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②-1]
- 경기 파주 마지초등학교 사서 이민아 선생님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온종일 교실에만 있지 않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몸과 마음을 키운다.

사칙연산을 할 줄 알아야 돈 계산을 할 수 있듯,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이는 성장기의 독서 습관이나 독서교육에 따라 좌우된다. 그래서인지 ‘도서실’이라고 불리던 곳이 ‘학교도서관’이 됐고, 일반 도서관과 별도의 학교도서관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는 교육에서 학교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교육공무직 노동자 두 번째 인터뷰로 사서 이민아 선생님을 5월 25일 퇴근 시간 무렵에 만났다.

파주 마지초 사서 이민아 선생님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파주 마지초 사서 이민아 선생님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사서는 단순 업무가 아닌 아이들의 ‘독서의 길잡이’ 역할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민아 : 안녕하세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조합원이자 경기지부 사서분과장 이민아입니다. 2007년부터 사서와 도서관 관련 일을 시작했습니다.

Q. 대부분 사람은 사서라고 하면 단순히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받고, 책 정리 정도만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사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이민아 : 가장 먼저 1년 동안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연간운영계획을 잡아요.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혁신학교 같은) 학교 특성, 지역 특성, 아이들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서 잡아요. 독서 행사, 교과와 연계한 독서 지원, 방학 중에 어떻게 운영할지, 독서 토론 활동, 동아리 운영, 학부모회 운영 같은 게 포함되고요. 수반되는 예산 계획도 당연히 세워요. 도서관 이용 지도나 신입생들에게 도서관 이용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제 일이죠.

책을 살 때는 희망도서를 받아야 하니 안내장을 보내서 받아요. 교사용, 학부모용, 학생용으로 각자 따로 보냅니다. 이걸 엑셀로 또 따로 정리하고, 금액에 맞추고, 주제별 비율에 맞추고. 추천도서도 미리 읽어야 하죠.

책을 어느 정도 폐기할지도 생각해야 해요. 책을 사기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용하지 않는 책은 공간만 차지해요. 책을 연 0.7% 폐기하게 되어 있는데, 이때 장서 점검을 해요. 전산상으로는 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도 책이 없다면 갑갑하죠(웃음).

프로그램 운영은 학교마다 다른데 기본 연 4회 정도는 하죠. 독서캠프도 진행하고, 도서관 소식지까지 만들죠. 아이들용, 학부모용으로 월간으로 만듭니다.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결과를 통보하고요. 이게 다 완벽하게 된 상태에서 대출반납업무를 하죠. 대출반납업무는 상시적인 업무에요. 큰 학교는 대출반납기가 있긴 한데, 그거만으로도 (책이) 너무 많아서 벅차죠.

사실 대출반납업무는 단순 바코드 작업이 아니에요.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거든요. 아이들이 어떤 책이 있냐고 물어보면 책을 추천해주죠. 같은 책만 빌리거나 수준에 맞지 않은 책을 빌린다거나, 읽지 않은 것 같은데 책을 빌리는 아이가 있거든요. 그렇게 아이들의 독서 상태를 파악하면서 상담도 하죠. 사서가 있는 데스크는 그냥 자리가 아니에요. 중요한데 단순 업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Q. 학교도서관이 왜 중요한지 말씀해주세요.

이민아 : 학교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가장 최적의 정보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관이에요. 지식의 배움터(학교)에는 지식의 창고(도서관)가 있어야 하죠. (대학교 도서관과 비교하면) 대학생은 성인이기 때문에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자료에 알아서 접근해요. 스스로 책을 고르죠. 초중고는 아니죠. 아이들이 책을 흥미롭게 받아들이긴 하는데, 그다음 접근을 못 해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요. 아이들에게 어느 방향으로 책을 읽고, 어떻게 지식을 쌓고 자료를 이용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줘야 해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책 좀 골라주세요’예요. 책을 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저는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책을 찾는 이유를 물어보죠. 어떤 아이는 잠이 안 오는데 잠이 잘 오는 책을 달라고 하기도 해요(웃음). 어떤 아이는 슬픈 일이 있는데, 나태주 시집을 그렇게 찾아요. 1학년 때부터 그랬는데 4학년이 된 지금도 그래요. 애가 빨리 성숙한 거죠. 이유를 물어보니까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거에요. 아빠가 큰 병이 있으셔서. 지금은 나아지긴 했지만, 혼자 슬픔을 달래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거죠.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자기 나름대로 이유를 갖고 책을 읽어요. 이때 방향을 잡아주는 게 사서인 거고, 학교도서관인 거죠.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만 읽지 않아요. 성장기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도서관에서 해결해요.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진로를 찾는 아이, 개개인의 지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민주주의를 배우고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게 모두 도서관에서 이뤄집니다.

