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는 사내하청 허용 안돼···아사히글라스 2심도 “직접 고용해야”
< 대구고등법원 2022. 7. 13. 선고 2019나24804·24811(병합) 판결 >
'중노위 YTN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주로 프리랜서에게 지시받아서 근로자 아니라는 초심 뒤엎어'

※ 답답한 노동 현실을 풀어가려면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독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노동법률 디톡스가 해독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스물여섯 번째 디톡스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불법파견 관련 판결과 방송 작가의 근로자성 관련 중노위 판정을 살펴보고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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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또 다시 나왔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아사히글라스의 사내하청업체인 지티에스에서 노동조합을 만든지 단 1달 만에 아사히글라스가 도급계약을 해지하며 쫓겨났습니다. 끝까지 남은 22인의 원고들이 2017년 소를 제기한 지 만 5년 만에 나온 항소심 판결입니다.

1심 판결은 ▲ 피고가 작성한 생산지시서류에는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수행과정에 관한 구체적 지시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 ▲ 원ㆍ하청 담당 공정들이 상호 연동되어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점, ▲ 원ㆍ하청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작업도 적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심 판결 역시 1심의 결론을 수용하였습니다. 2심 변론 과정에서 피고는 원ㆍ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직접생산업무를 하여 파견의 징표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공정보다는, 하청 노동자들이 전담하면서 원청이 담당하는 다른 공정과 직접 연동되어 있지 않은 특정 공정을 위주로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법원 2018다243935 판결(현대위아 판결)의 원심 설시 부분을 인용하면서, 하청 노동자들이 담당한 업무가 제3자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로서 제3자의 생산계획에 따라 일일작업량이 정해져 있어 ‘자체적으로 생산계획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의 일정에 연동되어 작업이 진행된 것과 마찬가지여서 파견관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이 사건이 그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생산지시서류를 통하여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시기 등 작업수행과정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시들을 받은 것과 다를바 없고, 이는 도급인의 지시권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공정의 경우 피고 노동자들과 하나의 수평적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수직적ㆍ기능적으로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이는 피고 관리자가 수시로 하청업체에 조직도 제출을 요청하여 인원배치에 관한 감독ㆍ통제를 하면서 실질적인 생산조직의 일부로 편입ㆍ관리한 점, 원ㆍ하청이 담당하는 공정이 기능적으로 긴밀히 연동되거나, 연동되었던 시기가 있었던 점, 하청과 도급계약 해지 후 인소싱을 했더라도 생산 프로세스 변동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관계의 5요소를 주된 요소(상당한 지휘ㆍ명령, 원청 사업에의 편입)와 기타 부수적 요소를 명시적으로 구분하고, 주된 요소 판단 시 도급인의 지시권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는 기준과 수직적, 기능적 공동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중노위 YTN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

주로 프리랜서에게 지시받아서 근로자 아니라는 초심 뒤엎어

< 중앙노동위원회 2022. 6. 3. 중앙2022부해388 판정 >

지난 6월 3일 중앙노동위원회는 YTN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작가업무를 수행한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의 신청인은 YTN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막내작가로 일하며 자료 조사, 출연진 섭외, 자막 작성 등의 프로그램 제작 보조업무를 수행하다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이에 신청인은 형식은 도급계약이지만 실질은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계약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구제신청을 제기하였습니다.

초심 서울지노위는 ‘같은 프리랜서인 메인작가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신청인을 모집·선발’했으며, ‘업무에 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도 주로 프리랜서 메인작가와 결정했고, YTN 정규직 근로자의 지시는 최소한에 그쳤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중노위는 ▲ YTN의 정규직 근로자가 업무의 시작과 마무리 단계에서 지시를 한 것으로도 신청인의 업무를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이며, ▲ 프리랜서 메인작가와는 YTN의 사업 목적인 방송 제작을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보아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YTN 측에서는 ‘그동안 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들은 생방송 프로그램의 작가들이었으나, 이 사건은 사전 제작 방송이기에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개입이 불필요한 등 달리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 일정한 시간에 방송되어야 하는 방송프로그램 특성상 근로자가 독자적 판단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에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제한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중노위는 ▲ 도급계약서에 업무 범위가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폭넓게 인정되는 업무지시권과 차이가 없어 보이는 점, ▲ 도급계약서에는 편당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실제 주급 단위로 보수가 계산되어 고정급이 정해진 것이며 해당 보수는 방송작가 업무를 수행한 대가인 점, ▲ 실질적으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 다른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점, ▲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못했으나 취업규칙 등의 적용 여부는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에 이러한 이유로 근로자성을 곧바로 부인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는 총괄자 등 소수만 정규직으로 두고 주로 프리랜서로 팀을 구성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합니다. 따라서 방송 제작팀에서는 하급자로 내려갈수록 정규직 근로자와 직접 일상적으로 소통할 기회는 줄어들고 정규직이 내린 지시를 프리랜서 상급자를 통해 전달받게 됩니다. 이번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방송사가 임의로 결정한 팀구성, 혹은 상급자의 계약형태라는 우연한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성이 부인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바로잡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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