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제주대회 참가자들, 오월 영령 기리며 4.3과 5.18의 연관성 강조
민주노총 임기환 제주본부장 "대동세상이라는 광주의 꿈은 곧 74년 전 제주 민중의 꿈"
5.18=자유민주주의 정신? "허울 좋은 자유 외치기 전에 현실 목도하라" 비판
5.18 민중항쟁 42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이어진 가운데 국토 최남단 제주에서 5.18영령의 뜻을 기리고 오월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5.18 민중항쟁 42주년 제주지역 행사위원회는 5월 18일 19시 제주시청 앞에서 ‘5.18 민중항쟁 정신계승 제주대회/문화제’(이하 5.18 제주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제주에서 5.18을 보다’ 사진전, 전국예술강사노조 제주지부 박연술 조합원, 김영태·최도은 등 민중가수 및 민중예술가의 공연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이날 5.18 제주대회는 주관 단위인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민중연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제주본부 ▲제주대학교 민주동문회 ▲제주민예총과 더불어 여러 지역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연대 단위로 참가했다.
5.18 제주대회 참가자들은 저항과 나눔, 자치와 연대로 대동세상을 만든 오월공동체 정신이 4.3항쟁 정신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고, 항쟁 정신 계승과 불평등 타파, 평등세상으로의 전진을 결의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임종 회장은 “우선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작년 2월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된 덕분에 어제(17일) 4.3 피해자 20명이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로써 총 100명의 명예회복이 이뤄졌다”며 “이제 4천여 명의 일반 재판 수형인을 위한 명예회복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오랫동안 속솜(‘아무 말도 하지말라’는 제주어)하고 살았던 우리 4.3 유족이 5.18 민중항쟁과 6월항쟁을 거치며 비로소 말문이 트였다. 5월 영령이 앞서서 나갔기 때문에 4.3특별법이 제정되고 명예회복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5.18 정신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완성이며, 이는 4.3 정신과 맞닿아 있다”면서 “이 정신을 제대로 이어받아 후손들은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서로를 보듬고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제주 평화나비 회원들이 5.18 민주묘지 방문기를 발표했다. 재일교포 3세 김대현 군은 “저는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출신”이라고 운을 뗀 뒤, “학교에서 현대사를 공부하던 중 5.18 민주화운동을 접했고 얼마 전 광주 방문을 통해 5.18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대현 군은 “오랜 시간 남북 분단을 이용해 온 미국과 한국 정부는 광주 시민을 ‘빨갱이’로 매도했다. 그럼에도 광주 민중들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독재정권 시기에 투쟁에 나선 열사처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뒤이어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제주소방지부 고인홍 지부장이 무대에 올라 일명 ‘당비휴(당번·비번·휴뮤)’로 불리는 3조 1교대 근무체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방청은 공무원노조 소방본부의 요구에 따라 광주, 전남, 세종, 강원, 울산, 대구 등지에서 일찌감치 3조 1교대제 도입에 나섰지만, 제주소방안전본부는 특별한 근거 없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인홍 지부장은 “우리나라 소방관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6배이고, 건강 이상자 비중은 65%에 이른다. ‘평균 수명 꼴찌’ 소방관의 건강 성적표다”라며 소방관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언급했다. 이어 “소방 노동자 압도적인 다수가 3조 1교대 근무체계에 찬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리한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면서 “소방관의 건강이 위협당하면 시민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은 투쟁사를 통해 4.3과 5.18 항쟁 정신을 계승하여 열사들이 꿈꿨던 대동세상, 평등세상을 향해 전진하자고 호소했다. 임기환 본부장은 “80년 5월의 항쟁은 제주 4.3 항쟁과 맞닿아 있다. 자치와 연대로 대동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광주의 꿈은 74년 전 제주 민중의 꿈이기도 했다. 4.3이 5.18이고 제주가 광주였다”라고 했다.
임기환 본부장은 “4월의 제주와 5월의 광주가 남아있는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42년 전 광주와 74년 전 제주 민중이 이루지 못한 대동세상, 민주세상, 해방세상을 위해 모든 억압과 착취, 차별에 반대해 연대하고 투쟁하라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4월 제주의 정신이고, 5월 광주의 정신이며, 제주 민중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5.18 제주대회 참가자들은 ‘5.18민중항쟁 42주년 정신계승 제주지역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참가자들을 대표하여 전농 제주도연맹 김윤천 의장, 전여농 제주도연합 추미숙 회장,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제주본부 김희정 상임공동대표, 제주민예총 김동현 이사장이 낭독했다.
이들은 “단죄받지 않은 학살자는 진실을 무덤으로 가져갔고, 진실을 왜곡하고 훼손한 수구보수세력은 집권으로 되살아났다”며 “5.18 영령들이 목숨을 던지며 갈구하며 투쟁하던 민주주의와 민중해방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심하되었으며 민주주의 정치는 거대 양당이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정신을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라고 표한한 데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윤석열의 자유란 “기업할 자유,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권력을 유지할 자유, 혐오할 자유, 반통일 세력이 전쟁을 부추길 자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오월 영령에 대해 사죄하고 역사를 잊지 않으려 한다면 허울 좋은 자유를 외치기 전에 현실을 목도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참가자들은 “우리는 민중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본과 재벌 중심의 경제를 노동자·농민·민중 중심으로 바꾸어낼 것이며,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전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반통일 세력에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며 “6.1 지방선거에서 기득권 양당정치를 심판하고 노동자 민중의 직접정치로 우리의 정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