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3-1]
대구 수성고등학교 행정실무사 서종숙 선생님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을 돕거나, ‘감초’ 역할을 맡아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등 그 역할이 다양하다. 조연부터 단역까지, 이들이 받쳐주기 때문에 극이 더 재미있어진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 일어나는 일 뒤에는 관련한 여러 업무를 하는 행정실이 있다. 학교가 하는 역할이 많아지면서 행정실의 업무도 많아졌고, 행정실이 학교 전반 업무를 처리하면서 학교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교육공무직 노동자 세 번째 인터뷰로 행정실무사 서종숙 선생님을 서면 및 전화인터뷰로 만났다.

|돈 들어가는 학교 업무는 행정실을 거친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서종숙 : 안녕하세요. 20여 년 학교에서 근무했고, 행정실에 근무한 지 13년째인 행정실무사 서종숙입니다. 대구 수성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1일에 새로 전보 와서 학교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Q. 학교에서 일하면 다 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행정실무사 직종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서종숙 : 의무교육이 아니었던 시기에 학생들이 ‘육성회비’를 냈어요. 육성회비 일부를 급여로 지급하면서 인사이동이 없는, 학교장이 자체 채용한 ‘육성회직’이 있었습니다. 육성회직이 1997년에 기능직 공무원이 되면서 없어졌다가, 학교에 필요해서 생겨난 게 행정실무사입니다. 현재 중, 고등학교에는 육성회직이 남아 있는 곳도 있죠.

채용 당시에는 행정직 공무원의 사무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채용됐어요. 세입보조, 기록물보조, 민원업무를 맡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조업무가 아닌 실무자가 됐고, 급여도 좀 더 올랐습니다. 세입업무, 전자문서가 아닌 기록물 관리, 물품 관리, 급여 관리, 민원(여러 증명 발급 포함)에 지출업무 등 교육행정직공무원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보도 5년마다 하고 있어요.

서종숙 선생님의 업무공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종숙 선생님의 업무공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Q. 교무실과 행정실의 차이는 뭘까요? 두 군데 모두 학생들의 발이 잘 닿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서종숙 : 교무실은 학생의 학적처리, 성적처리 등 학생들과 직접 연관된 업무를 처리하고, 행정실은 학생들과 직접적이지 않지만, 학교 안 근무자의 급여 지급을 비롯한 예산이나 시설 관련 업무를 합니다. 예산이라고 하면 거창한데, 쉽게 말하면 돈과 연관된 일은 행정실에서 집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교무실도 업무 관련 감사를 받지만) 행정실은 (돈을 다뤄서) 회계감사 대상도 됩니다.

Q. 행정실무사가 하는 업무를 설명해주세요.

서종숙 :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민원, 세입(한 해의 수입), 지출, 계약업무, 물품 관리, 공유재산, 급여업무, 기록물 관리, 시설 관리 등을 해요 아.. 인사 업무 하는 분도 있어요.

세입업무를 말씀드리자면, 이용하는 사람이 내는 비용으로 운영되는 부문(수익자부담)을 주로 다뤄요. 현장체험학습비, 초등학교라면 돌봄교실을 포함한 방과후학교 업무가 있죠. 3월부터 방과후학교를 시작하는데, 과목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더 많이 걷어요. 예를 들어 방과후학교 과목이 20개라면 돈도 스무 번씩 따로 걷어야죠.

5월이 되면 교육비 지원 대상자(저소득층 가구)가 선정돼서 그 학생에게 돈을 반환하는데 만만치 않아요.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대상자를 등록하고, ‘수익자부담’으로 들어온 돈을 ‘지원자 금액’으로 바꾸는 것을 학교장 결재를 받아야 해요(감액결의). 이 과정이 끝나면 지원 대상 학생이 낸 돈을 학생의 계좌나 신용카드로 돌려주는데, 여기서도 학교장 결재가 있어야죠(반환결의). 징수는 한 번만 하면 되지만 반환 과정은 일을 두 번 하는 거죠. 수입금액과 지출금액이 서로 맞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우유급식도 같은 과정을 거쳐요.

고등학교는 저녁밥이 수익자부담이에요. 학생이 당일에 저녁을 먹겠다거나 먹지 않겠다고 하면 그 또한 하나하나 징수부터 반환까지 과정을 거쳐야 해요.

전에는 학부모 계좌에서 학교 계좌로 자동이체하는 식으로 수익자부담경비를 수납했는데(스쿨뱅킹), 2019년부터 신용카드로도 가능해졌어요. 학부모가 많이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가 있으면 일이 또 생기죠. 학생에게는 돈이 반환 처리됐지만, 학교 회계에는 카드사에 아직 지급하지 않은 ‘미상계금액’이 생겨요. 건마다 결재를 거쳐야 하죠.

