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반2MB국민전선 강화, 국민포털 건설로

<font color=darkblue>2008년 10월 어느 날, 조계사에서 이명박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수배투쟁 중인 이석행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 등 수배투쟁 중인 일행이 홀연히 사라진 다음 이 인터뷰를 꺼내 다시 읽었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1백여 일 넘도록 '투쟁'을 벌이는 이 위원장은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반2MB전선 구축과 국민포털 건설'에 주력할 것을 천명했다. 관련 기사는 노동과세계 464호 2-3면에도 게재됐다. <편집자주></font>

<b>△조계사에서의 생활과 요즘 심경은?</b>=조계사에 들어온 후 민주노총 각종 회의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주력했고 일정정도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올해 하반기 민주노총이 갈 방향을 토론을 통해 확정했다. 아무래도 총연맹 사무실에서 자유롭게 대중을 만나며 기본적으로 활동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여러 가지로 힘들다. 특히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조계사 측이 부담스러워해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해 답답하다.

하이텍·콜트·콜텍 동지들 철탑 고공농성 소식을 듣고도 가보지 못했다. 기륭 동지들이 용역깡패들에게 끌려가고 경찰에 폭력적으로 연행되는데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YTN 동지들이 낙하산사장을 반대하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현장이 지척인데도 함께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다. 하지만 촛불시민들을 믿고 차분하게 민주노총 조직을 정비하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 투쟁에 민주노총이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한다.

<b>△이명박 정권 탄압 빌미가 된 민주노총 총파업투쟁 의미는 무엇이었나?</b>=국민건강권을 지키고 국민주권을 회복시키기 위한 파업이었다. 또 국민촛불 순수성과 열정에 복무한 파업이었다. 그래서 지난 총파업투쟁은 민주노총이 그동안 노동자만을 위한 투쟁에서 벗어나 국민대중을 위한 투쟁으로 바뀌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싶다. 비록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역량껏 최선을 다했다.

<b>△2008년 촛불항쟁에서 느낀 점은?</b>=저는 올해 처음 촛불을 들던 날부터 참가했다.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된 정책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자기 미래를 담보하고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쏟아져 나온 순수한 열정 표현이었다. 그 속에서 저는 이제 민주노총 조직 형태를 이제 과감히 쇄신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이번 총연맹 사무총국 인사개편도 그렇게 준비했다.

두 번째는 촛불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직접 연출하고 출연하는 새로운 집회문화를 보며 발랄함과 생동감을 느꼈다. 미리 만들어진 각본대로가 아니라 현장에서 고민하고 토론하며 발표하는 것을 봤다.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참신한 집회 문화를 경험했다. 민주노총도 집회문화를 혁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그리고 촛불항쟁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 본질을 명확히 읽을 수 있었다. 5년간 끊임없이 국민을 속이고자 하는 패러다임을 촛불 속에서 읽었다는 얘기다. 임기응변식으로 순간만 모면하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 얄팍한 술수를 국민 모두 알게 된 것은 다행이다. 예를 들면 촛불이 강력할 때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촛불이 힘이 없다고 판단하면 무자비하게 경찰력을 동원해 과거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폭압적으로 시민을 짓밟는 것을 봤다.

촛불이 약해지면서 양심적 진보적 시민세력에 대해 사무실 압수수색이나 지도부 수배·구속을 일삼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을 놔두고 나올 수 없어 유모차에 싣고 나온 엄마들까지 수사하고 국정감사장에 세우는 폭거를 자행했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권 하에서 누구도 힘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촛불은 이명박 정부 내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 가슴마다 촛불을 담게 될 것이다. 생업 때문에 현장에 나오지 못할 뿐 모든 국민이 가슴 속에 촛불을 켜고 있음을 저는 확신한다. 민주노총도 촛불에 철저히 복무할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상유례없는 탄압이 자행지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 몇 명 감옥에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하고 투쟁을 중단할 그런 민주노총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투쟁이 우리를 부를 때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현장으로 달려나올 것을 저는 믿는다.

<b>△궁극적 촛불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시민사회운동세력 역할은?</b>=이명박 정부 하에서 누구나 힘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앞서 말했다. 힘을 가져야만 하며, 개별적 힘으로는 이 정권을 압박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저는 ‘반이명박 국민전선’을 제안했다. 크게 힘을 모아 강화시켜야만 이명박 정권에 맞선 국민저항이 가능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안일한 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제 반이명박 국민전선 속에서 국민이 나서서 새로운 대책을 만들고 국민과 더불어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정부가 그나마 국민에게 눈을 돌리지 않겠는가. 지금은 1% 강부자·고소영 아류정부, 재벌정부라고들 한다. 이 나라에 재벌이 몇 명이나 되나?

