강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지하철 노조가 시민안전문제를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응답도 61.7%에 달했다. 마지막 항목은, 시민들이 안전문제를 정부와 지자체에 맡겨 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하철은 국민여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현재 1~4호선을 제외한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모든 전동차는 1명에 의해 움직인다. 서울 1∼4호선 역시 자동열차운전장치(ATO) 도입으로 차츰 1인 승무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또 기관사 연수교육기간 역시 52주에서 36주로 대폭 줄어든 데서 보듯 서민의 안전은 뒷전으로만 밀리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 정기태 정책부장은 "서울시나 공사가 공공성에 기반하는 지하철을 소위 흑자경영에 기초해서 시민안전을 중시하기 보다 수익성논리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실제 시민여론이나 시민안전시설에 대한 예산투자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 대중교통, 그 중에서도 지하철인데도 서울시의 교통정책이 서민들의 생활에 기초해서 계획되는 게 아니라 탁상행정만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대림역 지하철사고는 단 1초의 단전이 1만 명을 90분 동안 묶어놓았고, 많은 사람에게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6일마다의 점검도 이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공포감을 느낀 시민들이 철로로 쏟아져 내리는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인원은 원래부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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