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투’ 조작 드러나 비난 여론 쇄도...대책회의, 경찰강제연행 강력 규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2008년 촛불항쟁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검경 추적을 받아온 촛불수배자들이 6일 새벽 경찰에 연행됐다.

정병구 종로경찰서 수사과장은 6일 오전 수배자 5명 검거 관련 브리핑을 갖고 “서울경찰청 수사과가 이날 오전 1시45분께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 한 호텔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거된 수배자들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신용진 공동상황실장을 비롯해 5명이며, 이들은 6일 오후 현재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불법폭력시위 주도 혐의와 조계사 이탈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이 “촛불수배자 5명이 연행 화투를 쳤다”고 말해 일부 언론이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악의적 오보임이 밝혀졌다.

변호사 접견을 통해 확인한 결과 수배자들은 전국적 감시망이 삼엄하게 가동되는 상황에서 숙박시설 근무자들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남자 5명이 관광지 근처 숙박시설에 투숙할 때, 보통 관광객이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고, 일부러 카운터 근무자에게 찾아가 화투를 요청했던 것.

연합뉴스 기사를 보더라도, 수배자들에게 화투가 전달된 것은 경찰이 카운터 근무자를 시켜 “화투를 갖다 주며 인원을 파악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배자들은 카운터 근무자가 갖다 준 화투를 방 한쪽에 놓아두었을 뿐 사용하지 않았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6일 긴급논평을 발표해 “수배자들이 묵고 있는 방에 화투를 갖다 놓은 것도 경찰이며, 연행당시 화투를 ‘발견’한 것도 경찰이고, 이렇게 조작한 ‘화투’사건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제보’한 것도 경찰”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화투’ 사건은 경찰이 촛불 수배자 연행을 계기로 경찰 불법하고 부당한 촛불탄압에 대한 비판여론이 다시 한 번 크게 일어날 것을 우려해, 국민 시선을 ‘화투’로 유인하기 위한 경찰 의도된 조작”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촛불시위는 정당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 관계자 5명이 경찰에 쫓겨 다닐 이유도, 강제연행 될 사유도 전혀 없다”며 경찰 강제연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촛불정국이 달아오르면서 경찰 수배를 받아 조계사에서 100일 넘게 수배생활을 해오다 지난 10월29일 조계사를 빠져나왔으며, 모습을 감춘 지 9일 만에 전격 연행됐다.

검거된 수배자들은 현재 대체로 건강한 편이며, 권해진 흥사단 교육처장이 체포 과정에서 약간의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새벽 경찰에 연행된 수배자들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한용진 상황실장, 박원석 상황실장, 김동규 조직팀장과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등 5명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촛불수배자들이 모두 연행된 상황에서 이제 조계사에서 비슷한 시간에 잠적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에 대한 경찰 추적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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