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인력충원, 왜 필요한가

"두렵죠. 도시철도에서 공황장애가 많이 발생한 이유가 지하구간이 많다는 건데 인천지하철은 귤현역(기지)만 지상이니 100% 지하에요. 공황장애라는 게 사고가 나야 드러나는 거지 그 전까지는 잘 모르거든요. 인천지하철은 아직 5년 정도니까 안 나타날 수 있죠. 주변에도 운전을 할 때 히스테리 반응을 일으키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럴 때 보면 머지 않았다 싶죠."


[사진1]

인천지하철공사에서 기관사로 일하는 김회익(34)씨는 공황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히 나타냈다. 공황장애까지는 아니라도, 지하철 기관사들이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나 항상 시간에 쫓기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b>비명소리, 열차가 덜컹거려도 확인할 길 없어</b>

"긴장 받는 요소가 엄청나죠. 특히 사상사고에 대한. 역에 진입할 때 안전선 안에 누가 들어와 있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밀고 당기고 친구들끼리 장난치고. 학생들이 발을 집어 넣으면서 겁을 준다든지."

지하철이 승강장에 진입하는 속도는 60Km로 급제동을 해도 100미터를 미끌어진다고 한다.

"무조건 치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처리할까 역 진입할 때 그런 두려움을 느끼면서 별의 별 상상을 다해요. 전동차는 선로 위로만 가죠. 사고도 많고, 누가 뛰어내리면 피해 갈 수가 없어요. "

인천지하철에서는 1년에 한번 꼴로 사망사고가 난다고 한다.

"사상사고자들은 다른 기관사들보다 스트레스가 가중되죠. 현상적으로는 안 나타나는 게 문제에요. 자살을 하지 않는 이상 그냥 민감하다, 왜 이렇게 신경질 적일까 생각하게 돼요."

[사진2]

"그래서 공황장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모두 있죠. 공황장애는 어두운 계단을 막 내려가다가 또 계단이 있는 줄 알고 디뎠는데 없으면 깜짝 놀라잖아요. 기관사들은 공황장애를 이런 두려움이라고들 얘기해요."

지하철 기관사들에게 사망사고는 산업재해나 다름없다. 그러나 3일의 위로휴가를 받을 뿐이다.

"인천지하철은 그것마저도 없고 그냥 자체 판단에 따라서 하루 대기근무하고 바로 투입하곤 하죠. 인원이 없다는 이유죠. 저는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그 심정이야 100% 알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죽인 게 되니 스트레스가 엄청날 거에요.

과중한 업무,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1인 승무제라고 기관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출발할 때는 후사경이랑 CCTV를 보면서 가는 데, 후사경을 지나는 순간부터는 뒤를 볼 수가 없어요. 비명소리가 난다든지 열차가 덜컹거리면 가슴이 철렁해요. 그런데 확인할 길이 없죠. 서울지하철은 2인 승무라서 차장이 다 확인을 해주는데."

1인 승무제의 경우 열차의 머리쪽에 위치한 기관사가 후사경과 CCTV를 지나 터널속으로 제일먼저 들어가게 돼있다. 때문에 이들 장비는 출발 이후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이 끼면 센서가 있어서 문이 안 닫히니까 괜찮치만 손가방 이런 건 센서가 못 잡으니 사람이 딸려 오게 되요. 그러면 비명 소리가 나면 사람인지 아니면 무슨 장난인지 구분이 안돼요. 그렇다고 매번 제동을 잡을 수 있게 돼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3]

김씨는 인터뷰 중간에도 일명 DIA라는 걸 확인하고 있었다. 이 출근시간표에는 54개의 각각 다른 일정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생체리듬이 유지가 안돼요. 교대 근무자는 밤낮 구분은 없지만 그나마 규칙성은 있잖아요. 교번은 가장 변형된 교대근무의 형태에요. 우리는 다이아가 54개니까, 출근시간이나 교대시간이 54번 달라지는 거에요. 매일 달라지니까. 사실 일년 내내 다른 걸로 봐야죠. 이것도 스트레스죠."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 1인 승무제는 차장이 하던 출입문 개폐와 승객안전에 대한 감시까지 기관사가 정해진 시간내에 끝내야한다.