지출업무도 많이 해요. 매달 나가는 학교장 직책수당, 유지보수 관련 용역비, 전기나 수도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대표적이죠. 간단해 보이지만 물건 하나 사도 몇 단계를 거쳐요. 품의 내서 물건 사고, 그 거래나 계약(원인행위)에 대해 학교장의 결재를 구하고, 거래 상대방에게 대금을 줄 수 있게 행정실장의 결재를 구해요(지출결의). 이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송금하는 건 전자자금이체(EFT)나 ‘e교육금고’에서 처리해요. 이 과정을 거치면 하루도 모자랄 때가 많아요. 이런 시스템 작업도 거치지만 챙겨야 할 서류도 만만치 않죠. 인터넷으로 살 때는 대부분 신용카드를 써서 견적서, 매입전표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조달청(나라장터)이나 학교장터, 수의 구입(업체와 1대1로 구입)할 때는 챙겨야 할 서류가 더 많아요. 나라장터 자체적인 서류라던가, 청렴서약서처럼 주고받고를 반복할 서류들이죠.

“단순 보조가 아니라 고유업무, 난이도 높은 업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해본 업무 중 가장 힘든 업무는 무엇이었나요?

서종숙 : 급여업무가 어렵죠. 단순히 월급 주는 게 아니라, 4대 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연말정산까지 포함하는 업무에요. 생계와 관련된 업무라 예민해지고 압박감을 느낍니다. 잘못되면 그에 따른 책임도 지고요. 또, 근로기준법이나 공무원보수규정 같은 법령을 알아야 해서 난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교직원이 수십 명, 큰 학교는 100명이 넘고 직종도 10개가 넘거든요. 급여체계가 다 달라서 다양한 급여체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업무를 할 수 있어요.

일은 어떻게든 하는데, 사람이 괴로우면 더 피곤하더라고요. 몇 해 전에 기록물을 전수조사했어요. 밤낮으로 일주일 정도 했나 모르겠어요. 그때 행정실은 2층이고 문서고는 1층이었어요. 수시로 올라갔다 내려오기 힘들었죠. 행정실에서 급한 거 처리하고 문서고에 가는데, 갈 때마다 행정실장이 ‘아직도 기록물하고 있나? 뭐가 중요하다고.’ 이 말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졌어요. 아직도 그 말투, 표정 잊을 수가 없어요. 며칠을 문서고에 박혀 있으면 내려와서 어떤 모습으로 하고 있는지 보면서 ‘힘들지 않냐’, ‘도와줄 거 없냐’고 묻는 게 정인데 말이죠. 1944년 개교한 학교라 전자문서 아닌 기록물이 많았고, 구석구석에 있던 기록물들이 나오더라고요. 특히 교감 선생님 캐비닛에 꼭꼭 숨겨져 있다가 많이 나왔어요.

기록물 관리 업무를 하는 서종숙 선생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기록물 관리 업무를 하는 서종숙 선생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Q. 기록물 관리요.

서종숙 : 네. 학교에서 접수하고 만드는 모든 공문을 관리하는 업무인데요. 많이들 꺼려요.

매일 업무관리시스템이나 팩스로 온 공문 접수하고 배부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죠. 대체로 작년에 만들어진 기록물 현황을 5월에 보고하고, 기록물 심의를 6~10월 사이에 해요. 기록물 보유 대장과 시스템상으로 보유 수량이 맞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주제가 잘못 분류됐다면 재분류하고, 보존 기간이 잘못 설정됐다면 기간을 다시 책정해서 보고해요.

그러면 10월쯤 심의 결과가 나와요. 심의 결과에 따라 보존 기간이 새로 지정된 문서는 보유 대장에서 이력변경을 해야 하고, 폐기할 기록물은 따로 정리하는데 이때부터는 몸을 쓰죠.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폐기할 문서를 한 묶음씩 묶어놓는데, 시험지나 OMR카드 묶음을 옮길 때 허리, 손목이 너무 아파요. 수능 시험지도 폐기하는데 큰 박스가 10개가 넘어요. 폐기 일정에 맞춰서 거점 학교에 가서 다시 심의한 다음 업체에서 가지고 온 대형 파쇄기로 직행합니다.

기록물이 종이이다 보니, 오래된 학교의 문서 말 그대로 손만 닿으면 부서지기도 하고요. 벌레가 기어 다니고 계단 밑에 문서를 두는 곳도 있어 곰팡이가 있기도 해요. 그래서 이동식 서가를 설치한 학교가 많아요. 지금 학교에는 이동식 서가가 없어요. 올해 계획이 있는지 여쭤보니 아직 없다고 하네요.

문서고에 냉난방이 없어 고생하시는 선생님도 있을 거예요. 더운 날 폐기 심의를 하고 추울 때 폐기하니 냉난방 설치도 고려해줬으면 해요.

인터뷰하면서 필자는 행정실 업무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다고 느꼈다. 업무상 돈 쓸 일을 예로 들면 필자는 법인카드를 쓰거나, 개인 카드로 결제한 뒤 증빙서류를 담당 부서에 제출해서 정산을 받았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으나 과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하나의 행위에 둘 이상의 결재가 필요하고, 여러 가지 같은 일을 하나하나씩 처리하는 듯했다. 인력을 늘리거나 업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 보였다.

업무가 복잡한데, 업무 외적으로 행정실무사들은 어느 정도로 만족할까?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일방적인 업무분장, 충분하지 않은 직무연수, 같은 일을 하는데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더 낮은 급여를 받는 것 등이 원인이다. 행정실무사가 어떤 고충을 겪는지, 어떤 것을 바라는지는 다음 기사에서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ohmynews> 에도 연속기고 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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