지금은 우리가 가진 약간의 차이를 서로 인정하며 극복하고 크게 단결할 때다. 그것을 바탕으로 투쟁해야만 촛불시즌2도 가능하다. 올해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도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홍보 중이며, 본대회 역시 비정규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대오와 예비노동자를 포함한 일반시민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힘 있는 대회로 만들 것이다.

<b>△수배생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b>=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58일간 각 곳을 돌아다니던 중 한 번은 중국요리집에 들어가 자장면을 먹고 있는데 한 중년 시민이 다가와 “민주노총 위원장 아니시냐?”고 물었다. 저는 “아니다, 잘못 보셨다”며 부인했지만 나중에 요리집 밖에까지 따라 나와서는 “아무래도 지난 촛불 때 봤던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틀림없는 것 같다. 만약 아니라면 민주노총에 전달해 달라”며 현금 5만원을 억지로 쥐어주셨다.

또 지역에서 소개로 한 시민을 만났다. 그분은 자신이 노동자도 아니고 그냥 촛불시민이라며 자기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그 분 댁에서 4일간 머물며 오랜만에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었다. 속옷부터 일습을 마련해 주셨고 저녁에 지역 사람들을 만날 때면 손님접대까지 융숭하게 준비해 해주셨다. 나오는 날 제가 극구 거절하는데도 금일봉을 주시며 “잡히지 마라, 그리고 언제든 필요하면 또 와라, 나는 민주노총 조합원도 아니고 사회활동을 안하니 우리 집은 안전하다”고 말씀하셨다. 조계사에 들어와 사흘째 되던 날 그분이 여기 오셔서 꼭 하룻밤 저와 함께 주무시고 싶으셨다면서 아무도 모르게 농성천막에서 묵고 가시더니, 엊그제는 지역 특산물을 보내주셨다. 그런 분도 계신다.

<b>△‘민생·민주 국민회의’에 대해</b>=저는 수배 중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이명박 국민전선을 제안했고 이제 그것이 가시화돼 25일 준비위원회가 발족한다. 조계사에 들어온 후 국민전선 건설 중심 축에 서서 수배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에 오해도 있었고 혼선도 빚었지만 오해도 풀고 진짜로 크게 단결하자는데 모두가 동의해 급진전됐다. 촛불항쟁 속에서 수배를 견디며 저항을 이어온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이 국민회의라고 본다.

많은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만나 토론을 벌인 끝에 비로소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민주노총에게도 소중한 조직이기에 사람과 재정, 정책까지도 철저히 복무키로 했다. 이것은 제가 수배 중 경찰력을 뚫고 기아차에 들어가 민주노총 중앙위를 직접 주재해 결정한 사항이기도 하다. 국민전선에 복무하는 것은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 중요한 방향이다.

<b>△이명박 정권 언론·교육·의료 말살공격과 공공부문 시장화가 본격화되고 있는데?</b>=이명박 정권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모든 공공부문 시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 사유화만 해도 제가 예고한 대로 몇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발표해 각개격파를 꾀하고 있다. 촛불국면 진보진영 탄압도 진보연대에 이어 참여연대를 치는 등 한꺼번에 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공격했다. 공기업을 사유화하겠다고 했다가 촛불이 거세지자 몇 개 부문 추진을 안 하겠다고 물러서더니 다시 강행하고 있다. 결국 우리 노동자서민 삶을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겠다는 탐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전교조를 집중 탄압해 들어오고 있다. 전교조 탄압은 민주노총 탄압이며, 전교조를 지키는 일은 곧 민주노총을 지키는 일이다. 전교조는 민주노총에서 금속노조 다음가는 단일조직이다. 전교조는 지난 시기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촌지도 거부하며 아이들을 시험 보는 기계가 아닌 전인교육을 받아야 할 인격체로 격상시켰다. 전교조가 거둔 성과는 매우 크다.

최근 뉴라이트 등 수구보수세력이 전교조를 좌파 운운하며 폄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이 과거 어떤 역사를 만들어 왔고, 무엇을 말해 왔는가는 바로 전교조 참교육이 옳음을 반증한다. 뉴라이트 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김구선생을 테러집단 수괴라고 하고, 윤봉길선생을 테러범이라고 하는가 하는 등 독립운동에 투신한 분들을 모두 테러범 내지는 테러집단으로 몰고 있다. 반면 친일파에 빌붙어 부를 축적한 이들을 애국자로 비화시키고 있다. 그것 하나만 봐도 뉴라이트가 어떤 집단인지, 그들이 과녁으로 삼는 전교조가 어떤 조직인지 이미 판명 난 셈이다. 국민도 이미 알고 있다.

