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병의원 노동자 30%“직장에서 비인간적 대우”받아···노동자 4000명 실태조사

보건의료노조가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에 나선다. 이는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7월 5일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보건의료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국회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였고 보건복지부, 대한간호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국가자격보건교육사협회가 후원했다.

토론회 취지를 설명하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보건의료노조
토론회 취지를 설명하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작년에는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 확충과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보건복지부와 노정교섭을 진행했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노정합의를 했다. 올해는 지난 2년반 동안 코로나 영웅으로 불린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며 산별중앙교섭과 현장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조직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관련 협회의 도움으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할 수 있었다. 실태조사 결과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모성보호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협회와 의사협회에 교섭을 요청한 상태다. 오늘 토론회를 바탕으로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이 원만히 추진되기를 희망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부가 적극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7월 5일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7월 5일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보건의료노조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전체 의료기관 노동자의 절반 이상인 53%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조건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며 중소병원과 의원급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노동법이 실질적으로 적용되고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유나리 보건의료노조 조직국장@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유나리 보건의료노조 조직국장@보건의료노조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의료기관 전체 종사자 수는 97만명이 넘었다. 이중 절반이 넘는 노동자자가 작은 사업장은 건강과 휴식권 보장은 커녕 기본적 노동인권 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과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노조가 추진하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것은 노동내부의 격차 해소와 연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지향하는 정의당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보건의료노조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보건의료노조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본격적인 토론회가 진행됐다. 

첫 순서로 오명심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장의 상담 사례 발표가 있었다. 오 지부장은 7년간 미조직 노동자들의 상담을 진행해왔는데 가장 많은 상담 사례는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사례였다고 소개했다.

유나리 조직국장은 중소병원과 의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94%가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했다. 특히 무급휴가, 무급휴직, 연차휴가 강제 사용 등 휴가 관련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이 48.7%였다.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이 15%나 되었고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25%가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다. 휴일 수당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40.7%였다. 또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 계약서를 노동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6%에 이르렀다. 특히 응답자 중에서 ‘나는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비율이 30%가 넘었으며, 이직하고 싶다는 응답도 53.6%에 달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7일까지 관련 직종별 협회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미조직 현장 노동자와의 심층면접을 통해 진행되었다. 설문조사에는 총 4,058명이 참여했다.

유 국장은 “병의원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권리”라며 “노동기본권에 대한 교육과 홍보, 상담창구 운영, 조직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의사협회와 병원 협회를 대상으로 노동기본권 교섭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보건의료노조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보건의료노조

노푸른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근로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하거나 시행령 7조를 개정하여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범위를 축소해야 하며, 현행 법률 하에서도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사업장 감독과 시정조치가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별 단체교섭 확대를 위해서 현재 국회에 두가지 법안이 제출된 상태라며 적극적인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관계부처에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작은 사업장 표준임금제’나‘보건의료분야 표준임금 체계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368만명에 이르고 단시간노동자 164만명, 기간제 노동자 417만명, 특수 고용노동자 220만명, 파견노동자 80만명 등 어림잡아 전체 노동자 2500만명의 절반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나아가 차별이 확산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 제11조와 노조법 제2조 개정 투쟁을 적극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기 라포르시안 기자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위해서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 석상에서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병원 노사가 함께 소규모 병의원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 방안을 함께 요구하며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보건의료산업을 대표하는 산별노조로서 100만명에 이르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진행한다. 이는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교섭으로 정의로운 사회대전환을 위한 핵심과제인“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 사회적 약자 보호, 노동 내부 격차 해소와 연대”를 실현하는 디딤돌을 놓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가 공문으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에 요청한 노동기본권 교섭 날짜는 7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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