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참여연대·한상총련, 윤석열 정부 국민제안 톱10 투표 중단 촉구
“제안을 클릭해도 설명한 줄 없는 게 무슨 국민투표? 절차도 내용도 없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는 정책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상총련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8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종료되는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을 요구했다. ⓒ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상총련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8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종료되는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을 요구했다. ⓒ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상총련이 윤석열 정부가 진행중인 국민제안TOP10 투표에 대해 “전임 정권과의 차별성 부각에 강박증을 가진 채 절차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하는 행사”라고 질타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8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종료되는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의 기자회견은 지난 21일 윤석열 정부가 ‘국민제안 톱10’ 의제를 공개하고, 이 가운데 3개를 골라 정책으로 펼치겠다고 발표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선정된 10개의 제안들이 왜 선정됐는지 알 수 없고, 왜 이들 정책에 대해 선호도조사로 상위순위를 가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3일 이후 제안된 1만2000여건 중 ‘생활밀착형’, ‘국민공감형’, ‘시급성’ 3가지 기준에 따라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선정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톱10의 선정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첵제안의 이유와 정책효과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며 “대신 대통령실 행사 초대, 윤석열시계, 상품권 등의 경품을 내걸고 투표참여를 유인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식의 정책 제안과 인기투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상총련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8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종료되는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을 요구했다. ⓒ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상총련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8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종료되는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을 요구했다. ⓒ 조연주 기자

참가자들은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보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국민의 선택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요식행위이자 국민기만행사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끼워 넣은 것은 이러한 의심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고 한 뒤 “윤석열 정부는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일체의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최저임금에 대한 규제 또한 없애야 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댔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서는, 재벌의 골목상권침해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자 서비스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한 제도이며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제도 도입의 취지와 사회적 합의과정을 무시한 채 일부 계층의 이해를 앞세워 제도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부가 발표한 의제는 ▲월 9900원 무제한 교통패스 ▲전세계약시 임차인 세금 완납증명서 첨부 ▲콘택트렌즈 온라인 구매 ▲휴대전화 월정액 데이터 이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반려견 사고 예방 강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취업 허용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소액 건강보험료 체납 압류 제한 등이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이중에는 이미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거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즉각 시행할 수 있는 의제들도 있는 반면,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같은 우리사회를 갈라치고 취약한 노동자들과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강요하는 정책도 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이벤트 회사도 아니고 국민제안 탑10 투표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기가 막혔다. 정부 정책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편의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며 “한편으로 기고만장이고, 독단적인 정부 운영이다. 선정한 기준도 내용도 절차도 투명하지 않고, 여기서 인기투표를 통해 3가지를 골라 정책으로 펼치겠다니, 국민과 노동자의 삶이, 중소영세사업장, 소상공인의 삶이 그저 대통령 지지율을 위한 도구인가”하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방향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 페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허용 이 내용들은 모두가 대기업, 재벌, 자본들의 청탁하는 요구사항이다. 특히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하는 취지이기에 노동계가 적극 반대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상총련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8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종료되는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을 요구했다. ⓒ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상총련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8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종료되는 국민제안 TOP10 투표중단을 요구했다. ⓒ 조연주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배석한 이영주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문화국장은 “투표는 시작됐지만, 제안을 클릭해도 설명 한 줄 없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제목만 가지고 투표를 해야한다면 이게 과연 국민투표일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저도 국민이니 제안 하나 한다. 윤석열 정부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고 비꼬았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같은 우리사회를 갈라치고 취약한 노동자들과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강요하는 정책”이라며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인가 묻고 싶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우리 사회복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일이 아닌가? 왜 정치가 해야 할 일을 국민 개개인에 미루고 책임을 방기하는가”라고 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는데, 대기업과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다며 의무휴업을 폐지하려고 나서고 있다”며 “그들이 지금 의무휴업을 없애려는 이유는 온오프라인을 통폐합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탐욕과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자신들의 손실을 골목시장 침탈로 만회하겠다는 그릇된 판단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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