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책임•손배금지 노조법 개정 운동본부 준비모임(가칭) 긴급 기자회견
“현장 노동자 죽음으로 모는 ‘법과 원칙’이라면, 법률 지킬 필요 있나”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 국회 앞 단식 농성 19일차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지난 여름 51간 파업을 벌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공권력 투입 시사 협박과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 협박 속에서 당초 파업을 시작하며 요구한 내용을 대부분 관철하지 못한 채 교섭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하청업체 대표단이 그 합의마저 이행하지 않자 또다시 비판이 나온다. 김형수 지회장의 합의이행 촉구 단식농성은 19일차에 접어들었다. 

대우조선하청노동자 희망버스와 대우조선 긴급행동, ‘원청책임•손배금지 노조법 개정 운동본부 준비모임(가칭)’이 5일 오후 2시 김형수 지회장의 단식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국회 정문 앞 농성장에서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우조선 사내협력단(하청업체) 대표단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가 7월 말 노사합의를 이뤘지만, 한 달을 넘긴 지금까지 하청노동자를 고용승계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규탄하고 나섰다.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법률단체 참가자들의 분노어린 목소리는 고용승계 합의 불이행을 넘어 사실상 노조 파괴, 노조 탄압을 집도하고 있는 원청 대우조선을 향해 뻗어갔다. 대우조선 원청은 파업을 주도한 다섯 명의 조합원에게 470억 원의 손실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들은 “하청 노동자들이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안을 수용한 것은 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동료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그 합의마저도 지키지 않음으로써 51일간 파업을 하면서 온몸으로 외쳤던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짓밟으려고 한다. 지금 당장 고용승계 합의를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 집행부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폭탄을 안겼다. 노동자가 이 배상액의 1%도 갚지 못한다는 것을 대우조선해양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액수의 손해배상은 파업에 대한 잔인한 보복조치이며, 경제적으로 압박해서 노동자들의 권리찾기를 봉쇄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억압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분노했다.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위원장. ⓒ 김준 기자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위원장. ⓒ 김준 기자

연대단체, “노동자 죽음으로 모는 ‘법과 원칙’, 지킬 필요 없어”
연대단체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원청 대우조선이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 규탄한다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공동대표를 맡은 문정현 신부는 “노동자들을 흔들어 놓고서 하는 짓거리가 정말 야비하고 잔인하다. 470억 원이 애들 이름인가. (임금을 회복하라고 요구했던) 노동자들한테 그런 가혹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냐. 이 문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2003년도에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열사가 분신자살을 했었다. 같은 시기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도 도크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다. 손배 가압류가 사실상 처음으로 신종 노동탄압 수단으로 도입됐던 시기였다”고 한 뒤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흘렀지만, 쌍용차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간접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다단계 하청노동자들이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 김준 기자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 김준 기자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우조선해양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를 두고 “너무도 악의적인 노동탄압이자, 결국 노조 파괴로 몰고 가기 위한 반헌법적인 행태”라며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고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노조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겠다. 더 이상 반노동적이고 반헌법적인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더 이상 계속돼선 안된다”고 했다.

SPC 노동탄압, 론스타 공동대책위 법률단장 등으로 여러 노동자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하청지회 조합원 다섯 명 앞으로 청구된 손해배상금액 470억 원은, 하청노동자가 평균 연봉 3000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 300년 이상 갚아야 하는 금액이라며 “이것은 개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노동자들의 생존을 죽음으로 모는 것이 ‘법과 원칙’이라면 저는 더 이상 법률을 지키지 않겠다”고 일갈했다.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 김준 기자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 김준 기자

단식으로 수척해진 얼굴의 김형수 지회장은 “역대급 태풍이라고 하는데 역대급 손배를 통한 역대급 탄압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초기부터 진행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김 지회장은 “우리 사람이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우리는 사람 아닌가.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다”라며 “우리가 장난감인가 우리는 사람 아닌가 윤석열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법과 원칙에 우리는 함께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존재들이었나” 되물었다.

김 지회장은 “이 사회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국회 앞에서 이렇게 단식 농성을 하면서, (이 사회가) 내가 지키고 사랑해야 될 공동체가 맞나 하는 그런 생각들이 든다”고 한 뒤 “정말 사람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랜 세월 우리가 인간으로서 만들어 온 많은 생각과 우리의 기본적인 것들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하청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손해배상중단, 노사합의 이행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김세균 노나메기재단 고문, 박승렬 NCCK 인권센터 부이사장(목사),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위원장, 정정은 문화연대 사무처장 등이 발언했다. 이들은 오늘(5일)부터 릴레이 동조단식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조영선 민변 회장과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위원장이 동조단식에 나섰다.

주최 측은 “우리의 연대는 고용승계 합의가 지켜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구조를 뒤엎어 원청에 사용자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노조법 2조 개정’에 힘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손해배상 청구를 규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파업에 대한 보복조치이며 노조파괴 수단인 손해배상을 금지하기 위해 노조법 3조 개정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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