마지초등학교 도서관 내부 모습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마지초등학교 도서관 내부 모습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독서를 통해 다양성을 배우고, 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간다

Q. 학교도서관이 이렇게 중요하고, 또 독서의 중요성도 누구나 막연하게는 아는데요. 유소년기, 청소년기 독서의 중요성을 전문가로서 말해주세요.

이민아 : 독서라고 하는 건 ‘틀을 지울 수 없다’라고 생각해요. 독서를 강제할 수는 없어요. 어떤 책을 읽든 개인의 자유에요. 개인의 영역에서는 자유로워야 해요. 자기 읽고 싶은 책 읽고, 관심 있는 문제에 접근하고. 그걸 통해서 뭘 느꼈는지 굳이 찾아서 질문하지 않아야 해요. 무얼 느끼든 인정해줘야죠.

이런 사적인 영역의 독서가 있고, 공적인 영역의 독서도 있죠. 이 사회는 나 혼자 살지 않잖아요. 누군가와 같이 살고, 대화하고, 공감하고, 교류하고, 토론하고. 함께 만들어가야죠. 도서관에서는 독서의 두 가지 역할이 모두 수행되죠. 그래서 학교에서 독서 토론을 하는 거죠. 똑같은 걸 읽었는데 나와 다른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토론하면 아이들이 자기주장 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의 주장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느 것이 대립하는지 찾는 것을 어려워해요. 무조건 말 세게 하고 강조하면 이긴다고 생각하죠.

근데 싫지만, 싫더라도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는 거죠. 알아야 하는 것, 봐야 하는 것이 있죠. 개인적인 독서도 하지만, 왜 추천도서를 알려주고, 행사를 하는지. 편중되지 않게, ‘이 사회에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니?’ 하는 걸 알려주는 게 독서죠.

Q.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독서 팁이 있을까요?

이민아 : 초등학생들은 자기가 읽고 싶은 거만 봐요. 언니, 오빠가 있으면 두꺼운 책만 보려 하고, TV에 나오는 재미있는 거만 보려고 하고요. 그런 거도 좋지만, 초등학생 때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으라고 하고 싶어요.

중고등학생이라면 목적이 있는 독서를 하는 게 좋죠. 작가로든, 주제로든 무엇으로든요. 할 거면 깊이 있게 들어가는 게 좋아요. 하다 보면 그 분야에 통달하고, 지적 성장을 느끼죠. 그게 다른 쪽으로 전이되기도 하고요. 탐구 형태의 독서를 하면 좋겠어요.

|도서관 사서가 '중요한' 이유... 그러나

좋은 배도 목적지와 항로도가 없으면 표류한다. 아이들의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도움이 없다면 책과 멀어지거나 읽고 싶은 책만 읽게 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사서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만나 대화하며 독서 상태를 파악하고 읽을 책이나 독서 방법 등을 권한다.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한 아이가 와서 책을 반납하고 가느라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중요하지만, 정작 학교도서관 사서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도서관은 항상 열려있어야 하는데 대체인력이 없어서 휴가를 자유롭게 쓰기 어렵고, 연수도 마음껏 갈 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면서 생기는, 그리고 책에 쌓인 먼지가 이들을 괴롭힌다. 사서로서 고유 업무 외에도 다른 교직원의 업무가 강제로 맡겨지는 경우도 많다. 사서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말 못 할 고충이 있는지는 다음 인터뷰에서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ohmynews> 에도 연속기고 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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