"사실 1인승무하는 기관사들이 체크해야 될 게 오만가지에요. 진짜 백 가지도 넘을 거에요. 사람들이 다 내렸는 지, 사람이 끼지는 않았는지, 또 선로도 봐야지. 술취한 사람들 중엔 간혹 열차 칸 사이로 내려가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후사경이나 CCTV로 보면 문으로 들어가는 거랑 똑같이 보이거든요. 거기에다 속도, 제동, 문, 속도, 밧데리, 전화 통신.."

현재 지하철노동자들은 주5일제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도 사람이 부족한데, 인력충원없는 주5일제는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고.

"주 5일제 하는 기본 취지가 조금 더 삶을 향상시키자는 거 잖아요. 그런데 공사에서는 현재 인원에서 하자는 건데, 그럼 더 오히려 더 힘들어져요. 근로시간 단축하면 그 만큼 누군가가 더 일해야 하는데. 해법은 인력충원이죠."

인력충원 없는 주5일, 안전을 내팽개치는 거죠.

[사진4]

챠량 검수원인 최형락(31)씨는 교대근무에 대해 “낮에 아빠 얼굴을 볼 수 있다고 사실 아이들은 더 좋아해요”라며 웃는다. 하지만 곧 “교대시간이 계속 바뀌다 보니 시간에 대한 몸의 적응이 좀 어렵고 날씨변화에도 민감해져요.”라고.

“속으로 병이 나는 거 있잖아요. 활동시간이 계속 격차가 있다보니. 취침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도 일정치 않고. 허리 아프고 이런 건 여기에 대면 불평할 것도 아니죠.”

인천지하철공사는 7월 1일자로 주5일 근무를 도입했다. 서울지하철이나 도시철도 등 다른 공사들은 모두 노조의 반발로 시행을 미룬 상태지만 인천지하철만이 강행한 것. 노동자들은 늘어난 휴일에도 출근을 하면서 회사측의 일방적인 주5일제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도 최소한의 필요인원 뿐인데, 인력충원을 안하고 주5일 근무를 도입하면 쉬는 사람 말고 남아 있는 사람이 더 힘들잖아요. 지금도 있는 인원만 가지고 끌고는 가고 있지만 힘들거든요. 주5일로 휴가자가 생기면 공백이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게 안전의 문제라서 대강 볼 수도 없는 거죠. 지금도 퇴근후까지에 웬만한 걸 고치고 가야하는 형편입니다.”

“지하철이라는 게 겉으로 보기엔 깨끗해도 속에는 분진도 많고 소음도 심한데 누가 근무시간도 아닌데 일을 더 하고 싶겠어요. 잦은 기침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래도 안전문제니까.”

지하철은 운행이 없는 야간에 주로 정비가 이루어진다. 여분의 차량이 있다면 낮 시간에 정비가 가능하겠지만 역시 비용문제다. 검수원들은 이건 바라지도 않는 눈치다. 다만 안전문제인 만큼 인원충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금도 불안한 요소가 있죠. 차 자체로만 봤을 때도 불완전한 요소가 있고 승강장에도 안전시설이 제대로 없어서 불안하죠. 차라는 게 아무리 정밀하게 고쳐도 본의 아니게 고장이 날 수 있는 건데 공사는 인원충원 안 하고 결국 검수시간을 줄인다는 건데. 안전에 대한 방치나 다름없죠.”