언론도 지난 92년 MBC·KBS 파업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감옥에 가는 것을 불사하며 공영방송을 지켜냈다. 오늘자(10월22일) 경향신문을 보니 과거 ‘땡전뉴스’가 이제 ‘땡이뉴스’로 다시 부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KBS 저녁 9시 뉴스 첫 보도에서 이명박 대통령 동정소식을 전하는 상황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며 MBC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언론장악을 꾀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국민 알 권리를 지켜내야 할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언론노조, 민주노총 모두 신문과 방송을 국민 것으로 지키고 사수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다.

<b>△민주노총 하반기 투쟁에 대해</b>=지난 상반기를 돌아볼 때 가슴 아팠던 것이 있다. 저는 촛불국면 속에서 화물연대과 덤프대오를 묶어 민주노총 1차 파업으로 밀어붙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으며 성과를 놓고 봐도 결코 승리한 투쟁이라고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제가 야구경기를 빗대 “화물연대가 민주노총 파업 1번 타자다, 공권력 침탈 시 민주노총 총파업을 결행하겠다”고 했겠는가. 저는 그렇게 민주노총 투쟁을 쭉 이어보려 했지만 결과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공공이 자기들끼리 투쟁하겠다고 하는데 이번 하반기에도 그렇게 하면 다 죽는다. 언론노조처럼 총파업 찬반투표도 함께 하고 공동투쟁을 준비해도 어렵고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민주노총이라는 큰 울타리를 전선 삼아 큰 엄호를 받으며 싸워야만 한다. 그래야 소기 목적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민주노총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국민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지지엄호를 받지 못하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내부 조직을 철저히 정비하고 외연을 넓히는 투쟁을 전개하지 않으면 투쟁 변죽만 울리다 끝나버릴 수 있다.

<b>△개인 블로그 활동과 준비 중인 포털에 대해</b>=블로그 활동을 시작한지 (10월22일 현재)열흘 정도 됐다. 그동안 6천여 명이 다녀갔고 요즘도 하루 2백명 이상 꾸준히 들어온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하루에 2천5백명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슈와 의제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갇혀있는 상황에서 늘 전화가 울려대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방문자가 많아 글 한 편 쓰기도 쉽지 않기는 하다. 제 블로그에 들어와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고 비난 글도 있다. 저는 모든 의견을 읽으며 여론을 파악하고 있다. 블로그 활동을 하며 포털사업에도 더 확신을 갖게 됐다.

또 촛불항쟁 속에서 현장을 조직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함을 다시한번 느꼈다. 우리가 의사결정기구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이 현장까지 전달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현장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포털이 꼭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대표성을 갖고 활동해 왔지만 그에 걸맞게 활동했느냐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예비·실업노동자, 노조를 만들지 못하는 비정규노동자, 한국노총 조합원 등 민주노총 정신과 사상에 함께하는 분들을 모두 포괄하려는 노력과 준비를 해 왔는가?

저는 촛불항쟁과 수배생활 속에서 두 가지를 고민했다. 반이명박 국민전선과 포털이 바로 그것이다. 내부조직을 강화할 수 있는 소통 방안을 찾고, 모든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노동자와 국민대오가 모든 부문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는 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50만에 이르는 조직노동자뿐만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 중소자영업자까지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민주노총이 명실상부하게 전체 노동자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저는 이 제안이 국민포털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b>△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중에게</b>=민주노총은 전체 노동계급 대표성을 가진 만큼 기층운동 중심에서 우호세력들을 전부 끌어안고 큰 전선을 쳐야 한다. 당장의 위상이나 바로 앞 투쟁이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미래를 내다본다면 우리 아이들 촛불에서도 나타나듯 후세대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좌표를 던져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또 제 시민사회단체들을 포함해 국민과 함께 민주노총이 사회개혁을 위해 부단히 투쟁해야 한다. 비정규직문제는 조직노동자들 문제만이 아니고, 한국사회 전체 문제다. 인구 절반이 노동자인 현실에서 ‘노동의제’로 국한시킬 수 없다. 미래 비전을 갖고 일터에서 신명나게 일하고 집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민주노총 운동이라고 생각하자. 민주노총에 대해 오해가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문제가 파생됐다. 우리 잘못을 겸허히 반성하고 솔직히 터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투쟁을 만들기 위해, 국민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왜 그렇게 싸울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지난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60% 이상 지지여론을 보내주신 국민에게 감사하며 그만큼 투쟁을 만들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만큼 반드시 성과를 만들어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한 노동자들과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민주노총이 되겠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 중이며 앞으로도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당당히 싸워나가겠다.

<홍미리/노동과세계>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