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세뇌작업 ‘녹화공작’의 진상 규명돼야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김순호 경찰국장(치안감)이 함께 활동했던 동지를 팔아넘긴 댓가로 경찰이 되고, 고속승진까지 이뤘다는 ‘프락치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순호 경찰국장의 파면과 독재정권 치하 녹화공작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가칭, 이하 공동행동)이 발족했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인노회 사건의 피해자와 녹화사업의 대상이 됐던 당사자들의 발언도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등 227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가 모여 결성했다.

김순호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은 과거 국군보안사령부의 녹화공작에 의해 노동운동 ‘프락치’로 활동하면서 인노회(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와 교내 동향 등을 첩보 수집해 보안사에 보고 하고, 그 댓가로 경찰에 특별채용 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녹화(綠化)사업이라는 명칭은, 80년대 전두환 씨(당시 대통령)가 ‘운동권 학생들의 머릿 속 빨간 색을 파란 색으로 바꾸라’고 보안사령관에 지시한 데에서 비롯됐다. 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다시금 정권 편향적으로 세뇌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주로 군대에 징집된 운동권 학생들이 공작의 대상이 됐다. 이들이 다시 운동 조직으로 돌아가 동향 등을 보고하는 ‘프락치활동’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정신적 육체적 고문이 동원됐다. 녹화공작 대상 중에는 여전히 ‘의문사’한 채 남아있는 이들이 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순호는 ‘관련 내용을 수사에 이용한 적 없다’며 밀정의혹은 ‘황당한 억측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김순호는 무엇이 두려운지 자신의 과거 행적 숨기기 급급할 뿐 왜 억측인지 근거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하며 “밝혀야 할 진실은 또 있다”고 했다. 김순호 국장이 애초 인노회에 가입할 당시부터 인노회 와해를 목적으로 위장가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보안사가 기무사 등이 김순호를 포함한 수많은 민주화 학생운동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녹화사업’, 사실상 ‘밀정공작’에 대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공동행동은 전했다.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우선 이선우 인노회사건 피해자는 “연행자 18명, 구속자 15명을 냈던 인노회 사건은 공안정국의 신호탄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동 열사가 생겼고, 조직은 무너져버리고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여러 정황들을 통해 김순호가 밀고한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 있다. 동료를 배신하며 살아가라고 배운 사람은 한 명도 없을텐데, 백주대낮에 이런 일이 횡행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김순호가 더군다나 경찰국 고위직에 오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한때 군강제징집 대상이자 녹화공작의 대상자로,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던 양창욱 김두황열사 추모사업회 회장도 발언에 나섰다. 양 회장은 3년 전, 자신이 프락치 활동을 하며 운동조직에 대한 동향을 보안사에 보고한 문건을 직접 공개한 바 있다. 그는 “나는 프락치였다”고 다시금 고백하며 “프락치 였던 이들 99%가 다시 (운동 사회로) 돌아왔다. 김순호는 그렇지 않는 1%였다”고 했다. 의문사 한 친구들을 활용해 경찰국장 자리 까지 올라가겠다는 김순호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강하게 표명했다.

문국주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은 “(녹화공작의) 피해 당사자들이 용기를 갖고 떨쳐 일어날 때, 사건은 규명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많은 분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계신데, 친구들, 선배들, 종교인을 만나서 얘기해야 (녹화공작으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을 찾을 수 있고, 스스로도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녹화공작 가해자를 향해서도 진상규명에 함께 나설것을 호소했다.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순호 경찰국장 임명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인권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한국사회 군사독재에 의해 많은 노동자 시민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들에 대한 보상 명예회복 뒤로하고 감시 고발자를 임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프락치’를 우려하는 문화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연대하기 위해 선의로 찾아오는 분들에게조차 감사한 마음에 앞서 경찰의 끄나풀이 아닌지, 국정원의 파견자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래서 김순호의 임명은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멈추기 위해 나서겠다”고 했다.

함세웅 신부(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는 “김순호 사건은 잠자고 있는 우리를 깨우는 사건이다. 그냥 어느정도 올라가서 가만히 있었으면 되는데, 욕심을 내서 더 높은 자리 오르려다가 들통났다”며 “자기의 동료를 배신하는 것이 인간의 죄 중 가장 큰 것이다. 남을 해치고 짓밟으면서 본인의 영달을 위해 배신 한 것이라면, 이중 삼중의 죄악이다. 공동체의 이름으로, 역사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공동행동은 앞으로 김순호 국장의 파면과 녹화공작 진상규명을 위한 전국 릴레이 기자회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토론회와 촛불행동도 예정했다. 또한 야당과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특검 등을 요구하겠다고 전했다.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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