<b>원래 주5일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b>

기자가 찾았을 때, 역무원 전완조(33)씨는 승객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사진5]

"역무원이 하는 일이 표 파는 게 주가 아니에요. 승객들이 뭘 물어보거나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하는 일이 많죠. 지금 최소 인원인 세 명으로 근무를 해요. 한 명은 매표실, 한 명은 역무실, 한명은 순회를 돌며 게이트 또는 승강장에서 근무하는데 이것도 타이트하게 돌아가요.”

전씨는 회사측의 주5일제가 왜 문제가 있는지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했다.

“지금 회사측 안대로 하면 거의 두 명이라는 거에요. 지금도 월차나 교육같은 게 있어서 한명이 휴가를 쓰면 두 명이 일을 하게 돼요. 그러면 역무실 사람이 틈틈이 승강장도 봐야하죠. 야간에는 두 명이 1개조를 이뤄서 아침 9시 15분까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아침 당직 근무자가 휴식을 취하지를 못해요. 야간 당직은 야간에 시설물 관리도 해야 하고, 수입보고서도 뽑아야 하고, 아침에 첫차도 봐야 하는데 러시아워 때는 정말 힘들죠. 어쩌다 하긴 할 때가 있는데 두 명으로 근무하는 건 사실은 말이 안 되는 거에요.”


△교대근무표 ⓒ사진제공 인천지하철노조

세 명이 근무를 하는 지금도 화장실에 가거나 끼니를 챙기는 문제는 이들에게 큰 어려움이다.

“참을 수 없을 정도면 잠깐 교대하면서 한명을 불러다 놓고 갔다가 와요. 두 명일 때는 화장실 가기도 힘들죠. 식사는 진짜 어렵구요. 세 명이 근무해도 저녁에 출근하는 날에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저녁을 먹기가 힘들어요. 또 8시 쯤 저녁을 먹게 되면 다음날 오후에나 먹는 거에요. 아침에 바쁜데 식사를 시켜먹을 수도 없고. 퇴근하면 11시에나 집에 도착하죠. 그러면 굶은 상태에서 녹초가 되서 그냥 자는 경우가 많아요. 오후 서너시에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먹고 또 저녁에 나오고.”

야간근무, 그 중에서도 교대근무는 노동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독일 수면의학협회는 통상근무자보다 교대근무자의 수명이 13년 가량 더 짧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체리듬이 안 맞아요. 우리는 몸으로 수명단축을 느낍니다. 일단 수면장애가 많아요. 수면 클리닉을 받아야 할 경우가 많고 신경적인 질환도 많고. 위나 장이 안 좋아지는 건 다반사고요. 야간근무에 적응하면 또 주간근무가 돼요. 첫날, 둘째날은 정말 힘들죠. 또 적응하면 다시 야간근무고."

"교대근무자들은 알죠. 아침에 퇴근하고 저녁에 출근하면 회사에 365일 있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중간 휴식이나 내가 계획 하에 일을 하는 그런 짜투리가 없죠.”

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교대근무자들에겐 익숙하다.

“그냥 일상적인 약속은 물론이고 친구, 친척 결혼식도 좀 거리가 멀면 못가요. 토요일, 일요일이 주간근무일 때는 친척들 경조사에도 참가를 못해요. 근무해야 하니까. 예전에 친했던 친구들도 사이가 멀어지죠.”

[사진6]

“집사람을 밤에 혼자 두고 오는 것도 기쁘지는 않죠. 어쩔수 없지만. 우리시대에 교대근무는 정말 없어져야 하는데. 하하.”

인천지하철은 어찌됐든 지금 주 5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데, 쉬고 싶지는 않은 지 물었다.

“회사 측 안대로 하면 주5일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쉴 때는 쉬지만 근무할 때는 훨씬 더 힘들지 않겠어요? 내가 쉬면 다른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고 이러면 누가 맘 편히 쉰다고 하겠어요.”

“주5일제의 구체적인 의미를 먼저 되새겨 봤으면 좋겠어요. 그걸 통해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생활을 향상시키자는 거였잖아요. 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게 할 취지였으니까 그 취지대로 어긋나지 않게 해야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